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종식” 경남 학생인권조례에 “교육 황폐화” 우려도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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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경남교육감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해 필요”

교내 집회 등의 자유가 보장되는 경남 학생인권조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6월 재선에 성공한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그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경남 학생인권조례안’의 초안을 9월11일 공개하면서다. 

 

박 교육감은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인권조례를 제정한다”고 밝혔지만,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해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이 외부 세력이 주도하는 집회나 시위에 동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9월19일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지지하고 있는 경남촛불시민연대 ⓒ 이상욱 기자


인권조례 제정 두고 보수·진보 갈등 표면화

 

박 교육감이 공개한 이 조례안에 따르면, 앞으로 학생들은 학교 밖뿐 아니라 교실이나 운동장 등 학내에서도 집회를 열 수 있다. 단, 학교 내의 집회에 대해서는 '최소한 범위'에서 학교 규정으로 제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집회의 제한 범위를 '최소한'이라고 명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 안에서 집회 시위를 해도 교사가 제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교사가 자기들의 정치 이념에 따라 학생들의 집회·시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조례안에는 '학생은 두발 등 용모와 복장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남교육청은 초·중·고교 학생들이 머리에 염색이나 파마를 하거나 삭발하는 것 등을 모두 허용한다는 복안이다. '학교 설립 및 수업의 목적에 따라 학칙에 의해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달았으나, 교칙을 만들 때는 학생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해 사실상 학생들 의견을 따르도록 강제했다.

 

조례안은 또 교사가 소지품 검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 종교의 자유도 가진다. 이와 함께 휴대폰이나 각종 전자 기기를 교실에 갖고 들어오는 것도 허용했으며, '임신·출산, 성적(性的) 지향, 성별 정체성 등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조항도 조례안에 포함됐다.

 

2010년 김상곤 사회부총리가 경기교육감 시절 전국 최초로 도입한 학생인권조례는 경기·서울·광주에 이어 2013년 전북까지 4개 지역에 도입됐다. 이후 5년여 동안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지자체가 없었지만, 경남은 2009년부터 조례 제정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경남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뜨겁다. 찬성 측 단체들은 인권조례가 미래 교육의 출발이라는 경남교육청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반면, 반대 측 단체들은 학교 폭력과 교권침해가 난무해 경남교육이 황폐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한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9월19일 경남교육청 중앙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 정신 아래 학교안의 폭력과 인권침해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육감이 공개한 인권조례의 제정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이들은 “학생을 존엄한 인간이자 시민으로 대접하는 학교를 만들 때까지 (인권조례 제정에)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9월13일 전교조 경남지부 등으로 구성된 경남교육연대도 “미래를 위한 다짐을 담은 약속이 경남학생인권조례”라며 “학교 공간을 비롯한 모든 교육 공간이 인권친화적인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9월12일 보수 성향의 경상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경남도교육청에 ‘학생인권조례안’ 제정의 중단을 촉구했다. 경남교총은 배포 자료를 통해 “학생 인권도 중요하지만, 현재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경남 학생들의 학력 향상과 박종훈 교육감 집권 2기 주요 공약인 미래역량 교육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교육 현장에서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학교폭력과 교권침해인데, 조례안은 학교에서의 생활교육을 더 어렵게 만들어 경남교육을 더욱 황폐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또 9월14일 기독교와 시민사회단체 중심의 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 경남연합도 “박 교육감의 인권조례는 말뿐이며, 성윤리를 무너뜨려 가정과 사제지간의 파괴를 조장하는 조례”라며 인권조례 법제화를 반대했다. 

 

경남 학생인권조례, 경남도의회 통과 가능성 높아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교육감이 발표한 ‘경남 학생인권조례안’은 경남도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를 반대하는 정당은 자유한국당 뿐이다. 향후 인권조례가 논의되면 민주당 대 한국당 대결 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민주당 의원수는 34석으로, 전체 58석 중 과반을 훌쩍 넘기 때문에 박 교육감은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내달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입법예고한다. 이어 11월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한 후 12월 중 경남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남 학생인권조례안이 경남도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일선 학교에 곧바로 적용되며, 각 학교는 인권조례에 맞춰 학교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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