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호 경남지사 대행 “지방분권 개헌, 반드시 헌법에 명시돼야”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8 10:59
  • 호수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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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준표 흔적 지우기’ 나선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

 

인구 345만 명에 지역내총생산(GRDP) 108조원 규모인 경남도를 이끌고 있는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55)은 자리의 무게를 ‘봉사’라는 한마디로 함축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에 발탁돼 경남지사 권한대행직에 임명됐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홍준표 불통의 상징’이라고 비판받아온 경남도청 정문의 스탠드형 화분 131개를 철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곧이어 2015년 무상급식 재개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교사 8명에 대한 경남도의 고발을 취하하는 등 홍준표 전 경남지사 흔적 지우기에 앞장섰다.

 

그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와 지역공약 추진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면서 여권으로부터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진주시장 후보로 낙점받는 분위기다. 고향이 진주인 데다 경남지사 권한대행을 맡아 지역 내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진주 등 서부 경남 공략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여권에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도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며 출마 결심을 사실상 굳힌 듯한 뉘앙스를 주고 있다. 하지만 도지사 권한대행이란 공직 업무를 지방선거를 위한 발판으로 이용한다는 야권의 비판도 제기된다. 한경호 권한대행을 지난 2월19일 경남도청에서 만났다.

 

© 영남=시사저널 이상욱

 

취임 후 7개월을 평가한다면.

 

“취임과 동시에 도민과 소통·협치할 수 있는 참여도정을 핵심 기조로 삼았다. 공무원 중심의 행정에서 탈피해 도민의 도정 참여를 유도했다. 지역공약 실행 민관협의체와 항공 MRO 사업 범도민 총괄협의체, 중형조선소 정상화 추진 민관협의체 등을 구성해 도민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했다. 그 결과, 항공 MRO 사업자 확정, STX조선해양 선수금환급보증 발급, 6곳의 도시재생뉴딜 공모사업 선정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지난 1월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로 많은 도민들이 아픔을 겪고 있어 도정의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다시는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난안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지사와 행정부지사, 정무(서부)부지사 등 1인3역을 맡고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재미있다. 공직자는 봉사하는 자리다. 도민들에게 ‘무엇을 도와드릴까’를 늘 고민한다. 농업인과 여성, 중소기업 종사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자주 만나 애로를 듣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간담회에서 나온 그들의 요구를 올해 경남도 예산에 적극 반영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장애길 조성 예산과 낙농가 착유 세척수 처리시설 지원 예산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예산 편성 관행을 벗어나, 자신들의 요구가 반영되자 도민들이 너무 좋아한다. 1인3역을 수행하면서 행정을 공급자 중심이 아닌 도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펼쳐야 함을 새삼 깨달았다.”

 

 

지난해 12월 경남이 항공 MRO 사업자로 확정됐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항공기 정비사업(MRO)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일컬어진다. 그만큼 일자리 창출과 지역발전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경남은 항공기 제조사인 KAI를 중심으로 항공 MRO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고, 민·군 항공기 정비업 경영에 필요한 역량을 이미 갖췄다. 사실 과거 사천 부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위성발사체 발사장 우주센터를 유치하지 못해 사천 시민들께 송구한 마음을 가졌다. 이제 그 짐을 좀 덜게 됐다. 경남도는 사천시·KAI와 함께 올해 8월 항공 MRO 전문법인을 설립하고, 사천시 사천읍 용당리 일원에 31만1880㎡의 항공 MRO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항공 MRO는 진주와 사천을 중심으로 항공국가산단을 형성할 수 있는 큰 선물이다.”

 

 

STX조선해양 등 중형조선소 살리기에 대한 성과는 어떤가.

 

“현재 정부의 중형조선소 컨설팅이 마무리 단계다. 정부는 이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조선산업 혁신성장 추진방안’을 3월 중으로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각각 5700억원과 36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지역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중·대형 탱커 등 주력선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만약 이 업체들이 사라지면 세계 1위를 선점한 중형 탱커와 중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중국에 내줄 판이다. 이는 관련 부품 제조업체와 대형조선소에도 타격을 입혀 우리나라 조선업 생태계 전반이 위태로울 수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중형조선소 정상화 민관협의체를 개최해 중형조선소 정상화를 촉구하는 범도민 호소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또 3월 발표 예정인 정부의 조선산업 혁신성장 추진방안에 경남도 내 중형조선소 정상화 대책이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와 채권은행에 요청하고 있다.”

 

 

최근 지방분권 개헌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 경남도는 전국 광역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전 시·군에 지방분권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지방분권 개헌을 선도하고 있다. 지방분권은 말 그대로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어 지역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다. 과거와 같이 중앙정부가 모든 법과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기 위해선 지방정부가 독립적인 입법권과 조직권, 제정권을 통해 정책을 펼쳐야 한다. 분권개헌은 국가 체제와 운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대한 일이니만큼 반드시 헌법에 명시돼야 한다. 경남도는 ‘자치분권 TF’를 만들고 ‘자치분권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권한대행직 수행이란 공직 업무를 사실상 지방선거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되는데.

 

“취임 당시 지역 현안이 많았다. 현장을 찾아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해야 했다. 취약계층을 우선 배려하는 등 진정성을 갖고 일했다. 소통과 협치로 행정 패러다임을 바꾼 것도 그 일환이다.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공직문화를 만들고, 경남도정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루 3곳 이상의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결코 선거나 치적을 염두에 두고 일하지 않았다. 성실하게 도민들을 만나 대화하고 어려운 곳을 살피는 소임을 다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진주시장 차출론이 무성하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나.

 

“진정성을 갖고 현장 행정을 펼치는 모습에 지역 일꾼으로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주위의 요청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고심한 이유다. 이제 도정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등 상황도 변했다. 지방선거에 나설지, 권한대행을 계속 수행할지 곧 결정하겠다.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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