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주가 예측 1위는 미래에셋대우…KB증권․삼성증권 뒤이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1 13: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 증권사 15곳 연초 코스피 전망 얼마나 맞았나 봤더니…

 

해마다 새 달력을 꺼내들 때면 주요 증권사들은 신년 시장 예측 보고서를 발표한다. 주로 코스피지수를 예측하고 유력 업종이나 종목을 추천하는 식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그해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탓에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이 보고서가 투자 지침서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미래를 얼마나 정확히 예측했을까. 한국신용평가 기준 자본금 규모 상위 15대 증권사들의 2017년 주가 전망치를 비교해보니, 정확히 예측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증권사들의 예측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2000포인트대로 개장한 코스피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 2500선을 돌파하며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업종이 유례없는 강세를 보였다.

 

1월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사진=연합뉴스

 

주요 증권사 15곳 신년 예측 성적표는 ‘0점’

 

하지만 국내 15개 증권사가 예측한 2017년 코스피지수의 최고 포인트를 평균내보니 2244.3포인트에 불과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코스피 시장이 활기를 띄지 못하고 주춤하는 ‘박스피(박스+코스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주요 증권사들은 예상했다. 

 

최고치만 뜯어보면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의 전망치가 2350포인트로 실제와 가장 근접했고, 한화투자증권의 예측이 2100포인트로 가장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구간별로 살펴보면 실제 2017년 코스피 시장과 가장 높은 일치율을 보인 곳은 하나금융투자였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단 1950포인트 상단 2350포인트의 코스피 구간을 예측했는데, 실제 시장은 지난해 1월2일 최저 2026포인트를 기록했다가 11월3일 2557포인트로 고점을 찍었다. 

 

얼마나 일치하는지 수치로 환산해보니 81%로 조사 대상 15개 증권사들 중 하나금융투자가 가장 높게 나왔다. 다음으로는 메리츠종금증권(74.7%)과 유안타증권(72.1%)이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일치율을 보인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35.4%)였다.

 

일치율은 15개 증권사가 제시한 코스피 밴드가 실제 코스피 변동폭과 겹친 정도를 계산한 결과다. 최고 코스피 포인트에서 실제 코스피 최저 포인트를 뺀 뒤 증권사의 예측 변동폭 값으로 나눈 결과다. ((예측 최고점–실제 최저점)/예측 변동폭*100)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등 변수가 많았던 탓에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조윤남 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급격한 변동은 예측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주가 급등이나 급락을 전망하는 경우는 드물고 예측 범위를 넓게 잡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 전문가는 “주요 증권사들이 시황에 따라 지수를 조금씩 조정하는 방식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들 증권사가 내놓는 주가 예측이나 시황 보고서가 실제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시사저널 디지털뉴스팀

 

헬스케어주 급등 예측한 곳은 NH투자증권 한 곳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업종은 의약품, 전기전자 및 증권 등이다. 헬스케어 분야 57.96%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반도체(35.24%), 증권(33.42%), 에너지화학(30.38%), 은행(30.23%) 순이었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 중에서 헬스케어주의 급등을 예상한 것은 NH투자증권 한 곳 뿐이었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대부분 IT와 산업재, 소재 분야의 강세를 예상하는데 그쳤다. 이밖에도 은행 업종 주가 상승을 예측한 곳은 대신증권,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었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반도체, 은행, 증권, 화학 업종의 급등을 예측해 적중률이 가장 높았다. 

 

올해 각 증권사에서 발표한 전망치는 지난해에 비해 낙관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코스피지수가 최고 31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 예상했고, KB증권·대신증권·현대차투자증권 등도 3000포인트 대까지 오를 것이라 내다봤다. 가장 신중한 곳은 신한금융투자로 2800포인트였다. 이들 회사의 예측이 이번에는 적중할지, 아니면 다시 틀려 ‘양치기 소년’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