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울리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주의보
  • 박견혜 시사저널e. 기자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8.10.08 14:45
  • 호수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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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카드결제 불가는 비일비재…문제 발생해도 잠적하면 그만

“미미쿠키 때문에 바보 됐어요.” 


미미쿠키는 수제 디저트 전문점이었다. 현재는 아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급 수제 쿠키를 판다던 미미쿠키가 알고 보니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쿠키를 포장만 바꿔 판매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현재 미미쿠키의 모든 판매 플랫폼은 폐쇄된 상태다. 미미쿠키 측은 “물량이 많아서 하면 안 될 선택을 했다. 해명 글을 쓰면서도 무척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는 변명만 남긴 상황이다. 


미미쿠키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최근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의류·화장품·다이어트약 등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개인 간 거래(C2C)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대로 성장했다. 덩치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 부작용을 겪었다는 사례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피부염 등 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 부작용은 기본이다. 판매 단계부터 교환·환불 불가 방침을 내건 탓에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돈을 돌려받기 쉽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없는 SNS 판매의 특성상 문제 제기나 피해 구제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플루언서를 통한 제품 마케팅이 최근 각광을 받으면서 부작용 또한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시사저널 임준선


 

제품 검증 없이 ‘묻지 마’ 추천 부지기수


특히 인플루언서(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SNS 유명인)를 통한 마케팅의 경우, 그가 가진 팔로워가 그대로 잠재적 고객이 되기 때문에 마케팅 업계의 주목도가 높다.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에 특정 제품에 대한 후기·추천글 등을 올린다. 이를 본 팔로워들이 댓글이나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제품 정보를 알아낸 다음, 결제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인플루언서가 광고하는 제품은 마케팅 플랫폼을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인 파인앳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과 협업하는 인플루언서만 2만3000명이다. 이들 인플루언서의 팔로워 수만 2억3480만 명이 넘는다. 동종 업체인 마켓잇도 인플루언서 1만3000명가량이 소속돼 있다. 


문제는 제품에 대한 검증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케팅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광고하는 인플루언서들은 광고대행사로부터 제품을 받아 후기를 작성할 뿐,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광고대행업계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사람을 찾아서 우리가 물건 대주고 포스팅 비용을 지불할 테니, 한 달에 몇 번의 게시글을 올려달라는 식으로 계약한다”면서 “하지만 제품에 대한 검증은 대부분 빠져 있다.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을 보내주면 바로 게시글이 올라온다. 이미 업체로부터 올 때 제품 효능이나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전제하고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늘어나는 온라인 쇼핑에 따른 피해를 구제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부터 기업 협찬을 받은 상품의 경우 협찬 사실을 알리도록 결정했다. 기존에는 블로그에 광고글을 게재하는 경우에만 협찬 여부를 밝히도록 했는데, 여기에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도 포함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100% 해결책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게 광고성 글인지, 인플루언서가 정말 자신이 써보고 글을 올리는 건지 업계 종사자들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협찬 상품이 아닌 거래처로부터 직접 제품을 받아 판매하는 상품의 경우에도 교환·환불이 어려운 상황이다. 판매 시 “‘입금 완료된 건에 한해 거래처에서 가져오기 때문’ 혹은 ‘주문과 제작이 1:1로 들어가기 때문’에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고지해 놓은 것을 무기로, 소비자의 환불 요구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카드결제가 가능한 경우도 드물다. 결제는 대부분 계좌이체로 이뤄진다.

 


세금 피하려 “카드결제 안 돼요”


기자가 직접 만난 블로그마켓 운영자 한아무개씨(34) 역시 카드결제와 교환·환불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시스템 미비’가 그 이유다. 한씨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소액매출이라 사업자등록, 통신판매업 등록 등 절차가 복잡하다.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카드결제를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교환·환불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려면 CS(Customer Satisfaction) 업무가 동반돼야 하는데, 대부분 온라인 마켓은 1명이 운영하고 있어 인건비가 부담스러운 처지다. 이 때문에 미리 소비자에게 (교환·환불이) 불가하다고 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가 마켓 운영을 통해 남기는 이윤은 매출의 40% 수준이다. 


카드결제를 안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 세무사는 “카드결제 거부는 세금을 안 내려는 목적과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이라면서 “하지만 국가에서 100억원 이하의 중소 법인사업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벌이지 않은 지가 거의 10년이 됐다.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피해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NS 쇼핑과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은 498건으로, 2017년 상반기 대비 18% 증가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상품 구매 후 단순변심으로 인한 청약철회 거부가 347건(69.7%)으로 가장 많았다. 상품 구매 후 해당 SNS 운영중단 및 판매자와 연락 두절 53건(10.6%), 배송지연 43건(8.6%), 제품불량 및 하자 41건(8.2%) 등 순으로 피해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센터에서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SNS 쇼핑 이용 시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 △판매자에 대한 정보를 신뢰할 수 없음(52.9%) △배송·반품·환불 문제 발생 시 해결 어려움(43.9%) △광고, 제품정보 등을 신뢰할 수 없음(33.7%) 등이 꼽혔다. 실제 인스타그램을 통해 체중조절 보조제를 구매했다는 A씨는 제품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인스타에서 비만약을 먹었다가 몇 개월 동안 신장수치가 안 좋아져 고생했다”면서 “구제받을 길도 마땅치 않아 그냥 약 복용을 끊는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부터는 SNS에서 물건을 못 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분쟁 시 피해 구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후에도 해결이 안 될 경우, 민사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사 외에도 사기죄로 형사 고소도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던 미미쿠키의 경우, 해당 제품이 입점한 온라인 카페 농라마트는 피해자들을 모아 미미쿠키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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