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 굳히려는 오거돈에 서병수 "재산 문제" 총공세
  • 부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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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선거, 1995년 이후 한국당 불패 역사 막 내리나

6·13 지방선거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지방선거에서 보수성향을 보여온 바닥 민심과 달리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후보들간 지지율 격차가 적지 않은데다가 향후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 불과 2만701표차(1.31%포인트)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의 캠프는 이번 선거에서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며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서 후보 측의 거센 반격에 대한 수위 조절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서 후보 캠프의 잇단 의혹제기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자칫 네거티브전으로 흐를 위험성 탓에 맞장 토론을 피하며 '아웃 복싱'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지지율 차이로 어려움을 겪던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 캠프의 움직임은 최근들어 부쩍 바빠졌다. 이틀이 멀다하고 오 후보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등 분위기 반전에 총력을 쏟는 모습이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상대방 흠집내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를 수 있는 결정적 한방을 내놓을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다.   

 

이들 유력후보들의 기세 싸움 속에 바른미래당 이성권, 정의당 박주미, 무소속 이종혁 후보 또한 중도 사퇴 없는 완주를 강조하며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한 고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일각에서 중도를 포함한 보수 성향 후보끼리 단일화 필요성도 제기됐으나, 5월28일 투표용지 인쇄작업이 진행되면서 더 이상 이에 관한 얘기들은 들리지 않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자유한국당 서병수, 바른미래당 이성권, 정의당 박주미, 무소속 이종혁 후보. ⓒ 연합뉴스


徐, 상대 후보 '재산 문제' 총공격…吳, "가짜뉴스" 법적 대응 


유력후보끼리 다시 맞붙은 이번 선거가 지난 4년 전 선거와 가장 다른 점은 서병수-오거돈 두 후보를 둘러싼 정치 환경의 역전 현상이다. 4년 전 제6대 민선 부산시장을 뽑는 2014년 6·​4 선거에서는 투표일 50일을 앞둔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과 그 후 한달 지난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세월호 사건은 당시에도 정부의 늑장대처에 따른 후폭풍으로 여당(당시 새누리당) 지지도를 출렁이게 했지만,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면서 담화를 읽어내려가는 모습을 TV로 본 많은 유권자들은 또한번 표심을 정하는 데 갈등을 겪었다. 당시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서병수 후보 캠프 모두 오 후보의 박빙 우위를 점치는 가운데 발생한 '박 대통령의 눈물 마케팅'은 결국 서 후보의 막판 뒤집기로 이어졌다는 데 두 후보측 선거 관계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이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도 속에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이란 대형 이슈로 인해 여당 소속인 오 후보에 불리한 선거 막판 돌발 변수 여지는 상대적으로 그만큼 줄어든 분위기다. 더욱이 '홍준표 막말' 프레임에 갇힌 한국당의 지원 유세 또한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 후보가 돌파구를 찾을 방안은 오 후보의 비리 등 자질 문제를 집중 부각, 유권자들의 표심을 돌리는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한 듯 서 후보 캠프는 지난 5월20일부터 오 후보의 재산 문제에 초점을 맞춰 융단 폭격에 가까운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부산지역 대표 철강기업으로 꼽히는 대한제강의 부동산 소유 현황을 파악한 서 후보 캠프는 "오 후보의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공약 배경에 대한제강 대주주들의 재산 증식 목적이 있다"며 20일 첫 포문을 열었다. 대한제강은 오 후보의 부친이 설립한 회사로, 오 후보를 포함한 오씨 일가가 주식의 49.25%에 해당하는 1213만9239주를 소유하고 있다. 이어 22일에는 대한제강의 주식거래 과정에서 오 후보가 미공개 내부자 정보를 이용, 대차거래로 개미투자자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또한 27일에는 오 후보가 지난 2012년 3월부터 2년 동안 BNK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재임하면서 엘시티에 대한 최초 200억원의 특혜대출에 대한 연루 의혹까지 제기했다. 말하자면 부동산, 주식, 사외이사라는 '재테크 3종 세트'를 이용해 오 후보가 현재 70여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후보 캠프는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자행했다며 김범준 한국당 시당 부대변인과 함께 서병수 후보를 부산지검에 고발했다. 오 후보 선대위는 서 후보 측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29일 오후에는 SNS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부산지방경찰청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수사의뢰 및 고발장을 제출했다. 오 후보 캠프는 수사의뢰 및 고발장에서 “가짜뉴스 유포자들이 최근 네이버 카페·밴드, 페이스북 등에서 악의적으로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4월17일 서병수 시장과 오거돈 예비후보가 부산 동구 YWCA에서 열린 부산시장후보 지방분권실천 시민 협약식에서 인사 후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吳 캠프, 맞장 토론 회피 '아웃복싱' vs 徐 캠프, '토끼와 거북이論' 확산

 

오거돈 후보 캠프는 서병수 후보 캠프가 주장하는 맞장 토론도 가급적 회피하겠다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덕도신공항' 논쟁을 둘러싼 서 후보 측의 '끝장토론'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자칫 상대방의 거친 네거티브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오 후보 측은 29일 예정돼 있던 언론사 초청 토론회에도 개최 전날에 불참을 통보해 행사를 주최한 언론사들을 당황시켰다. 이날 토론회는 국제신문과 부산CBS를 비롯해 유선방송사업자와 공동으로 한달 전부터 추진된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의 후보들만 대상으로 삼은 결과, 오거돈-서병수 양자 토론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 후보 캠프는 토론회를 사흘 앞둔 지난 25일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후보자 전원 초청 토론회 제안을 수용한다는 보도자료를 낸 뒤 이날 전격적으로 불참 통보를 주최측에 보냈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오 후보 캠프가 각종 여론조사의 우세를 바탕으로, 사실상 판세 굳히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 후보 측 의혹제기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동시에 법적 조치를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차단하면서, 정책선거로 유도하는 '아웃 복싱' 스타일을 구사하는 인상이다. 

 

다급해진 서 후보 캠프에서는 최근 '토끼와 거북이' 경쟁론마저 흘러나온다. 토론을 회피하는 오 후보의 태도가 서서히 선거판을 달궈 온 서 후보에게 결국 추월 당할 것이란 얘기다. 서 후보 캠프는 이같은 논리의 배경으로 여론조사의 허점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20% 안팎으로 지지도 격차를 보인 여론조사는 휴대폰을 통한 표본(무선전화번호 가상번호 통신사 제공)이 60~80%로, 제대로 바닥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허구란 것이다. 지난 2016년 4·​13총선에서 도입된 안심번호제를 통한 이같은 여론조사 방식은 당시에도 개표 뒤 예측과 다른 결과를 곳곳에서 빚었다는 게 서 후보 측 주장이다.

 

서 캠프 관계자는 "같은 여론조사기관이 같은 방법으로 기간을 달리해 일정한 여론 추이를 보이는 것은 참고할 만하지만, 정국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부산지역의 특성상 리딩 후보들의 지지율 격차가 20% 가량을 보이는 여론조사를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오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는 인정하지만, 지지율 차이는 이미 박빙 수준으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오 후보 캠프는 바닥 민심이 이미 지난 4년간 부산시정을 이끌어 온 서병수 후보를 떠난 것으로 결론났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제1 야당의 경우, 대선 후보군의 지원유세가 선거바람에 영향을 미치곤 했던 예전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그같은 변수마저 없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캠프 관계자는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맞느냐를 놓고 '갑론을박' 할 것 없이 서병수 시장의 무능함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와 바닥 민심을 잘 읽어야 한다"며 "서 후보 측이 '아니면 말고'식 흑색선전과 비방을 계속하는 것은 선거문화를 더럽히는 것은 물론 부산시민을 기만하는 비겁한 정치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시장 후보 지지율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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