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에 ‘길을 터주오’
  • 고재석 시사저널e. 기자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8.01.24 10:43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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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흥행 홈런’에 《007》 《해리포터》 같은 프랜차이즈化 성공 가능성 엿보여

 

‘프랜차이즈 영화’는 아직 국내 관객들에게 낯설다. 시리즈를 이어간 영화가 그만큼 드물다. 《공공의 적》이나 《여고괴담》, 최근의 《조선명탐정》 정도가 그나마 충무로의 체면을 살려준다. 한데 최근 충무로가 프랜차이즈 갈림길에 놓여 있는 모양새다. 수년간 묵혀 있던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인 건 영화 《신과 함께》다. 《신과 함께》는 국내 영화 사상 처음 1·2편이 동시 제작된 작품이다. 1편만으로 2편 제작비까지 회수하며 ‘대박’을 쳤다. 벌써부터 영화계에서는 3·4편 제작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장편 웹툰이 원작인 터라 영화화할 스토리는 이미 차고 넘친다.

 

분위기를 고조시킨 동력은 역시나 ‘장사’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신과 함께-죄와 벌》은 1월16일 기준 누적 1300만 관객을 넘어서며 《괴물》(1301만)을 제쳤다. 최종 매출액은 1100억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개봉 한 달이 지났음에도 매출액 점유율이 2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개봉 6주 차에 접어들며 흥행세가 많이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3000회 안팎 상영 기회를 얻고 있는 덕분에 순항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명량》(1761만)은 어려워도 《국제시장》(1425만)까지 겨눌 수도 있다는 전망을 마냥 허투루 흘릴 수는 없게 됐다.

 

영화 《신과 함께》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2편 동시 제작한 《신과 함께》…3·4편도 나오나

 

대형 흥행이 미칠 향후 파급효과는 더 크다. 일단 올해 여름 성수기에 2편 격인 《신과 함께-인과 연》 개봉이 기다리고 있다. 2편 역시 흥행대열에 합류할 공산이 높다. 1200만 돌파를 기점으로 2편 제작비까지 회수한 덕에 손익분기점(BEP) 부담도 적은 편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부가판권, 해외판매 수익 등을 고려하지 않은 숫자다. 《신과 함께》는 지난달 22일 대만에서 개봉 후 3주 연속 현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홍콩 박스오피스에서도 기세가 뜨겁다. 해외 수익까지 합산하면 실제 손익분기점은 훨씬 낮아진다. 투자배급사(롯데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리얼라이즈픽쳐스·덱스터스튜디오)는 공히 대박을 친 셈이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3·4편 제작 가능성으로 눈길이 쏠린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와 김용화 감독(덱스터스튜디오 대표)은 공히 후속 제작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프랜차이즈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프랜차이즈는 영화산업에서 효용성이 높은 도구다. 관객들이 스토리라인을 파악하고 있다 보니 보다 손쉽게 관람을 택한다. 이 때문에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좋다. 이를 가장 요령 있게 활용한 문화기업이 ‘할리우드 마블 스튜디오(마블)’다. 마블은 지난 10년간 17편의 영화를 내놔 북미에서만 52억6841만 달러(약 5조636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 세계 누적 수익은 14조5000억원을 웃돈다. 프랜차이즈는 투자금을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복수의 한국영화를 제작한 바 있는 업계 한 관계자는 “할리우드 프랜차이즈는 제작 단계부터 성적이 예상 가능하다. 그간 시리즈를 거듭해 오며 데이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계에는 그게 없으니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고 당연히 리스크를 우려했다”면서 “투자자를 모으는 데는 (프랜차이즈가)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편성하는 극장 입장에서도 프랜차이즈가 주는 장점이 또렷하다. 투자 부문과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황재현 CJ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예컨대 《스타워즈》의 경우 대부분 속편을 기다리지 않나. 이 때문에 기본적인 관객수요를 확보하리라 예상할 수가 있다. (극장으로서는) 이게 데이터다. 일반 영화의 경우 직전 데이터가 없다. 주로 예매율이나 관심도, 시사회 이후 반응을 감안할 수 있는 정도”라면서 “프랜차이즈는 이에 더해 전편 데이터와 반응,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더해져 (관객수요에 대한) 예상을 보다 세밀하게 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스크린 편성에도 분명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프랜차이즈가 고정 장르처럼 자리를 구축했다. 《미션임파서블》 《해리포터》 《어벤져스》 《007》 《스파이더맨》 등이 대표적이다. 할리우드는 프랜차이즈의 상업적 쓸모를 영화계 바깥으로도 늘렸다. 돈을 벌어들일 구석을 이곳저곳에 파놨다는 얘기다. 이게 최근 콘텐츠 산업계에서 각광받는 IP(지적재산권) 극대화 전략이다. 프랜차이즈는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익숙한 까닭에 이를 활용한 상품·게임 등을 만들어내기 좋다. 만화와 영화, 피규어를 넘나드는 《스파이더맨》은 대표적인 성공모델이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지만 《007》 시리즈는 비디오게임 형태로 탈바꿈한 적도 있다. 《셜록 홈즈》는 소설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든다. 영화 《해리포터》가 흥행하면 소설 《해리포터》도 덩달아 판매량이 급증한다.

 

《신과 함께》 원작이 웹툰이라는 점은 프랜차이즈 가능성을 높이는 지렛대다.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작품도 만화나 소설 등이 원작인 경우가 많다.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은 만화에서 출발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007》 등은 소설이 원작이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주임연구원은 “웹툰은 한 에피소드별로 기승전결이 있다. 인기를 얻으면 시즌제로 내러티브 구축도 가능한 형태로 연재된다”면서 “이를 반영한 영화 역시 그 세계관을 줄기 삼아 계속 확장해 나가기에 용이하다. (따라서) 《신과 함께》도 원작 덕분에 시리즈 형태 영화로 출시되는 데 큰 이질성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쇼박스 제공

 

프랜차이즈 영화 장점 많아 기대감 증폭

 

때마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를 표방하는 마블은 올 한 해 프랜차이즈를 연이어 내놓는다.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모은 유일한 프랜차이즈 《어벤져스》는 ‘인피니티 워’라는 명찰을 달고 4월에 출격한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 스파이더맨까지 마블의 프랜차이즈 히어로가 총출동한다. 이미 이 작품은 티저 예고편 공개만으로 하루 만에 2억30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6월에는 떠오르는 프랜차이즈 《앤트맨》 두 번째 편이 스크린에 걸린다. 마블은 우선 다음 달에 새 히어로 영화 《블랙팬서》를 출격시킨다. 프랜차이즈 영화의 대명사 격인 《미션임파서블》 6번째 편도 올해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신과 함께-인과 연》 개봉 전에 이 공습에 맞서는 건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다. 2011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포문을 연 이 시리즈는 2015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 이어 이번에 3편으로 돌아왔다. 시기상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설 연휴에 《블랙팬서》와 전면전을 펼치게 됐다. 바야흐로 ‘한·미 프랜차이즈 전면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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