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시대③] 6·13 결과, 더 강력해진 진보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 10:26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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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1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헌법에 의해 파면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이후 조기대선을 통해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70%를 웃도는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민의 신임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통한 비핵화에 한발 다가서면서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구해 냈다.

 

동시에 보수의 최대 무기였던 ‘국가 안보’는 한반도 평화 국면 속에서 설 곳을 잃었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은 항간(巷間)에 떠돌던 소문의 조각들이 조금씩 수면에 드러나면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광장을 촛불로 수놓았던 시민들은 그렇게 어둠을 물리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아침을 열었다. 

 

새로운 나라를 꿈꿨던 시민들은 6·13 선거를 통해 또다시 준엄한 메시지를 던졌다. 집권 세력에겐 대립보다는 대화를, 경쟁보다는 상생을, 이윤보다는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리로 얼룩진 보수진영엔 뼈를 깎는 혁신을 명령했다.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지방권력마저 진보·개혁을 표방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주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 더욱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오른쪽을 보고 달리다가 서서히 왼쪽으로 전환하던 국가 정책은 점차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2018년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진보의 시대다.​ 

더불어민주당은 6·13 선거에서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6월13일 선거 개표종합상황판에 당선 배지를 붙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진보의 힘은 더욱 강화됐다. 6·13 선거 결과를 19대 대선 때와 비교하면 더욱 공고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석 중 14석을 확보했다. 사상 처음으로 PK(부산·울산·경남)에서도 승리하며 지역구도마저 무너뜨렸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홍준표 당시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던 지역이다. 

 

‘미니 총선’으로 불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12석 중 11석을 얻어 제1야당 자유한국당과의 의석수 차이를 크게 벌렸다. 서울(최재성·김성환)과 인천(맹성규) 등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윤준호), 울산(이상헌), 김해(김정호) 등 영남에서도 완승해 전국 정당 면모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당은 단 한 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경북 김천에서 송언석 의원이 무소속 후보에 신승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국회 의석수는 민주당 130석, 한국당 113석, 바른미래당 30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무소속 6석이 됐다. 범여권이 무난히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된 셈이다.

 

민주당은 전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압승했다. 특히 총 71곳의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려 67곳을 차지했다. 열세로 판단됐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2곳을 확보했다. 한국당은 나머지 4곳에서 기초단체장을 내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보수 성향이 강했던 서울 강남 3구, 휴전선 접경지역 등에서도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며 보수 텃밭을 위협했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824명 가운데 647명(78.5%)을 차지하며 지방의회 권력을 완벽하게 거머쥐었다. 특히 부산 광역의원 42명 가운데 38명을 차지한 점은 이례적인 결과로 보인다. 지역구 기초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비록 TK(대구·경북)에서 졌지만 과거와 달리 표 차이를 10%포인트 안팎으로 좁힌 데다 사상 처음으로 PK 지역에서도 압승하면서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게 됐다. 한국 정치 특유의 지역구도 속에서 한 정당이 이토록 전국을 휩쓴 적은 없었다. 보수정당이 완승했다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12곳을 차지한 게 그나마 가장 유사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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