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분열의 원인은 한학자 총재의 신격화에 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8 09:24
  • 호수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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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석 한국메시아운동사연구소장 “총기 결혼식 책임, 韓 총재에게도 있다”

 

지난 2월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7남 형진씨(전 통일교 세계회장 및 한국총회장)가 이끄는 미국의 한 교회가 신도들에게 소총을 들고 합동결혼식을 올리게 해 논란이 됐다. 형진씨는 과거 통일교의 후계자로 지목됐으나, 문 총재 사망 3년 후인 2015년 완전히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세계평화통일안식처(생추어리 교회)를 세우고 독자적 노선을 걸으며 반(反)통일교 행보를 보여왔다. 김종석 한국메시아운동사연구소장은 ‘총기 결혼식’을 비롯한 형진씨의 행보 원인을 ‘통일교의 분열’에서 찾았다. 통일교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분열 사태를 역사적 관점과 참여관찰로 연구해 《통일교의 분열》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김 소장은 “한학자 총재에 대한 신격화가 결국 통일교의 분열을 불러일으켰다”며 “총기 결혼식과 같은 사태가 오도록 원인을 제공한 것 역시 한 총재와 현 교권”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석 한국메시아운동사연구소장 ©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7남 형진씨가 세운 생추어리 교회의 ‘총기 결혼식’이 논란을 빚었다.

 

“총기 결혼식 자체가 충격적이다. 사실 형진씨의 현재 모습은 이전부터 예측됐던 것들이다. 총을 가지고 행사를 하는 모습도 재작년부터 보여왔다. 그러나 특히 축복식이라 불리는 결혼식은 통일교 내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다. 총기를 들고 결혼식을 한다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통일교 측은 생추어리 교회가 통일교의 원리와 비전에서 이탈해 독자 노선을 걸어온 집단이라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더 놀라운 것은 총기 결혼식에 대한 통일교의 태도다. 7남인 형진씨가 벌인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올 수밖에 없도록 불을 붙인 것은 한학자 총재다. 과거 통일교는 형진씨에게 상상도 하지 못했던 ‘후계자’라는 바람을 넣었고, 종교에 심취한 형진씨가 이상한 통일교의 스타일을 만들 때까지 아무 제재도 하지 않았다. 현재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형진씨가 이러한 일을 벌이는 것은 한 총재에 대한 복수 차원도 있다고 본다.”

 

 

통일교는 후계와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7남 형진씨는 통일교 후계자로 지목됐던 인물인데.

 

“장남과 차남이 일찍 세상을 뜬 이후 3남인 현진씨가 후계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현진씨의 개혁적 시도에 대한 내부 반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진씨는 참부모(문선명·한학자 총재)를 비롯한 참가정도 도덕적이어야 하고, 사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개혁을 강조했다. 또 참부모는 숭배 대상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자 했던 사명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한 총재와 통일교 간부들의 욕망이나 계산과는 배치됐다. 이때 한 총재가 불러들인 것이 4남인 국진씨와 7남인 형진씨다. 결과적으로 한 총재가 동생들과 현진씨의 갈등 구도를 만들었고, 결국 형진씨가 후계 자리에 들어오게 됐다.”

 

 

문선명 총재가 타계한 후에는 후계로 지목된 형진씨가 아닌, 한학자 총재 체제로 통일교가 운영되고 있다. 형진씨 측 역시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 총재와 교권의 계산에 따라 현진씨가 후계에서 밀려났고, 그 과정에서 국진씨와 형진씨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막상 문 총재가 돌아가신 후에는 한 총재가 절대자가 됐고, 후계로 지목된 형진씨는 밀려났다. 문 총재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한 총재의 태도가 변하면서, 모자(母子)간 갈등도 시작됐다. 한 총재는 2013년 공식적으로 국진씨를 해임하고, 후계로 지목된 형진씨를 미국으로 보냈다. 명목은 형제간 분쟁 종식과 차녀인 인진씨의 혼외 출산 사건을 수습하라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쫓아 보낸 것이다.”

 

 

문 총재가 사망한 이후 한 총재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인가.

 

“문 총재가 사망한 이후 한 총재의 스피치 내용이 바뀌었다. 이제는 내가 중심이라는 것이다. 한 총재가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다는 속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여러 부분에서 확인된다. 한 총재는 문 총재가 입원한 이후 《천성경(통일교의 경전)》을 개정하는 회의를 했다. 이것을 개정한다는 것은 문 총재의 정체성을 흔들겠다는 노골적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 명칭을 ‘하늘아버지’로 바꾸는 등 종교적으로 봤을 때 중요한 어젠다의 변화가 그 당시 이뤄졌다. 형진씨는 한 총재가 문 총재를 안락사시키려고 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세계회장을 맡고 있던 형진씨는 통일교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미국에 간 형진씨는 독자적인 종교적 모임을 가졌다. 그러다 2015년부터 노골적으로 어머니와 통일교 교권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한 총재를 ‘바빌론의 음녀’ ‘타락한 해와’라고 언급하며 공개 비난했다. 형진씨는 어머니와 간부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세계회장직을 박탈당했다.”

 

 

참가정을 가치로 삼는 통일교 내부에서 모자(母子)간 갈등이 격화됐다는 점 때문에 많은 비판이 나왔다.

 

“형진씨의 행동도 비판해야 하지만, 참가정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형진씨를 ‘어머니를 욕하고 저주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낸 것은 한 총재와 교권이었다. 외부 사람들은 형진씨의 이번 총기 결혼식 역시 ‘통일교의 사태’라고 인식한다. 그 원인이 된 통일교 측이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종교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 총재가 주장하는 교리가 기존 통일교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작년에 세계신종교학회에서 세미나를 하면서 관련 내용을 발표한 적이 있다. 종교학적으로 볼 때 (한 총재의 통일교는) 다른 종교다. 문 총재의 인식은 참된 가정을 이룸으로써 하나님의 사명을 이어받겠다는 것이었다. 통일교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문 총재의 혈통을 인식하는 것인데, 한 총재는 그걸 부정했다. 한 총재는 문 총재는 타락한 혈통이고 원죄가 있는 사람인데, 독생녀(獨生女)인 자신이 결혼을 해 주면서 문 총재의 혈통이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교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부정했기 때문에 종교적으로는 다르다고 판단할 수 있다.”

 

 

통일교 내에서 독생녀 교리에 대한 비판은 없나.

 

“현재는 독생녀라고 하는 그 교리가 통일교에서도 가장 중요한 교리가 됐다. 선문대(통일교 재단이 설립한 선문대학교) 내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독생녀 주장을 근거로 논리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에 대한 반발도 많다. 독생녀 주장에 대해 현장에 있는 교구장들이 반발하는 내용을 담은 내부 녹취가 공개되기도 했다. 드러내 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일 뿐이다. 한 총재는 모계혈통이라며 딸인 선진씨를 후계자로 삼았다. 어떻게 보면 독생녀론을 인정하는 자녀를 허수아비로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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