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선출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5 14: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李 42.88% 득표, 최고위원 박주민·박광온·설훈·김해영·남인순 순

전국에서 모인 파란 열기 속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25일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변 없는 결과였다. 이 신임 대표는 이날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현장투표(45%), 권리당원 ARS 투표(40%), 전화여론조사(국민 10%, 일반당원 5%)를 합산한 결과, 총 42.88%를 득표했다. 송영길 후보는 30.73%로 2위, 김진표 후보는 26.39%로 3위에 올랐다. 

 

높은 득표율로 향후 2년 간 당을 이끌게 된 이 신임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철통같은 단결로 문재인 정부를 지키자”며 “제일 먼저 민생 경제 안정에 집중하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야당과도 꾸준히 대화해 최고 수준의 협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희비가 갈렸다. 박주민 후보가 득표율 21.28%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박광온(16.67%)·설훈(16.28%)·​김해영(12.28%)·​남인순(8.42%) 후보 순으로 당선됐다. 특히 4위로 당선된 김해영 신임 최고위원(41세)은 20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 타이틀에 이어 민주당 최연소 최고위원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8월2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를 찾은 당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채 지지 후보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전당대회 시작도 끝도 ‘문재인’

 

이날 행사는 전국 대의원 1만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오후 1시 개막했다. 사전에 당에서 예측했던 1만여 명을 훌쩍 넘은 수치다. 애초에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흥행에 실패할 거란 우려가 무색할 만큼, 장 안팎은 각 후보 캠프 간의 응원 경쟁으로 행사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2020년 총선까지 이끌 차기 지도부 선출 자리이니만큼,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여권 인사와 한병도 정무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도 빼곡히 자리했다.

 

전당대회의 시작도 중간도 끝도 ‘문재인’이었다. 애초에 이번 전당대회는 경쟁의 시작부터 후보마다 ‘문재인 마케팅’ 일색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행사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참석 대신 짧은 영상으로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당원 동지 여러분께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우리는 올바른 정책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당과 문재인 정부는 공동운명체이고, 문재인 정부가 곧 민주당 정부”라며 새 지도부에 “국민과 당원의 뜻이 바로 우리당의 뜻이 되어야 한다”고 전달했다. 

 

현장투표에 앞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는 세 당 대표 후보. 왼쪽부터 송영길, 김진표, 이해찬. ⓒ시사저널 이종현

 

문 대통령의 모습이 화면에 등장한 내내 모든 당원들은 일제히 함성을 외치며 ‘문재인’을 연호했다. 그러나 하나였던 목소리는 이내 세 당대표 후보들이 한명씩 연단에 오르면서 확연히 갈라졌다. 당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와 깃발을 흔들며 막판 기세 싸움을 벌였다. 응원막대, 비닐봉지와 같은 색다른 응원도구도 등장했다. 과거 전당대회에서 왕왕 볼 수 있던 상대 후보를 향한 야유는 없었다.

 

세 명의 당 대표와 여덟 명의 최고위원 후보자 연설에도 모두 문 대통령의 이름이 수차례 언급됐다. 특히 연단에 선 세 당대표 후보는 모두 각자가 내세워 온 차별화된 강점을 내걸며, 자신이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할 당대표 적임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장투표가 전체 결과의 45%에 해당하는 만큼 후보들은 막판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연설에 온 승부를 건 모양새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가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李 신임 대표 “文 정부 지키겠다”

 

먼저 젊음을 내세운 송영길 후보는 "우리당이 노쇠해지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강철 같은 체력으로 대통령의 신한반도 경제 구상을 뒷받침하겠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의 거센 함성을 뚫고 무대에 선 김진표 후보의 키워드는 역시 ‘경제’였다. 그는 "문재인 경제가 곧 김진표 경제"라며 "일자리를 늘리고 침체된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외쳤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이해찬 후보는 "대통령을 모시고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으로 나라다운 나라, 자랑스러운 민주당을 만들어내겠다"며 그가 꾸준히 주장해 온 '20년 연속 집권'을 다시 꺼내들었다. 깐깐하고 올드하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의식한 듯, 연설 말미에 예능 프로그램 ‘한 끼 줍쇼’를 패러디한 “한 표 줍쇼”를 외쳐 장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어 8명의 최고위원 후보들도 사전에 결정한 순서대로 무대에 올라 막판 당심(黨心)을 끌어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각 후보들의 연설이 끝난 오후 4시 본격적으로 대의원들의 투표가 시작됐다. 장장 3시간30분여의 투·개표가 끝난 오후 7시25분 노웅래 선거관리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내 이해찬 후보의 대표 당선 결과가 호명되자 관중석에선 큰 함성이 쏟아졌다. 당선 직후 이 신임 대표는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으로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다 같이 무대에 올라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해찬호, 출범과 동시에 떠안은 과제 다발

 

이번 당대표 선출은 2020년 총선의 공천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의미가 각별했다. 또한 집권 초 허니문이 완전히 끝나고 냉정한 평가만 앞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신임 대표는 강력한 리더십을 무기로 당을 확실히 결집시키고 청와대와 수평적인 관계를 이어나갈 적임자로서 기대를 받아왔다. 민주당 최다선인 7선 의원이라는 점과, 노무현 정부 시절 책임총리를 지낸 경륜도 이러한 기대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반대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내내 경쟁 후보들로부터 공격받는 포인트가 됐다. 그의 이 같은 성정과 오랜 경륜이 오히려 향후 청와대를 불편하게 하고 야당과의 협치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강경한 노선으로 중도층 여론도 끌어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당이 처한 좋지 못한 상황도 그에겐 당장 큰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함께 최근 심각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며 분화한 당내 친문세력을 다시 잡음 없이 결집시켜야 하는 과제도 부여받았다. 그 중심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동안 이 지사에 대한 논란에 대해 “좀 더 지켜보자”며 입장을 아낀 바 있다. 향후 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당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당내 갈등이 촉발될 우려도 남아있다. 

 

경제지표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제문제가 계속해서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현장의 한 당원은 “지금까지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도움을 받아왔다”면서 “경제 문제를 비롯해 대통령이 오롯이 짊어지고 있는 짐을 이제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나눠 들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승리의 기쁨과 동시에 이 신임 대표 앞에 수많은 골치 아픈 과제 다발이 놓이게 됐다. 이를 하나하나 어떻게 풀어나갈지, 한동안 그의 걸음마다에 당 안팎의 온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