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묵은 '신공항' 논란, 부산·대구시장 선거戰서 재점화
  • 부산·대구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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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의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공약에 대구지역까지 '술렁'

 

지난 2016년 용역을 받은 프랑스 공항 설계·엔지니어링 업체의 용역 조사 결과에 따라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된 당시 박근혜 정부의 '남부권(동남권)신공항 백지화' 방침이 정권 교체 뒤 처음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김해공항의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나오기 시작한 '활주로 위치 변경' 논란이 '김해신공항 추진 재검토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쪽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논란은 '지방권력 교체'의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점쳐지고 있는 여권의 부산시장 선거 후보가 공약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촉발됐다. 

 

한국당 후보인 서병수 시장과 지난 선거에 이어 또다시 리턴매치를 벌이게 된 오거돈 민주당 후보는 지난 2월말 선거 출마 선언때부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고, 서 시장의 '가덕도 신공항 유치 실패시 시장직 사퇴' 공약 불이행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오 후보의 가덕도신공항 공약은 부산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것으로 물론, 대구지역의 최대 현안 문제인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맞물려 PK와 TK의 '지역 갈등'의 불쏘시개로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17일 부산 동구 YWCA에서 열린 부산시장후보 지방분권실천 시민 협약식에서 부산시장 예비후보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박주미 예비후보, 서병수 부산시장,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예비후보, 바른미래당 이성권 예비후보. ⓒ 연합뉴스
 

吳 "가덕신공항은 부산시민의 요구" vs 서병수 시장 "1대1 끝장토론하자"

  

자유한국당 부산시당는 지난 5월2일부터 매일같이 오거돈 민주당 예비후보에 대해 가덕도신공항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가덕도 신공항을 주제로 서병수 시장과 1대1 끝장토론을 하자"고 역공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당은 "오 후보는 가덕신공항을 재추진하면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중앙정부와 사전 상의도 없었고, 시 단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타 지자체와의 갈등해결 방안도 고려하지 않았다"며 "김해신공항과의 동시추진 문제 또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후보의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공약은 말만 화려하고 알맹이 없는 전형적인 아마추어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며 "여당 후보의 제1공약이 이토록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서 후보 또한 5월4일 불교방송과 인터뷰에서 "지난 2016년에 결정될 당시 부산시민들 65% 이상이 김해신공항을 찬성했다. 지금 국토부가 진행하고 있고 문 대통령께서 영남의 관문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사항을 선거철이라고 재거론하는 것은 나쁜 언행이다. (그래서) 1대 1 토론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거돈 선거캠프는 논평을 통해 "(서 시장이)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뒤처져서인지 꼼수를 쓰고 있다"며 "가덕신공항은 부산시민의 요구"라고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시민의 뜻을 따르는 나와 논쟁할 것이 아니라 가덕신공항 공약 폐기에 대해 사과부터 하시라"며 "쓸데없는 소리를 계속하는 것 보니 자신이 했던 '가덕도 출마선언’을 잊으신 것 같다"고 힐난했다. 

 

오 후보의 신공항 재추진 공약은 지난 2월28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동북아 해양수도 건설을 위한 그랜드플랜'과 함께 발표됐다. 오 후보는 당시 "가덕신공항은 부산신항과 유라시아 철도의 연계로 육해공 글로벌 복합교통망 구축을 가능하게 해 글로벌 물류거점으로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현재 국토부가 추진중인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 4월17일 부산 동구 YWCA에서 열린 부산시장후보 지방분권실천 시민 협약식에서 서병수 시장과 오거돈 후보가 서로 등을 보이고 있는 모습.
 

대구 일간지, 일제히 "가덕도신공항 현실화 가능"…전략적 대응 필요성 제기

 

이같은 오 후보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의지는 지난해 초 대구시가 추진하던 통합 신공항 규모가 김해공항을 넘어서는 것으로 얄려진 뒤 부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조성된 지역의 반발 기류에 맥이 닿아 있다.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은 2026년까지 활주로(3.2㎞) 1개 신설과 국제선 청사신축 등을 통해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는 5조9600억원 가량이다. 이에 반해 대구 K-2(군) 공항과 대구국제공항(민간)을 통합 이전을 추진하는 대구시의 방안은 군·민간 항공기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활주로 2개 이상(3.5km) 건립하는 내용으로, 총 사업비는 7조2500억원 가량이다. 

 

오 후보는 선거 출마회견에서 이같은 두 신공항의 건설비 차이를 지적하며 "6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투자해 현재 김해공항보다 못한 공항을 건설해서야 되겠느냐. 전 정부가 결정한 사업이니까 다소 문제가 있어도 추진해야 된다는 논리는 참으로 한심스럽다"고 신공항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김해신공항 건설비는 전액 국비인 반면, 대구신공항의 경우 현재 부지를 팔아 마련해야 하는 이전비용이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대구·경북지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에서는 K2 공군 비행장과 함께 일반 비행장을 통째로, 또는 분리해 이전하느냐를 놓고 시장 후보끼리 첨예한 논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장 유력 후보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 공약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대구 정치권에서 최근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공약에 제동을 걸고 나선 대표적 인물은 한국당 강효상 의원이다. 강 의원은 지난 4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꾼의 터무니없는 선동이 일어났다.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공약은 대구경북에 대한 배신이자 도발"이라며 오 후보의 사과와 함께 자진 사퇴까지 거론했다. 강 의원의 문제제기를 시발점으로 대구지역 유력 일간지들도 사설 등을 통해 부산지역 여론을 경계하며 '가덕도신공항'의 문제점을 일제히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현재 대구시장 선거에서 임대윤 민주당 후보는 분리 이전을, 현 시장인 권영진 한국당 후보는 통합이전, 김형기 바른미래당 후보는 통합이전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

 

매일신문은 지난 4월5일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가덕도신공항 위해 대구·경북 이용 말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가덕도신공항 논란은 10년 가까이 대구·​경북과 부산의 갈등을 조장해 왔기에 넌더리가 날 정도다. 오 후보가 '흘러간 노래'를 틀면서 이전투구의 장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 지도층은 정신차려야 한다. 편을 나눠 대구공항을 옮기느니 마느니 싸우기만 할 뿐, 지역발전을 위한 치열함이나 열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신을 놓고 있다간 가덕도신공항이 현실화될지 모른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영남일보 또한 4월12일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전략적 대응 절실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김해신공항 건설 반대 목소리는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여론과 궤가 같다.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단순히 부산시민의 표심을 얻기 위한 구두선(口頭禪)으로 치부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부산의 경제계 및 정치권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물밑 작업이 이뤄져 왔다. 부산시장 당선이 유력한 오거돈 후보가 지방선거 후 여론을 거스르면서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약을 없던 일로 돌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대구의 전략적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대구시장 선거에서 대구공항 이전과 관련해 임대윤 민주당 후보는 분리 이전을, 현 시장인 권영진 한국당 후보는 통합이전, 김형기 바른미래당 후보는 통합이전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후보들은 대구공항 통합 이전 여부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당 소속 오거돈 후보의 '가덕도신공항' 공약을 놓고 향후​ 토론회 등에서 첨예한 논리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5일 김해시청 앞 공영주차장에서 열린 '소음·안전 대책없는 김해신공항 반대 시민 행동의 날' 집회에서 주민 대표 등이 김해신공항 결사반대를 다지며 삭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총선 직후 '김해공항 확장' 결론났지만…'소음 문제'로 여론 악화 

 

한편 불씨가 되살아난 영남권 신공항 갈등의 시작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발생한 중국민항기의 김해공항 추락사고 이후 김해공항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 북항재개발종합계획보고회 간담회에서 신공항을 공식검토하라고 건설교통부 장관에 지시하면서다. 건교부는 이듬해 11월 1단계 용역을 통해 신공항 건설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후 신공항 위치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2곳으로 압축됐다.

 

하지만 유치경쟁 과열현상과 함께 지역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2011년 이명박 정부는 후보지 2곳 모두 부적합판정을 내리고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했다. 꺼진 것처럼 보이던 신공항 사업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면서 되살아났다. 이후 지난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서병수·오거돈 후보 여야 후보 모두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서 시장은 '유치 실패할 경우 시장직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공약에 담아 지금껏 사퇴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또한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산에서 국회의원 5명만 뽑아준다면 신공항 착공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총선 부산 지역구에서 더민주당 의원 5명이 당선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결국 지난 2016년 6월 정부는 프랑스 파리공항 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한 용역 결과를 통해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의 활주로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김해신공항' 방안을 확정했다.​ 그 이후 2017년도에 들면서 김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김해신공항' 소음에 대한 대책 부실 문제가 부상하면서 정치권으로 논쟁이 옮아갔다. 김해지역에 지역구를 둔 김경수·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애초에 영남권 신공항이 24시간 관문공항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결론이 났다(김경수). 근본적인 소음 피해 대책이 없다면 가덕도로 가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대안(민홍철)"이라며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경남도와 김해시 또한 "김해신공항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활주로 위치 변경 등을 통한 소음 최소화나 김해시민들이 동의하는 보상대책이 마련된 후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의 소음대책 수립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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