南北 운전대 잡은 문 대통령 “여건 되면 정상회담도…”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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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0일 신년 기자회견…“개인 소신은 4년 중임제” 개헌 의지 확인

 

문재인 대통령은 1월10일 남북 관계 변화와 관련해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도 이뤄내야 한다”며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최대 관심사인 헌법 개정(개헌) 문제에 대해선 4년 중임제를 개인 소신이라 밝히며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고 재차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경제·사회 영역의 주요 이슈와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64회)이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란 단어도 14차례나 언급하며 정부의 최우선 정책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임을 다시 각인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 투트랙 전략 제시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남북 첫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재개된 상황에 대한 평가로 해석된다. 북핵 문제를 재차 언급하면서 근본적인 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도 나서도록 유도해내야 한다”며 “두 가지 트랙의 대화 노력이 서로 선순환 작용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화에만 치중하지 않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국제 사회는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의 핵심 이슈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등에 대해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제재, 특히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의 틀 속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 범위 속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그 부분을 해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므로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 보조를 함께 맞춰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 성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헌안, 국회 합의 어려우면 정부가 3월 중 발의”

 

문 대통령은 올해 최대 정치 이슈인 개헌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의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자체적으로 개헌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려면 3월 중에는 (개헌안이) 발의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개헌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정부가 발의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개헌의 폭에 대해선 “국회가 정부와 함께 협의한다면 최대한 넓은 범위의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회와 정부가 합의되지 않고,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며 “국민도 가장 지지하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개인 소신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 주시기를 거듭 요청한다”며 “국회와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은 논의부터 국민의 희망이 되어야지 정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산적한 국정과제의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블랙홀이 되어서도 안 된다”며 “개헌은 내용과 과정 모두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월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장면을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2·28 위안부 합의는 잘못된 방식…日 사과가 해결책”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선 “기존의 합의에 대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면 왜 파기하고 재협상 요구하지 않는 것이냐고 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상대가 있는 일이고, 외교적 문제이고 이미 앞의 정부에서 양국 간 공식적 합의를 했던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만족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최선인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라며 “진실과 정의에 입각한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당시의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 국제사회와 노력하는 것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정부에서 양국 정부가 조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배제한 가운데 해결을 도모한 자체가 잘못된 방식이었다”고 비판했다.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의 처리 문제와 관련해선 “일본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시민단체들과 앞으로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돈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그 사용에 대해 일본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시민단체들이 동의한다면 그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으로 촉발된 UAE 군사분야 협정 논란에 대해선 “UAE와 우리나라 간 군사협력에 관한 여러 건의 협정과 MOU(양해각서)가 있었는데, 그중 공개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협정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협정이나 MOU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며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나 MOU 속에 흠결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UAE와 수정·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시기가 되면 (협정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엄정한 법집행으로 재벌 일감 몰아주기 관행 없애겠다”​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선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일상인 채로 삶이 행복할 수 없다. 노동시간 단축과 정시퇴근을 정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며 “일자리 격차를 해소하고,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격차 해소,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같은 근본적 일자리 개혁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청년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 단축 ▲노사정 대화 복원 ▲채용비리 근절 ▲재벌개혁 ▲금융혁신을 주요 경제 정책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돼 7530원으로 적용한 데 대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상생과 공존을 위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대책도 차질 없이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벌개혁 의제와 관련해선 “엄정한 법 집행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없애겠다.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겠다”면서 주주 의결권 확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업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공정경제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더불어 잘 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기반”이라며 “오히려 재벌 대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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