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돈만 빼앗은 게 아니라, 행복마저 빼앗았다"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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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투자 미끼 97억 가로챈 '농아인 대상 사기단' 총책에 징역 20년 중형 선고

고수익 투자를 미끼로 전국 농아인들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농아인 투자 사기단 일명 ‘행복팀’ 총책 등 일당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형사4부(장용범 부장판사)는 1월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총책 김아무개(44)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전아무개(42)씨 등 6명에도 징역 10~14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전국 농아인 150여 명을 상대로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97억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행복팀 투자사기 피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 제공=연합뉴스


법원 “피해 농아인들의 행복을 빼앗은 중한 범죄”

 

이들은 피해 농아인들에게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3개월 이내에 투자금의 3~5배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반인 투자 비중이 99%이고 농아인 투자는 1%에 불과하지만, 일반인과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며 피해 농아인들을 속여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총책인 김씨는 전국 조직을 대전과 경기, 경남, 서울 등 4개 팀으로 나눠 관리했다. 각 팀을 총괄하는 지역 대표는 조직원들을 통해 챙긴 피해 농아인들의 돈을 현금으로 만들어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농아인들은 대부분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집과 자동차, 휴대전화를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대출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당한 농아인들은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급기야 지난해 6월, 50대 한 피해 남성 농아인은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검찰은 1월15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농아인인 피고인이 사기 범죄 단체를 결성해 고수익을 미끼로 농아인들을 상대로 막대한 금원을 편취한 사건이다. 이는 통상의 사기 사건과는 다른 유형으로 피고인의 사기 행각은 가히 살인 행위와 맞먹는 것”이라며 총책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김씨는 “농아인들로부터 10원도 받거나 편취한 적이 없다. 단지 진술만으로 총책으로 몰렸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농아인이면서 농아인들의 지적능력과 심리적 취약점 등을 악용, 5년 이상 100여 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편취했다”며 “이 사건 피해금액 대부분이 변제되지 않고 있어 피해자 상당수가 피의자들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들은 단순히 돈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탐욕을 위해 피해자들의 행복을 빼앗은 것으로, 각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법정 앞에는 피해 농아인과 가족 등으로 구성된 ‘행복팀 투자사기 피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 200여 명이 모여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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