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보도 이후 ‘대구희망원’은 어떻게 됐을까
  • 김수현·홍수민(이화여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0.12 17:41
  • 호수 15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언론상]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 이후 대구희망원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과 쟁점

시사저널이 주최하는 대학언론상이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서도 짧은 바지를 입지 못하는 집배원의 현실적인 고충을 직접 체험한 르포 기사 ‘바지 속 열섬 부르는 집배원복’(경희대 오문영·조아라)이 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중·노년층 여성 문제에 대한 성범죄를 다룬 ‘피해자에게 질문하는 사회’(성균관대 권예진·김여진)와 과거 언론에 알려진 대구희망원 사태에 대한 후속 취재 격인 ‘대구희망원은 어떻게 됐을까’(이화여대 홍수민·김수현) 등이 장려상을 각각 수상했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2016년 10월8일 ‘가려진 죽음-대구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편을 방영했다. 노숙자·장애인 요양시설 희망원 운영 비리 및 거주인 인권침해를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그 후, 2017년 5월2일 대구시는 대구시립희망원(희망원) 내 장애인 시설인 ‘시민마을’을 2018년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지금, 희망원의 내부 상황을 알아보고 싶어 취재에 나섰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희망원은 1958년 설립돼 약 1000명의 노숙자와 장애인이 거주한다. 현재 전석복지재단이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데, 시민마을, 보석마을, 아름마을 등 모두 3개 시설로 나뉜다. 그중 폐쇄가 결정된 ‘시민마을’을 찾아갔다.

현재휘 희망원 사무국장은 시민마을 폐쇄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폐쇄 결정에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장애인 탈시설이라는 복지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시설 폐지 후 거주인이 자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시설로 흩어지게 되는 상황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시민마을이 폐쇄되면 거주인들은 님비현상 때문에 숲속 시설로 들어가야 해요. 지금 시설 소규모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이들을 받아줄 시설도 딱히 없어요.”

기자가 시민마을 거주인과의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서금순씨를 소개했다. 지체장애 1급 장애인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시민마을 건물 3층에서 인터뷰했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대구 희망원 ⓒ 김수현·홍수민

 

미래가 불투명한 희망원

서씨에게 희망원은 30년 이상 살아온 집이다. 희망원 시민마을에는 4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67명의 장애인이 함께 산다. 이들은 모두 가족이었다. 언론이 희망원 내부의 문제를 보도하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수차례 시도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희망원으로 오면 사실을 명백히 이야기해 주겠다고 했다. 자극적인 소문들 사이에서 무엇이 진실인지는 그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와의 만남은 불발됐다. 그사이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희망원 문제가 방송됐다.

보도 이후 서씨의 삶은 크게 변했다. 쏟아지는 여론의 관심 속에 하루도 마음 편히 잠든 적 없단다. 장애인 인권단체에서는 희망원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구시와 중앙정부에 희망원 폐쇄와 장애인 탈(脫)시설을 요구했다. 서씨는 희망원 거주인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대책위원회의 요구안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씨는 억울했다. 보도된 인권침해와 가혹행위는 희망원이 3개 마을로 분화되기 전 노숙자 시설이었을 때 발생한 사건이다. 2015년 장애인 시설로 분화된 후, 그는 한 번도 인권침해를 당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서씨는 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호소문을 적었다. “희망원의 잘못을 왜 우리 장애인들이 짊어지고 나가야 합니까…. 시민마을 식구들이 제발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닥치는 대로 보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회의원, 대구시 희망원 담당 공무원, 중앙정부에 호소했다. 2017년에는 172명이 열두 번, 2018년에는 23명이 두 번 대구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마을 폐쇄는 결정된 사항이기에 어쩔 수 없으니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금도 서씨는 희망원 폐쇄 후 거주인들의 거취 방향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또 희망원 시민마을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을 위한 대책도 없다. 전석복지재단 위탁 이후 희망원에서 일을 시작한 사회복지사 A씨는 서씨 옆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취업했는데 그만두라는 말이랑 똑같은 거예요. 저희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고 여기 폐쇄할 거니까 나가라는 거죠.”

그는 각기 다른 시설로 흩어질 거주인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본인은 희망원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시발점으로 희망원 시민마을 폐쇄를 강행하는 것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탈시설을 실시하면 장애인들을 무작정 내보낼 수는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24시간 활동 보조 서비스가 아직 안 되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지 않은 채 폐쇄해 버리면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냥 다른 시설로 옮겨져요. 탈시설의 의미가 없는 거죠.” 

 

1991년 대구희망원에 입소해 2015년 퇴소한 고아무개씨 ⓒ 김수현·홍수민


 

“장애인 수용시설 자체가 사태의 근본 원인”

2016년 10월6일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 척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구성됐다. 장애인 지역 공동체,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등이 참여한 대책위는 희망원 내부에서 발생한 인권유린 및 비리 사태를 분석했다.

조민제 집행위원장은 장애인 수용시설 존재 자체가 희망원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한다. 장애인 수용시설이 존재하면 희망원 인권유린과 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한다는 의미다. 대책위는 장애인 수용시설 폐쇄와 탈시설 정책을 통한 거주인 자립만이 해결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희망원 시민마을 폐쇄’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희망원 내의 장애인 수용시설 폐쇄를 시발점으로 국내 복지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희망원 사회복지사로 근무해 온 조정희씨도 대책위와 같은 입장이다. 그는 희망원 내부 몇몇의 문제가 아니라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장애인이 시설을 일시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시설에 한번 들어오면 죽어야 나갈 수 있는 게 문제라는 말이다. 그는 “학대나 인권유린과 같은 표면적인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내부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탈시설을 원치 않는 희망원 거주자들의 입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조씨는 “짜장면과 짬뽕을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한테 둘 중에 고르라고 하면 못 고른다”며 “이는 탈시설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느끼는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탈시설과 관련해 용기를 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마을은 올해 폐쇄되는데 국가에서 투입하는 재원과 정책은 없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에도 희망원 관련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가 살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하는데, 지원책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도가니 사건 같은 시설 비리를 보면 다 폐쇄로 끝나지만 오히려 그 이후의 삶이 처참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희망원은 탈시설 시범사업으로서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시설과 관련해 여러 우려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희망원에서 자립해서 나온 남성이 있다. 1991년 희망원에 입소해 2015년 퇴소한 고아무개씨다. 고씨는 대구시 중구 남산동 아파트에 살고 있다. 고씨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보조인과 함께 지내는 중이다.

고씨는 희망원에서의 생활이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사회복지사 한 명당 최대 8명의 거주인을 돌봐야 했기 때문에 그는 실질적으로 방치됐다. 그러다 보니 고씨보다 기능이 조금 더 좋은 거주인이 그를 돌봤다. 그 사람도 몸이 불편함을 알고 있었기에 고씨는 항상 미안했다. 상황이 10년 넘게 지속되자, 그는 자립을 결심했다. 고씨가 살고 있는 곳은 ‘자립 생활가정’이다. 대구시 자체 예산으로 매입한 아파트를 센터에 위탁해 장애인이 살도록 돕는 제도다.

고씨는 최대 6년 동안 이곳에 머물며 자립을 준비할 수 있다. 그는 “현재 생활환경에 만족하지만 희망원 거주인에게 탈시설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사소통이 힘든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탈시설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희망원 인권유린 및 시설 비리 문제가 발생하자, 대구시는 장애인 복지과에 희망원팀을 구성했다. 기자는 시설 폐쇄 이후의 대책을 듣기 위해 손성혁 희망원 탈시설 자립지원팀장과 정국철 장애인복지과 전문관을 찾아갔다.

손 팀장은 “서로 양보를 하면 되는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단 탈시설을 시키자는 대책위의 입장과 탈시설을 거부하는 희망원 거주인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한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중립을 표명했다. 탈시설을 원하는 사람만 자립시키고 나머지는 다른 시설로 보내겠다는 의미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시민마을 거주인 중 28명이 탈시설을 원한다. 대구시 탈시설지원팀은 그들을 어떻게 자립시킬지 고심 중이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정부가 희망원을 시범사업으로 삼아 탈시설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대구시로 내려온 예산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여러 번 서울로 찾아갔으나 실질적으로 아무 지원도 없었다.

시민마을을 연말까지 폐쇄한다는 협약은 지켜야 하기 때문에 대구시는 자체적으로 대안을 준비하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LH공사와 지속적으로 접촉해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한다. 하지만 LH공사 차원에서 지원 가능한 아파트는 접근성이 떨어져 장애인단체가 거부했다.

28명을 제외한 나머지 거주인들을 시설 폐쇄를 통해 다른 시설로 흩어지게 하는 이유를 묻자, 손 팀장은 상징성을 언급했다.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 대구시

“장애인단체에서는 희망원을 시작으로 탈시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원하는데, 이게 무산되면 추진동력이 떨어지니까 상징성이 분명히 있죠.”

시설을 폐쇄하더라도 그 건물에 모여서 살게 해 달라는 시민마을 거주인들의 부탁을 전달하자 손 팀장은 “그건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설 폐쇄 후 시민마을 종사자의 고용승계 문제는 대구시 차원에서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추가예산이 필요하지만 대구시가 예산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원 내 다른 시설은 정원이 모두 찼기 때문에 희망원에서 고용승계를 할 수도 없다. 다른 민간시설로 배치하려고 해도, 그 시설에서 거절하면 곤란하다.

이렇듯 대구시는 시민마을에 남은 장애인들이 어디로 이동할지, 시민마을 종사자들이 어떻게 일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원 시민마을이 곧 폐쇄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반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언론은 더 이상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 직후와 같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 시사저널 임준선

 

[취재후기] 언론이 관심 갖지 않아 도전했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가려진 죽음-대구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편을 방영한 후, 대구시는 희망원 내 장애인 시설인 ‘시민마을’을 2018년 내에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언론은 더 이상 2016년 방송 직후와 같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희망원 내 거주인들의 목소리를 싣지 않는다. 따라서 시설 폐쇄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희망원 후속 대처와 이에 대한 거주인들의 생각을 담은 기사를 작성하고자 했다.

7월11일 오전 10시 인천종합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대구로 떠났다. 그리고 첫 번째 인터뷰를 위해 조민제 희망원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과 조정희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희망원 시민마을 폐쇄가 탈시설 시범사업으로서 중요한 상징성을 가짐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날, 희망원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3곳의 시설 중 폐쇄가 예정된 시민마을의 국장실로 들어갔다. 현재휘 사무국장은 시민마을 폐쇄 후 거주인의 거취와 시민마을 내 복지사의 고용 승계를 걱정했다. 이후 서금순씨를 한 시간 반 동안 인터뷰할 수 있었다. 지체장애 1급인 서씨는 “시민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그와 인터뷰하며 왜 기존 언론이 시민마을 거주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주목하지 않았는지 안타까웠다.

희망원 폐쇄 문제의 쟁점이 탈시설이었기에 탈시설을 원하는 취재원과 그렇지 않은 취재원 모두를 만나려 노력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대구시청 측 인사를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대구시청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시설 폐쇄 이후 거주인들과 직원들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없음을 확인했다.

애초에 기사의 결론을 정하고 취재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다양한 입장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취재시간이 짧은 점이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에 원하는 만큼 취재할 수 있어서 좋았다. 희망원 문제가 복잡해 기사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았으나 이를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