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차효심 누나와 사진 더 많이 못 찍어 아쉽다”
  • 김정록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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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리아오픈 3관왕 탁구선수 장우진의 화려한 세리머니, 그리고 남북단일팀 뒷얘기

 

지난 7월22일 대전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남자 단식경기 결승전. 곱게 접힌 수건을 탁구대에 내던진 장우진(23·미래에셋대우)은 감독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다. 이어 상대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탁구대에 올라섰다. 그는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유니폼 위쪽에 새겨진 이름 ‘JANG Woojin’을 가리켰다. 

 

중국 랭킹 1위 량징쿤을 꺾고 펼친 세리머니였다. 이는 단연 화제를 모았다. 앞서 장우진은 세계 랭킹 2위지만 기량만큼은 세계 최고인 강호 쉬신도 이겼다. 코리아오픈에서 금메달을 딴 장우진은 곧바로 호주오픈을 치렀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그를 8월8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났다. 

 

탁구선수 장우진이 8일8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포즈를 취하고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세리머니는 준비한 것이었나?

 

“원래 이기고 세리머니 하는 걸 좋아한다. 예전에 주니어대회 우승 때는 ‘이기면 세리머니 해야지’란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엔 의도치 않게 나왔다. 정말 뛸 듯이 기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강호 쉬신과 맞설 때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사실 긴장됐다. 쉬신 선수랑 이전 대회에서 두 번 만났다. 첫 번째는 힘도 못쓰고 졌고, 다음번엔 아쉽게 졌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홈 어드밴티지도 있었고 컨디션도 좋아서 이길 수 있었다.”

 


징크스마저 깨버린 장우진의 세리머니 

 

장우진에겐 버릇이 하나 있다. 수건 각을 잡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이 경기 중에 땀 닦은 수건을 던져놓아도 장우진은 수건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경기 사이 쉬는 시간에도 그의 라켓은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둥그런 라켓 면은 탁구대에, 손잡이 부분은 바깥을 향하게 두는 식이다. 

 

장우진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버릇”이라며 “그 외에도 징크스가 좀 많다”고 했다. “탁구 칠 때 경기장 바닥에 선을 밟지 않고 피해 다닌다. 가방도 꼭 닫아놓아야 하고, 라켓 케이스 자리도 정해져있다. 신발도 정해진 곳에 있어야 한다. 신경 안 쓰려 했는데, 잘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습관들이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승리했을 때다. 게임에서 이기면 그는 수건을 던지고 라켓을 내팽개친다. 승리야말로 강박관념을 깨뜨릴 만큼 의미가 큰 셈이다. 

 

장우진은 코리아오픈에서 단식뿐만 아니라 복식, 혼합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혼합복식에선 북한 선수 차효심과 합을 맞췄다. 남북이 단일팀으로 국제탁구연맹(ITTF)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건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차효심 선수와 짧은 시간에 호흡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준비를 일주일도 못했다. 탁구 연습보다도 서로 어색하지 않게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잘 안됐다. 그런데 16강 첫 게임에서 큰 차이로 지고 있었는데 뒤집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그 게임을 이기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그 믿음으로 다음 경기도 이겨낼 수 있었다. 불화나 갈등은 없었다. 오히려 한 게임씩 하면서 서로에게 더 애틋해졌다.”


ⓒ시사저널 고성준



“한 게임씩 하면서 北 차효심과 더 애틋해져”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이기고 장우진 선수는 북한 감독에게, 차효심 선수는 남한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렇게 하자고 짠 것은 아니다. 첫 게임부터 이기고 나서 자연스럽게 가서 안겼다. 결승전에서 이게 주목된 것 같다. 아무래도 같이 벤치에서 경기 봐주신 코치님이랑 신뢰가 쌓였다. 연습 때도 북한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해줬다.”


남북선수들이 다 함께 회식한 적도 있나?

 

“아쉽게도 다 같이 모여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효심이 누나에겐 ‘아시안게임에서 누구랑 혼합 복식하냐’ ‘나랑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말 건네면서 장난도 많이 쳤다. 사실 해외 대회에선 여자 선수들과 말 한마디 나누기 힘들다. 그래도 남자 선수들과는 말을 많이 한다. 평상시에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앞으로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지, 연습은 주로 누구랑 하는지, 그런 것들을 물어본다. 떠날 땐 한 달 뒤에 다시 보자고 인사했다.”


경기장에서 차효심 선수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무슨 말을 건네고 싶나?

 

“한국에서 시합 끝나고 어떻게 돌아갔는지 묻고 싶다. 또 한 달 사이에 잘 지냈는지, 뭐 하고 지냈는지도 궁금하다. 그 짧은 동안 애정이 많이 생겨 헤어질 때는 아쉬웠다. 사실 처음엔 ‘아무리 북한 선수라도 짧은 시간에 정이 느껴질까’라고 생각했는데, 헤어질 때 마음이 짠했다. 김택수 감독님께 ‘마음이 왜 이럴까요’라고 물으니 감독님도 같은 마음이라더라.”


아시안게임에서 남북단일팀은 불발됐다. 북한을 상대편으로 만난다면?

 

“경쟁 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만날지 안 만날지는 모른다. 만나면 냉정하게 시합해서 이겨야한다. 그런데 만나면 우선 반가울 것 같다.”

 


“효심 누나와 사진 더 많이 못 찍어 아쉽다”


아시안게임에서 목표는?

 

“최소 결승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우리 전력이 나쁘지 않다. 물론 다른 나라도 전력이 좋겠지만, 간절함은 우리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세계대회 때도 보여드렸던 것처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28년 동안 아시안게임 탁구 금메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최선을 다해 좋은 성과 내고 싶다. 팬 분들이 멀리서라도 응원해주시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코리아오픈 때도 느꼈다.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파이어 포테이토. 장우진의 별명이다. 말 그대로 ‘불타는 감자’다. 그의 욱하는 성격이 ‘불’과 닮았고, 출신지가 강원도라 ‘감자’가 붙었다. 장우진은 이 별명을 마음에 들어 했다. “팬들에게 항상 화끈하고 열정적인 탁구 선수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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