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듣는 음원차트 1위곡, 진짜 ‘1위’일까?
  • 김윤주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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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음원차트 조작 논란…문제는 ‘실시간 차트’

 

음원차트 조작 논란이 또 불거졌다. 대중적이지 않은 가수 숀의 노래가 새벽에 갑자기 차트 1위에 오르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합리적인 계기가 없다”며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숀의 소속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검찰 수사까지 의뢰한 상황이다. 한편 올 4월에도 가수 닐로의 노래가 새벽에 차트 1위를 찍으며 차트 조작 논란을 일으켰다. 

 

ⓒpixabay


 

‘5분’, 또는 ‘1시간’ 단위로 달라지는 1위곡

 

이러한 논란의 배경엔 국내 음원차트의 낮은 신뢰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엔 이용자 수가 적은 새벽 시간에 집중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를 늘려 특정 노래를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려놓는 것이 문제가 됐다. 음원차트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7월11일 국내 주요 음원차트인 멜론·지니·​벅스·​엠넷 등 4곳은 새벽 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음원차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핵심 문제가 실시간 차트 자체에 있다고 봤다. 실시간 순위가 바로 곡의 인기도나 평가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음원차트 4곳은 모두 1시간 단위로 실시간 차트를 제공한다. 심지어 멜론은 상위 3개 곡에 한해서 5분 단위의 점유율 변화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해외 주요 음원차트가 일주일에 한 번 발표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빌보드의 대표적인 차트 ‘핫100’은 매주 토요일, 일본 오리콘 차트는 매주 월요일, 영국 오피셜 차트는 매주 금요일마다 순위를 발표한다. 

 

이규탁 대중음악평론가는 “지금처럼 소비자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많은 상황에서는 차트가 어떤 음악이 좋고 인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큐레이션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실시간 혹은 5분 단위로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듣고 있는지가 실제 사람들의 기호를 반영하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음원차트가 다양한 음악 소비 행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국내 음원차트 4곳은 모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로 실시간 차트의 순위를 매긴다. 디지털 음원의 소비 및 판매량만 순위에 반영되는 것이다. 

 

7월23일 숀의 노래 'Way Back Home'이 멜론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멜론 캡처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이 인기 동향의 전부는 아냐”

 

반면 해외 음원차트는 디지털 외의 요소도 반영한다. 빌보드가 라디오 방송 횟수를 차트에 반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1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팬클럽 ‘아미’의 라디오 선곡 공세가 꼽히기도 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음반을 사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으로 차트를 매기지만 이것이 인기 동향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음원 시대가 되면서 더 정확한 음원 동향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일례로 일본 오리콘은 노래방에서의 선곡 횟수로 순위를 매기는 가라오케(karaoke) 차트를 따로 제공한다. 국내에선 2010년 생긴 음원차트 ‘가온차트’가 비슷한 기준을 적용한다. 가온차트는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차트 외에 BGM(배경음악) 판매량, 통화연결음 및 벨소리 판매량, 노래방 가창 횟수 등을 기준으로 하는 차트를 주 단위로 제공한다.

 

이규탁 평론가는 “가온차트처럼 여러 세분화된 순위를 적당한 비율로 합산해서 통합차트를 만든다면 현재 음원사이트가 제공하는 순위보다 다양한 연령대와 취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요소가 기준에 포함되면 조작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차트가 사재기를 만든다

 

한편 국내 음원차트엔 팬들의 편법이 끼어들기도 한다. 곡을 재생하고 다운받는 것만으로 순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아이디를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것이다. 팬클럽에서는 가수의 컴백이 예고된 때부터 이른바 ‘음원총공팀’이 활동을 시작한다. 이들은 팬들에게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도록 하고, 음원 이용권 구매에 쓸 후원금을 모은다.

 

이후 앨범이 나오면 음원총공팀은 집중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시도한다. 일명 ‘총공격’이다. 보통 앨범이 발매된 시각으로부터 1시간 뒤인 저녁 7시에 발표되는 음원차트엔 이러한 총공격의 결과가 반영된다. 특정 가수의 모든 수록곡이 순식간에 음원차트 1~5위를 점령하는 일이 발생하는 건 이 때문이다. 

 

 

무의미한 차트가 누군가에겐 ‘돈’이 되는 현실

 

다만 이러한 팬덤 문화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아니란 주장이 있다. 조성민 대중문화평론가는 “적극적인 청취층이 충성도를 발휘하는 지표가 판매량인 상황에서 팬덤이 어떻게 순위를 올릴까 연구하다가 그 구조에 편입된 것뿐”이라며 “스트리밍이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의 궁극적인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면 (스트리밍이나 사재기를)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실시간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에 의존하는 차트의 구조가 진짜 문제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법적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국내에선 음원순위를 매기는 주체가 음원의 판매자다. 조성민 평론가는 “아무 의미 없는 실시간 차트가 그들에게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공익 차원에서라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빌보드와 오리콘은 다른 음원 판매자로부터 판매 기록을 받아 순위를 집계할 뿐 음원을 판매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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