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공포증①] ‘예멘 난민’과 맞닿은 혐오 또는 공포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3 14:35
  • 호수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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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 문제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이슬람 공포증’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 문제가 뜨거운 논란거리로 자리 잡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난민 수용 반대 청원글의 참여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유럽 등 서방 선진국의 이슈로만 생각했던 ‘난민 문제’가 한국 사회의 피부 깊숙하게 와 닿은 것이다. 

 

예멘 난민 문제는 ‘이슬람 혐오’ 의식과 맞닿아 있다. 예멘이 이슬람 국가라는 점에서 난민 입국 반대 여론이 높아진 측면도 보인다. 특히 이슬람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급속히 퍼져 나가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슬람은 신도 수 기준으로 현재 세계 2위의 거대 종교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존재다.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이 갖는 이미지는 영화 속 테러 집단과 광기에 가득 찬 원리주의자들이다. 

 

© 일러스트 정찬동



유럽에 거세게 부는 ‘이슬람 혐오’ 바람

 

이슬람 혐오의 학술명은 ‘이슬라모포비아’다. 이슬람이란 단어에 포보스(Phobos·그리스어로 공포)가 합쳐진 합성어로 이슬람 문화권과 무슬림, 혹은 이슬람 자체에 대한 공포심이 발전해 혐오감까지 느끼는 현상을 총체적으로 일컫는다. ‘인종주의와 불관용에 대항하는 유럽위원회’(ECRI)는 이슬람 혐오를 형태 및 강도와 무관하게 반인권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의 이슬람 혐오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멀게는 십자군전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다. 다만 최근 이슬람 혐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유럽 내 급증하는 무슬림 인구에서 기인한다. 2017년 11월30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럽으로 유입되는 무슬림이 2016~17년과 같은 추세를 유지한다면 2050년에는 유럽 내 무슬림이 7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유럽 전체 인구의 14%에 육박하는 수치다. 

 

무슬림 인구가 급증하면서 유럽 내 무슬림에 대한 공포도 확산돼 갔다. 이는 정치적 성향에서도 나타난다. 기존의 유럽은 ‘통합과 관용’이라는 원칙을 지켜왔지만 최근 들어 ‘반(反)무슬림’을 기치로 내건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 2017년 9월 독일 총선에서 연방하원의 제3당 자리를 꿰찬 ‘독일을 위한 대안’(AfD), 같은 해 10월에 열린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3위에 오른 자유당, 네덜란드의 극우 자유당(PVV), 2015년부터 폴란드 집권여당을 차지한 ‘법과 정의당(PiS)’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에서의 이슬람 혐오는 과거 몇 차례의 테러 사건으로 인해 더욱 거세졌다. 2004년 191명이 숨진 스페인 마드리드와 2005년 56명이 목숨을 잃은 영국 런던 테러, 2006년 덴마크의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 비하 만평 사건 등이 유럽에서 무슬림 이민자와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또 2015년 독일 쾰른 중앙역 밖에서 벌어진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범이 이슬람 난민들이라는 주장이 온라인을 타고 퍼지면서 이슬람 혐오 시선을 더욱 부추겼다. 

 

유럽 대륙엔 항상 극우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움직임이 있었다. 이들이 반무슬림 정서를 공유하며 점점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은 이들이 친서방, 친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반무슬림 성향으로 자유주의적·좌파적·다문화적·국제적인 것에 적대적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극우 인종주의 그룹이 존재하지만, 이슬람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반무슬림 정서’를 극우 그룹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반무슬림 정서에 기대 점점 과격해졌다. 2011년 발생한 노르웨이 테러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1년 7월22일 노르웨이 노동당 정부와 노동당 청년 캠프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발생한 테러 사건으로, 노르웨이 오슬로의 행정부 건물과 총리 집무실 외곽 등지에서 폭발물과 총기를 이용해 민간인을 무차별 사살했다. 사망자만 100명이 넘은 최악의 테러 사건이었다. 

 

사건의 범인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은 극우적이고 반이슬람 정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영국의 테러리즘 분석가 로버트 램버트는 중동 언론 ‘알자지라’에 기고한 ‘알카에다보다 민족주의자들이 더 위험하다’는 글을 통해 “브레이빅은 정치인들이 정책을 바꾸도록 설득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전통적 방식으로 테러 대상을 선택”했고 “테러에 의한 무고한 희생자들은 반드시 승리해야 할 전쟁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우발적 민간인 피해’로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테러 중 이슬람주의자의 소행으로 볼 수 있는 테러는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유로폴의 통계를 통해 극우 민족주의가 오히려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난민 반대 집회(왼쪽)와 난민 찬성 집회. 한국은 지금 이방인에 대한 ‘공포’와 ‘환대’가 공존한다. © 시사저널 박은숙

 

‘난민 문제’로 촉발된 한국의 ‘이슬람 혐오’

 

한국에서 발생한 ‘이슬람 혐오’ 현상은 유럽 등 서방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 우선 유럽과 다르게 한국은 지금까지 테러의 직접적인 위험에 처한 적이 없다. 하지만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들어오면서 이슬람 혐오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예멘이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이슬람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도 급속히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 난민에 대한 인식을 보면 이슬람에 대한 공포 내지는 혐오의 감정이 보인다. 시사저널이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들에 대한 취업설명회가 열린 6월18일부터 5일간 네이버뉴스 ‘댓글 많이 달린 뉴스’ 10위 안에 든 기사 15건의 댓글 4만7036건을 분석한 결과, ‘이슬람’이란 단어가 총 1193회 언급되며 1위를 차지했다. 난민들이 들어온 ‘제주’(1187건)보다 이슬람이란 단어가 더 많이 언급된 것이다. (기사 참고 ‘이슬람’ ‘테러’ ‘강간’…난민 향하는 우리의 민낯) ‘무슬림’이란 단어도 560회 언급되며 12위에 자리했다. ‘여자’(542회), ‘테러’(526회), ‘범죄’(417회), ‘강간’(392회) 등도 함께 댓글로 언급됐다. 실제 6월19일 MBC의 ‘제주 온 예멘인 500여 명 난민 신청…엇갈리는 시선’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이슬람은 절대 안 됩니다. IS”(1만2119개)였다. 같은 기사에는 “이슬람 놈들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무슬림은 여자를 개돼지로 보는 족속”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현재는 삭제됐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6월12일 ‘예멘 난민을 추방하자’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글 중에는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란 내용도 있었다. 청와대는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며 나흘 뒤 이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다른 청원글에 대한 공감이 70만 명을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에 이슬람 반대 정서가 무시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 있는 이슬람 인구는 대략 15만 명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집계를 한 적이 없어 알기 힘들다. 정부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종교별 인구 중 이슬람교도는 빠져 있다. 한국 국적의 무슬림 개종자인 임병용 한국할랄수출협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는 내국인 무슬림을 4만 명 정도로 추정하는데 이 숫자는 허수”라며 “1970~80년대 일부 중동국가에서 한국인 건설근로자도 이슬람 교인이어야 입국할 수 있다는 규제를 내걸어 약식 이슬람 교육을 받고 무늬만 무슬림으로 등록한 인구가 4만 명 정도인데 현재까지 그 숫자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6월29일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순회 인권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랫동안 진행된 이슬람 혐오 이슈화의 산물”

 

무슬림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은 데서 오는 공포와 혐오도 한몫한다. 특히 제주 난민들의 국가인 예멘에 대해서도 국내에 자세히 알려진 바가 드물다. 그동안 이슬람 문화권에 있는 중동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등은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멘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파악되지 않는 대상일수록 공포는 커지기 마련이다. 

 

국내에 있는 이슬람 혐오세력의 이슈화가 작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책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의 저자 김동문 목사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것이 먹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목사는 “잘못된 일을 비난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걸 전체를 매도하는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무슬림 대부분은 문제 많은 극단주의를 싫어하고 반대한다”고 했다.

 

실제 보수 기독교계는 공공연히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 왔다. 중동에서 오랫동안 사역했다는 한 개신교 선교사는 7월9일 기고를 통해 “이슬람은 공존의 종교가 아니며 지배와 통제의 종교이며 배타적 종교이고 집단적 게토를 만드는 종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무슬림이 들어오면 이슬람이 들어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슬람은 절대로 자신의 것을 포기하지 않고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무슬림의 대부분인 온건주의 무슬림도 이슬람을 실천하면 할수록 본질적 속성을 쫓아가게 돼 있으므로 이슬람의 한국 진출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의 입장을 대변해 온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5월 낸 논평에서 “우리나라에 난민으로 신청하는 사람들 가운데 국적별로 보면 파키스탄, 이집트, 시리아, 예멘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들 나라는 모두 이슬람 국가이거나, 이슬람교 인구가 다수인 국가들이다”고 우려했다. ​ 

 

※ ‘이슬람 공포증’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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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 공포증③] [르포] 한국 최초 이슬람 성원, 서울중앙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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