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미국 11월 중간선거…한국경제 먹구름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3 15: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럼프가 이겨도, 져도 우리 경제엔 악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오는 11월 중간선거는 첫 번째 임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승리한다면 안정적으로 집권 1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반면, 패배할 경우 갖은 구설수와 정책 혼선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탄핵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여당인 공화당 주류가 등을 돌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때문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철저히 중간선거에 맞춰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20일(현지 시각)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지지유세에 참석했다. ⓒ 사진은 연합포토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의 도움 없이 개인플레이로 백악관에 입성한 인물이다. 취임 후에는 관료출신보다 상명하복에 강한 군 출신들을 대거 기용한 것도 전임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측면에서 정책을 지원하는 싱크탱크의 목소리도 이번 정부 들어서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오로지 트럼프 본인의 감각으로 정치, 경제, 외교, 군사 모든 분야를 이끌고 나가는 형국이다.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 차지할 듯


대체로 미국의 중간선거는 여당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았다. 1900년 이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여당의 상‧하원 의석이 늘어난 경우는 1934년 루즈벨트 정부, 1998년 클린턴 정부, 2002년 부시 정부 등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대공항, 경제호황, 9‧11 테러라는 외생변수가 있었다. 이는 야당인 민주당에게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민주당도 안심할 상황은 못 된다.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최근 네 번의 대통령 선거 이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세 차례나 패했다. 현재 미 유권자들의 민심이 민주당에게 확실히 쏠렸다고 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민주당의 압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트럼프에 대항할 만한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까지 지원 유세에 나서는데도 유권자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정확한 통계로 정평이 난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에 따르면, 민주당이 하원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확률은 80.5%였다. 대신 공화당은 상원에서 과반을 차지(69.3%)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중간선거는 하원은 전체의석, 상원은 3분의1과 공석인 2석을 합친 총 35개 의석을 뽑는다. 우선 상원부터 살펴보면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35개 의석 중 현재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의석은 24석이다.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이 2석, 공화당은 9석이다. 현재 공화당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상원을 가져가기 위해 민주당은 현재의 24석을 모두 차지하고 공화당이 갖고 있는 의석 중 2석 이상을 챙겨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미 언론들은 가능성을 낮게 본다. 이유는 이번에 선거가 열리는 민주당 현역 상원의원 지역구 10곳이 직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의 상원 의석이 줄어들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9월8일(현지 시각) 민주당 캘리포니아주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사진은 연합포토

 

현재 미국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중간선거가 두 달 남은 현재 공화당은 7석, 민주당은 22석을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관심지역은 6곳이다. 이곳에서 이번 상원 중간선거의 승패가 갈라진다. 미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은 플로리다, 인디애나, 미주리, 몬태나, 웨스트버지니아, 노스다코타 등 6곳에서 공화당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은 테네시, 애리조나, 네바다 등 3곳이 민주당 후보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경쟁자인 공화당을 7석 이내로만 묶어둬야 한다. 안정권 22석과 경합지역 모두를 가져가야 과반을 넘길 수 있다. 만약 공화당이 1석을 추가해 8곳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양당은 의석수가 같아진다. 이 때 캐스팅 보트를 쥔 사람이 상원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공화당에게 1석이라도 빼앗겨서는 안 된다.  

 

 

민주당 오바마까지 나섰지만 상하원 다수당 역부족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 하원은 민주당의 우세가 예상되고 있다. 민주당이 현재의 의석을 모두 지키고, 공화당으로부터 23석만 가져오면 내년 1월3일 개원하는 116대 하원 다수당은 민주당 몫이 될 수 있다. 2018년 9월 20일 기준 정당지지율이 민주당 49%, 공화당 40%로 나타나 하원의 경우 민주당의 과반이 유력시된다. 여기에 최근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백악관 내부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 책《두려움》(Fear)이 출간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세를 그리는 것도 하원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하원 장악을 장담하기란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샤이 트럼프 서포터즈’라는 숨겨진 지지층이 있다. 직전 치러진 대선에서 이들은 어떠한 여론조사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여론 조사기관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최근 미국 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대중국 무역 분쟁에 지지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도 민주당 수뇌부를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로선 경제 회복을 발판 삼아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여기에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삼기에 북한 핵 문제 해결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트럼프는 1기 임기의 절반을 전임 오바마 정부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데 썼다. 오바마케어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을 폐지하거나 중단시켰다. ‘전략적 인내’라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책이 미국의 안전을 지켜냈다고 자랑할 게 분명하다.   

 

올해 중간선거 표심을 가늠할 것으로 평가됐던 ‘미니 지방선거’가 지난해 11월7일(현지 시각) 실시됐다. 이날 뉴저지 주 티넥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 사진은 연합포토

 

상황이 이러다보니 벌써부터 주요 기관에서는 중간선거 향배를 분석 중이다. 특히 증권가의 대응이 발 빠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년간 △감세 △재정지출 △인프라 투자 확대 △규제완화 △보호무역 등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상‧하원과 주지사를 모두 차지하고 있어서 였다.   

 

현재 판세대로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차지할 경우 미국 정책은 어떻게 변화할까. 아무래도 성장세는 지금보다 다소 둔화될 거란 전망이다. 강력한 재정정책을 펴기는 다소 부담스럽다. 만약 공화당이 지금처럼 상‧하원을 모두 가져갈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 연출된다.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이는 우리에게는 썩 좋지 않은 뉴스다. 현재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 캐나다, 일본 등에게 통상압박을 하고 있다. 우리를 표적삼지 말란 법이 없다. 

 

'샤이 트럼프 지지자' 많아 공화당 승리도 예상돼

 

여기에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세계 경제는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다. 물론 대중국 무역량이 상당한 우리 경제에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놓여있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안보 문제 해결이라는 성공한 정치(politics of success)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12년 대선 당시 오바마정부가 캠페인을 통해 “GM(제너럴모터스)이 되살아났고, 빈 라덴은 죽었다(GM is  alive, and Bin Laden is dead)”라고 강조한 것과 같다. 그해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