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제품’이 특허까지 받았다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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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의 the건강] 놀이방 매트·화장품·자동차용 필터·마스크팩 등 생활용품에 방사성물질 광범위하게 사용

 

 

이번 '라돈 침대'에 사용한 방사성물질이 66개 업체로도 판매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살펴봤더니 일부 어린이용 놀이방 매트·화장품·자동차용 필터·마스크팩 등 생활용품에 방사성물질이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제품은 모두 특허까지 받았습니다. 한 놀이방 매트는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나오는 친환경 제품으로 특허청에 등록됐고, 한 화장품은 아토피성 피부염용으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자동차용 필터와 마스크팩도 음이온 발생 특허품으로 둔갑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음이온 제품'이라는 점입니다. 음이온은 건강에 좋다는 믿음과 이를 이용한 마케팅이 맞아떨어지면서 음이온 제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처럼 음이온으로 특허를 내준 제품이 18만개라고 합니다. 한 화학 전문가는 이렇게 많은 생활용품에 방사성물질이 사용된 사실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등의 인증을 받은 음이온 제품도 있습니다만, 국내 음이온 제품 대부분은 방사성물질로 만듭니다. 실제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해 생활 주변 방사선 실태를 조사했더니 음이온이 나온다고 광고하는 제품 75개 가운데 57개에서 방사선이 초과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5월1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제5차 안전사회소위원회에서 '라돈 침대' 피해자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소비자원 등 관련 부처 정책 담당자들이 참석한 '라돈 방사성 침대 관련 부처 긴급 현안점검회의'를 방청하고 있다. ​

 

업체가 음이온 물질로 알고 사용한 게 사실은 방사성물질이었던 겁니다. 그 방사성물질은 모나자이트입니다. 정부 기관이 조사한 결과, 음이온 제품의 90%는 방사성물질인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모래가루 같은 모나자이트는 대부분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모래 또는 분말 형태로 생산된 천연 방사성 광물입니다. 여기에서 라돈이 검출됩니다. 

 

모나자이트에서는 음이온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음이온 측정기를 모나자이트에 대면 반응합니다. 이는 모나자이트에서 음이온이 방출되는 게 아니라, 방사성물질로 인해 공기 분자가 깨져 음전하를 가진 물질이 검출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한 화학 전문가는 음이온을 발생하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까지 강조합니다. 방사성물질로 만든 '음이온 제품'은 건강에 도움을 줄까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권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음이온의 건강상 이로운 영향은 학술적으로 밝혀진 자료가 없다. 음이온에는 방사성물질이 함유돼 있으므로 방사선이 방출되고 이것을 수년 동안 사용하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이들 제품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적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방사선량의 문제가 아닙니다. '음이온 제품' 즉 '방사능 제품'을 방치한 정부의 문제입니다. 또 정부는 음이온 제품에 방사성물질을 사용한 사실을 알고도 애써 모른 척했습니다. 오히려 이런 제품에 특허까지 내줬습니다. 

 

모나자이트 수입 업체는 연간 20톤 미만의 모나자이트를 취급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원안위가 모나자이트를 관리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따지면, 지난 5년 동안 약 100톤의 방사성물질이 생활용품이 사용된 셈입니다. 이쯤 되면 정부는 국민에게 관련 사실을 밝히고 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모나자이트를 관리하는 원안위 수장은 이 분야 전문가이지만, 국민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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