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시작되자 검찰 간부 잇달아 영입한 KT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9 09:44
  • 호수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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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회장은 그동안 ‘KT의 구원투수’로 알려져 왔다. 경영 합리화와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 회사를 단기간에 흑자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KT는 2015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을 인정받아 황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도 성공했다. KT 측도 그동안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사상 최대 위기에서 벗어나 KT 경영이 정상화됐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주요 증권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황 회장 취임 이후 실적과 주가, 시장점유율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이동통신 3사 중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시사저널 1493호 '[단독] KT 황창규 회장 4년 경영 성적표 낙제점' 기사 참조) 

 

 

황창규 회장을 둘러싼 이슈는 경영 능력만이 아니다. 황 회장은 4월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20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KT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국회의원 90여 명에게 ‘쪼개기 후원금’을 건넨 정황이 사정기관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1월31일 KT 분당 본사와 광화문 지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황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쪼개기 후원에 황 회장이 관여했는지, 별도로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경찰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경찰 조사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양진호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법무실 상무로 최근 영입했다. 양 상무는 사법연수원 29기로, 2002년부터 대전지검 및 대구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수원지검 특수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를 거친 ‘수사통’이다.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김앤장 변호사로 있다가 KT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10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직원들이 출입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최근에는 양희천 전 대검 사무국장도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 감사로 영입했다. 대검 사무국장은 검찰 일반직 공무원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검찰 내 일반직 업무를 총괄하고, 검찰 수사관 등의 인사에도 일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사무국장 역시 서울중앙지검 범죄정보과장과 공안과장 등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중순 ‘우병우 라인’ 의혹을 받으면서 면직됐지만 현직 수사관에 대한 영향력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그를 올해 1월 KT에스테이트의 감사로 영입하면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KT 주변에서는 이들 임원이 경찰수사가 시작된 직후 영입됐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경찰수사 후 검찰에 송치될 때를 대비한 일종의 ‘바람막이’ 역할이 아니냐는 것이다. KT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T는 2월에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정권 초기 외풍을 막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며 “최근 잇달아 영입된 검찰 고위직 역시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 ‘쪼개기 후원’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될 것에 대한 대비 차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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