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되풀이 않겠다” 권오준 회장 승부수 발동했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7 15:05
  • 호수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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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1월 조기 임원 인사 놓고 해석 분분

 

포스코가 1월9일 부사장 2명을 포함해 총 35명의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포스코는 통상 2월초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했으나, 올해는 시기를 한 달가량 앞당겼다. 포스코 역사상 등기임원·계열사 사장 인사 전에 임원인사를 한 전례가 없었다. 이번 인사에 대해 포스코는 “오는 4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전문성과 솔루션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회사 측 설명대로만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권오준 회장의 승부수로 보고 있기도 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권 회장이 권력층과 껄끄러운 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탓이다. 권 회장이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와의 만남을 제외하고는 번번이 정부 주최 행사에 초대받지 못한 것이 그 예라는 것이다. 지난해 6월과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인도네시아 순방에 권 회장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못하자 포스코는 12월 문 대통령 중국 순방에는 아예 오인환 사장을 대상자로 신청했다. 당시 오 사장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세 번 연속 탈락할 것을 우려한 권 회장과 포스코가 논란을 없애기 위해 오 사장을 대타로 내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월10일 가전·IT 박람회 CES에 참석, 관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권 회장의 의사는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회장들처럼 정권에 억지로 떠밀려 자리에서 물러나는 ‘흑역사’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최근 사내 임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하지 못한 사실과 관련해 떠도는 이야기를 믿지 말라”면서 “월급 몇 푼 더 받으려 이 자리를 보전하는 게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여권 내부에 “과거 정권에서 뽑혔더라도 선임 절차상에 문제가 없는 민간기업 CEO(최고경영자)를 무작정 내치는 것은 관치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기류가 퍼진 것도 권 회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관건은 앞으로 진행될 등기임원 및 상장 계열사 임원인사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권 회장이 1월26일 결산이사회 이전에 본부장·등기임원·주요 계열사 사장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비서 출신 측근들이 해외지사로 인사 조치된 것을 주목하기도 한다.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김아무개 전무와 양아무개 상무가 멕시코법인과 중국 모 지역 법인장으로 발령 났고, 수행비서 역할을 했던 HR경영실 소속 남아무개 차장도 지난해 말 미국법인으로 발령 났다. 현재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오인환 사장, 최정우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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