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조증윤 '성폭력'…경남연극협회 “범죄행위에 반성”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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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방경찰청, 김해 극단 '번작이' 조증윤 대표 수사 착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은 가운데 연극계의 반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남연극협회는 2월26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윤택 연출가와 김해 극단 '번작이' 조증윤 대표의 성폭력은 범죄행위”라고 반성했다. 이어 연극계의 성폭력 사태가 일어난 이유로 “연극은 집단작업이고 도제식 교육으로 이뤄지면서 위계질서를 요구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폐쇄적인 구조가 한몫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뜻도 천명했다. 경남연극협회는 “연극 현장의 권위주의 문화와 폭력, 성폭력 등 인권 침해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면서 “성평등 규약을 마련하고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 공연제작 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했다. 

 

2월26일 연극계 성폭력 사태에 대해 반성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경남연극협회 ⓒ 이상욱 기자

 

연극계 미투 운동은 지난 2월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연출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을 폭로하면서 확산됐다. 김 연출가는 “《오구》 지방공연에 캐스팅됐다. 여관방을 배정받고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밤이었다.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당시 상황에서) 안 갈 수 없었다.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묘사했다.

 

 

'연극계 대부' 잇단 성추행 파문​…여성계 "검찰, 진상규명 나서야"

 

김수희 연출가에 이어 지난 2월18일 서울의 한 대학교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 10여 년 전 극단 번작이에서 벌어진 성폭행 관련 글이 올라오면서 조증윤 대표의 범죄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글쓴이는 당시 자신이 16살이었으며, '지역 연극계의 대부'로 군림하던 당시 극단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한국연극협회는 지난 2월20일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연출가 이윤택을 제명 조치하면서 아울러 법적 조치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월19일 한국연극연출가협회와 서울연극협회는 이윤택씨를 최고 수준의 징계 차원에서 '제명'하기로 의결했다. 또 한국극작가협회도 이씨를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경남연극협회도 김해 극단 '번작이' 조증윤 대표를 영구 제명했다. ‘밀양 연극촌’에서 불거진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사과했다. 

 

극단 번작이 조 대표의 성폭력 의혹에 경찰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2월26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21일 피해 여성과 접촉해 피해 상황 진술을 확보하는 등 극단 번작이 조 대표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 대표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연극계의 성폭력 사태에 대해 경남 여성계도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남 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회원 40여 명은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과 협력해 연극계 전반에 만연한 인권침해 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극계의 성폭력 사태에 대해 검찰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어 협의회는 “피해자가 원할 경우 상담과 의료, 법률지원 등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성추행 고발과 관련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다. 주요 장르별로 문화예술계 성폭력 상담·신고 센터를 오는 3월부터 운영하고, 예술 전 장르에 걸쳐 전면적인 성폭력 실태 조사를 착수한다.​ 

 

2월26일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태를 규탄하고 있는 경남여성복지상담소 협의회 ⓒ 이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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