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허브’로 변신하는 싱가포르 한국을 주목한다
  • 싱가포르=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1 17:35
  • 호수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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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차이나 ②’ 동남아] 물류·금융 허브에서 한국 식품 브랜드 교두보로…파리바게뜨·네네치킨·삼진어묵 등 진출 활발

 

싱가포르는 원래 금융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도시국가다. 인구는 약 560만 명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무려 5만3000달러에 달하고, 국가경쟁력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일류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시아의 물류·금융 허브로 불리던 싱가포르가, 이제 식품 브랜드 도약을 위한 상륙지로 주목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수입식품 시장 규모가 13조원에 달하는 데다, 지속적인 외국인 유입에 힘입어 식품업계의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도시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한국 식품 브랜드 여러 곳이 외식 트렌드를 선도하는 싱가포르 시장을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12년부터 싱가포르 시장을 공략했다. 2012년 9월, 국내 베이커리 업계 최초로 싱가포르 오차드로드에 위치한 쇼핑몰 위즈마에 첫 매장을 열었다.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파리바게뜨의 중동 및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오차드로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쇼핑지구다. 싱가포르 국민뿐 아니라, 세계 여행객들이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쇼핑몰들이 밀집해 있다. 그 외에도 특급호텔·클럽 등 관광시설이 대거 모여 있는 거리로, 일 년 내내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파리바게뜨는 다양한 쇼핑객과 여행객들이 모여드는 오차드로드의 특성을 노려 파리바게뜨 싱가포르 위즈마점을 단순한 베이커리가 아닌, 카페형 베이커리로 개설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쇼핑지구인 싱가포르 오차드로드. 파리바게뜨·삼진어묵 등 다양한 한국 식품 브랜드들이 이곳 쇼핑몰에 매장을 열었다.

 

싱가포르 쇼핑몰을 시작으로 공항까지

 

당시 싱가포르에는 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드토크(Bread Talk)·델리프랑스(Deli France)·야쿤 카야토스트(Yakun Kaya Toast)를 비롯해 폴(PAUL)·메종카이저(Maison Kayser) 등 프랑스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까지 세계적 베이커리 체인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국내 대표적인 식품 전문 기업집단인 SPC그룹은 이미 선진 베이커리 문화가 도입되어 있는 데다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높은 것을 고려해,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인 ‘파리크라상’ 이상의 수준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단단한 빵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을 선호하는 현지 특성에 맞춰 포카차·깔조네 등 다양한 조리빵을 함께 선보이는 전략을 병행했다. 카페형 베이커리 매장이지만, 매장 옆 별도 공간에서 매일 빵을 만들고 있다.

 

독특하게도 파리바게뜨 위즈마점은 샐러드가 메인이다. 일명 ‘디자인 샐러드’다. 고객들이 직접 원하는 샐러드에 닭가슴살, 새우 등 프로틴 토핑을 해 기호에 맞게 만들 수 있는 메뉴다. 싱가포르에서 웰빙과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싱가포르 위즈마점의 성공에 힘입어, 파리바게뜨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도 점포를 열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세계 각지에서 연간 5200만 명의 관광객과 환승객들이 모여드는 아시아의 대표 허브 공항이다. 스타벅스·맥도날드·커피빈 등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2014년 2월부터 창이공항에서 매장을 운영해 온 파리바게뜨는 이용객과 공항 직원들로부터 맛과 품질·식품안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지난해 11월, 새로 신축한 터미널4에 추가 매장 3개를 동시에 오픈했다. 출국장과 면세구역에 입점한 추가 매장들은 매장마다 다른 콘셉트를 적용해 차별화를 뒀다.

 

공항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매장들은 베이커리 카페형인 위즈마점과는 달리 스내킹(Snacking·건강을 고려한 가벼운 식사) 전문 매장으로 만들었다. 기내식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식사 대용품도 개발했다. 식사 대용품인 HMR(Home made replacement)제품과 라이스볼 제품은 공항 점포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메뉴다. 또 음료를 주로 찾는 공항 승객들을 위해 에스프레소와 오렌지주스를 타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새로 신설된 공항 매장을 포함해 파리바게뜨가 현재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는 매장은 총 7개에 달한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대한민국 식품기업 중 또 다른 성공 사례로 꼽히는 브랜드는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네네치킨이다. 네네치킨은 해외 첫 매장으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버블티 브랜드 ‘공차’의 싱가포르 사업권자로 유명한 싱가포르 기업인 로열티 그룹(Royal T Group)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시장조사와 현지화 전략 수립을 하며 싱가포르 진출을 준비했다. ‘배달과 포장’을 중심으로 하던 기존 매장들과 달리, 싱가포르에서 운영되고 있는 네네치킨 매장은 배달과 홀 서빙을 복합적으로 하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인들의 식습관과 소비 패턴 등 주요 특성을 파악한 결과, 싱가포르 외식 문화가 테이크아웃에서 레스토랑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지난 2013년에는 싱가포르에 무슬림이 15% 이상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HALAL(할랄·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인증을 받았다. 할랄 인증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처리·가공된 식품과 공산품 등에 부여하는 것이다. 네네치킨은 2013년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로부터 양념치킨 소스, 오리엔탈 파닭 소스 등 해외 매장에서 취급하는 소스 및 파우더류 총 11개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했고, 치킨의 주재료인 계육 역시 싱가포르 현지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할랄 매장으로 인증되면서 30% 이상 매출이 올랐다.

 

파리바게뜨는 2012년 싱가포르 오차드로드 쇼핑몰 위즈마에 싱가포르 1호점을 열었다. © 시사저널 조유빈

 

싱가포르 트렌드 ‘웰빙’에 주목

 

부산 대표 어묵 업체인 삼진어묵도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 해외 첫 매장을 오픈했다. 삼진어묵의 해외 1호점은 세계적인 쇼핑 거리인 오차드로드에 들어섰다. 삼진어묵이 입점한 쇼핑몰 아이온오차드는 싱가포르의 1위 쇼핑몰로 꼽힌다. 삼진어묵은 관광객과 쇼핑객들이 한국 식품인 어묵에 대한 구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2016년 초 진출을 결정했다. 싱가포르 바비큐 육포 기업인 비첸향이 현지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묵은 싱가포르에 보편화되지 않은 음식이다. 어묵이라는 식품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현지에서도 반응이 좋다. 삼진어묵은 싱가포르 진출을 앞두고 해외에서도 어묵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반제품과 완제품은 국내 삼진어묵에서 공급하고, 수제 어묵은 현지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삼진어묵은 수입식품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싱가포르에서의 성공적 안착을 발판으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까지 추가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탕과 절인 음식을 많이 먹는, 한국과 유사한 싱가포르의 식문화도 한국 식품 브랜드 진출의 발판이 되고 있다. 또 국민들의 높은 소득을 기반으로 식품 구매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국내 외식 브랜드들과 함께 싱가포르 프랜차이즈 박람회와 국제식품박람회에 참여하는 등, 싱가포르 시장 내 한국 식품 브랜드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한 국내 식품 브랜드는 총 28개 업체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열린 국제식품박람회에 참석한 브랜드들도 싱가포르에서 조명받고 있는 ‘웰빙’ 트렌드에 집중했다. 홍삼 제품이나 프리미엄 차 등 건강식품과 국내에서 재배된 신선농산물을 중심으로 홍보를 진행했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의 약 11% 이상인 채식주의자 비율을 고려해, 국내 채식주의자 브랜드(K-Vegetarian)들도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푸드쇼에 참가하는 등 싱가포르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진어묵은 2017년 싱가포르 오차드로드에 위치한 쇼핑몰 아이온오차드에 해외 1호점을 열었다. © 시사저널 조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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