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전대①] ‘이해찬 대세론’ 꺾이면서 열기 고조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7 13:20
  • 호수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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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민주당 전당대회…2020년 총선 책임질 당 대표 후보 3인3색 결과 따라 권력지도 재편 불가피

차기 대표를 뽑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8월25일 열린다.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1년8개월 뒤 치러질 21대 총선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을 대선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진보진영 전체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요사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당 대표 선거 판세를 묻을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정말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모른다고 하는 게 맞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누가 선뜻 후보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는가”라는 대답이다. 정확한 워딩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대동소이하다.  

© 시사저널 박은숙

 

‘대권형’ 송영길 vs ‘경제통’ 김진표 vs ‘스트롱맨’ 이해찬


송영길·김진표·이해찬(기호 순) 등 세 후보는 네거티브 공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송 후보는 ‘세대교체’, 김 후보는 ‘경제 대표’, 이 후보는 ‘강한 리더십’을 각각 내세우는 모양새다.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여론조사로 쏠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8월10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지지도 조사를 벌인 결과, 이해찬 후보가 31.8%로 선두를 차지했고, 김진표 후보 22.4%, 송영길 후보는 21.6%의 지지를 얻었다. 김진표·송영길 두 후보의 차이는 초박빙이다. 이 후보와 나머지 두 사람의 격차는 오차범위(±2.2%포인트) 밖이다. 하지만 선거 초반과 비교하면 후보 간 격차는 많이 줄었다. 7월31일과 8월1일 실시한 1차 조사에서 이 후보는 35.7%, 송 후보는 17.3%, 김 후보는 14.6%로 집계됐다.  

그러다 보니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김진표 캠프는 “권리당원, 대의원에 대한 가중치 없이 단순히 지지 후보를 묻는 방식은 당원의 의견을 왜곡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선 룰대로 하면 우리 후보(김진표)가 1등”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캠프 역시 “지역별로 열리는 합동유세장에 가면 대의원들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는데 개혁적이며 젊은 우리 후보(송영길)의 지지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김진표 캠프는 현 판세를 ‘1강(强·김진표) 1중(中·이해찬) 1약(弱·송영길)’, 송영길 캠프는 ‘2강(송영길·이해찬) 1중(김진표)’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해찬 캠프가 보는 판세는 ‘1강(이해찬) 2약(송영길·김진표)’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대중의 지지 후보를 묻는 선거가 아니다. 때문에 일반인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 후보를 확인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민주당은 7월18일 회의에서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ARS 투표 40%, 일반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각각 반영키로 한 경선 룰을 최종 확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권리당원은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을 말한다. 

결국 이번 경선은 권리당원의 표를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에 달려 있다. 대의원은 각 지역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 그야말로 조직력에서 승부가 갈리는 반면, 권리당원은 ‘당심(黨心)’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다. 8월초 동아일보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민주당 권리당원은 총 69만8214명이었다. 지역별론 전북 13%, 전남 8%, 광주 6% 등 호남지역이 27%로 가장 많았다. 민주당은 세 후보 간 경쟁으로 흥행엔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올 6월까지만 해도 이번 당 대표 선거는 ‘김부겸 대 이해찬’ 구도가 유력했다. 당내에서도 “대구시장(김부겸)과 국회의장(이해찬) 꿈을 접은 두 사람이 노린 것은 당 대표”였다는 말이 돌았다. 여의도 정가에선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 개각과 동시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당으로 컴백할 거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김 장관이 6월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언한 것이 변수가 됐다. 

당시 인터뷰에서 김 장관이 “당 대표 출마가 저의 정치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왜 모르겠느냐. 대통령도 개각을 고민하신다니 그동안의 업무 성과를 평가한 뒤, 정치인 출신 장관들에게 (정치권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사인을 주시지 않을까”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인터뷰 후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김 장관은 7월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제가 먼저 출마를 운운하는 것은 임명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는 게 제 원래 뜻이었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김 장관의 당권 도전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대통령 공약사항과 6·13 지방선거를 무리 없이 치른 김 장관 입장에선 내각보다 당에서 다음 할 일을 찾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서 실언한 김부겸 중도 포기

경선에 뛰어든 이해찬 후보는 여름 시작 전까지만 해도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이 후보 입장에선 당 대표보단 의회정치인의 꿈인 국회의장에 더 마음이 가 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출마 전까지 특별한 말이 없어 보좌진들조차 정확하게 (의중을) 알 수는 없지만, 문희상 의원이 의장직 도전을 결정하고 표 다지기에 나선 마당에 굳이 당내 경쟁이라는 구도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6선인 문 의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여당인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할 때 국정을 책임진 국무총리가 바로 이해찬 후보였다. 두 사람은 모두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다. 김 장관의 당 복귀가 무산되고 문희상 의원으로 하반기 국회의장이 결정되자 이 후보의 선택지는 결국 당 대표였다. 

물론 이해찬 캠프의 설명은 다르다. 이 후보는 정치 개혁 측면에서 김 장관이 대표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으며 김 장관이 출마할 경우 이 후보 자신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뜻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경선 참여를 가장 늦게 선언한 것도 김 장관의 선택을 끝까지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이 2017년 5월16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그동안 임 실장과 추 대표는 현안을 놓고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다. ⓒ시사저널 박은숙

靑, 고집 센 이해찬 부담 될까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무엇보다 당내 최대세력인 친문(親文) 진영이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고 분화되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전해철 민주당 의원 등 ‘3철’의 경우 8월초 서울 모처에서 만나 당 대표 선거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세 사람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이 이후 김진표 후보를 선택하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전 의원의 선택은 당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전 의원은 권리당원이 많은 경기도(14만 명)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전 의원의 선택을 어떻게 봐야 할까. 취재 과정 중 만난 한 당직자는 “대쪽 같은 성격의 이해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들의 활동 공간이 좁아질 것을 우려한 일부 친문 세력이 대안으로 선택한 사람이 바로 김진표 후보”라고 설명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해찬 후보가 선거기간 중 문 대통령을 ‘문 실장’이라고 말한 것도 일부 친문의 표심이 김진표 후보 쪽으로 가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협치를 중시하는 청와대 역시 이해찬 후보의 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당·청 관계는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했다. 당·청 관계에 있어 카운터파트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여러 사안을 두고 불협화음을 냈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로선 추 대표 이상으로 자기 색깔이 강한 이 후보에게 적잖은 부담감을 가질 수 있다. 이 후보는 과거 총리 시절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과도 종종 의견 대립을 벌였을 정도로 대쪽 같은 카리스마가 트레이드마크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공천에서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될 정도로 한번 목표를 정하면 거침없이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이 후보의 이러한 성격은 ‘수평적 당·청 관계’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당은 청와대의 하청업체가 아니며 문재인 정권과 운명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면서 “총선이 다가올수록 계파 싸움이 치열해질 텐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 후보가 중립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후보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탈당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도 일부 친문계가 김진표 후보를 선택한 이유다. ‘문빠’로 불리는 적극적 문 대통령 지지층은 유력 대권후보인 이재명 지사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SNS상에는 이러한 이유로 김진표 후보를 차기 당 대표로 뽑아야 한다는 주장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의 지지를 받는 김 후보가 이재명 지사 탈당을 적극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송영길 후보는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친문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오히려 과거 친문과 대립각을 이뤘던 비문(非文) 쪽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여권에선 송 후보가 대표에 당선될 경우 ‘2020년 당 대표→2022년 대선후보’라는 계획을 좀 더 가속화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4선인 송 후보는 인천시장까지 맡아 행정경험도 갖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중요한 변수는 후보 간 합종연횡이다. 이 후보의 ‘나 홀로 완주’가 계속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다른 두 후보가 연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두 후보의 지지도를 단순 합산하면 이 후보를 앞선다. 물론 이에 대해선 양 진영 모두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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