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생 대상 고비용 해외여행, 지자체에도 있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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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글로벌체험해외연수, 비용·입찰 놓고 잡음
"학생 대상 고비용 해외여행, 지방자치단체에도 있었다."

시사저널은 학부모의 제보를 받아 지난 9월부터 학생 대상 고액 해외여행의 문제점을 단독·심층 보도해 왔다. 보도(시사저널 1508호 ☞[불신덩어리 대입①] [단독] 수백만원 비용 ‘학교 해외여행’ 급증(上) 기사 참조)를 통해 학교 주관 해외여행 실태와 대학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불합리성이 드러났다.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고, 수수방관하던 교육 당국은 대책 시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고액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지방자치단체에도 있다는 추가 제보가 입수됐다. 지자체가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해외연수를 진행하면서 여비를 과도하게 책정해왔다는 지적이다. 세금 낭비 문제와 함께 석연찮은 여행 업체 선정 과정도 도마에 오르는 모습이다.
 
전라북도인재육성재단이 공고한 올해 겨울학기 장학 연수 호주 A그룹 입찰 계획. 기초 단가가 782만8000원으로 설정돼 있다. 오른쪽 사진은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앞선 연수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모습. ⓒ 전북인재육성재단

 

최대 800여만원 해외연수…유찰 속출하는 이유는 

제보에 따르면, 전라북도청(도지사 송하진)이 운영하는 전라북도인재육성재단은 최근 논란 속 '2018년 겨울학기 글로벌체험해외연수' 우선협상 적격업체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장학생 대상 캐나다 A·B·C그룹, 호주 A·B그룹, 뉴질랜드 A·B그룹, 중국(단일그룹) 연수 전반 업무 및 현지 관리를 담당할 8개 업체가 10월22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됐다. 

2007년부터 시작된 전북인재육성재단 글로벌체험해외연수는 매년 두 차례(여름학기, 겨울학기) 전북도 내 초등학교·중학교·​대학교에서 장학생을 선발해 해외연수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올해 사업 계획을 보면 총 700명(초등학생 348명, 중학생 332명, 대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캐나다·호주·뉴질랜드·중국 연수를 진행한다고 돼 있다.

6주 코스인 해외연수 경비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호주 A·B그룹이 각각 780여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뉴질랜드 A·B그룹 각각 730여만원, 캐나다 C그룹 710여만원, 캐나다 A·B그룹 각각 690여만원, 중국 450여만원 순이었다. 각 연수마다 40명에서 많게는 62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연수 경비 지원 범위는 영어권 국가가 60%, 중국어권 국가는 80%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가정(차상위계층 포함)일 경우 초·중학생은 100%, 대학생은 24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전북도청 입장에선 매년 예산 3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만만찮은 사업이다. 학생 본인부담금까지 합치면 총 금액은 50억원에 달한다.   

'2018년 겨울학기 글로벌체험해외연수' 1차 입찰에서 상당수가 유찰되자 전라북도인재육성재단은 재공고를 냈다. ⓒ 전북인재육성재단 홈페이지 화면 캡처

 

 

여행 업체들에는 이 프로그램이 불황 속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많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유찰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전북인재육성재단은 지난 9월 중순 처음 올해 겨울학기 글로벌체험해외연수 우선협상 적격업체 선정 공고를 냈다. 당시 캐나다 B·C그룹, 호주 A그룹, 뉴질랜드 A·B그룹, 중국 연수의 우선협상 적격업체 선정에 실패했다. 전체 8개 중 6개(75%)가 유찰되는 사태를 빚은 것이다. 이는 입찰 참여 업체가 단 한 곳뿐이어서다. 규정상 참여 업체가 2개 미만일 경우 재공고를 하도록 돼 있다.  

10월 초 재공고를 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결국 전북인재육성재단은 단독으로 참여한 6개 업체를 우선협상 적격업체로 선정했다. 재단 측은 "두 번 연속 단독 입찰이 되면, 해당 업체를 평가해 점수가 70점 이상일 때 낙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찰 문턱 높고 가격 경쟁력 안 통하는 구조"

그런데 재공고 끝에 선정된 6개 업체 모두는 이미 전북인재육성재단 글로벌체험해외연수 사업에 참여했던 곳들이었다. 업체에 따라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재단과 해외연수를 진행해왔다. 제보자는 "애초부터 신규 업체가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라며 "들러리가 될 바에야 아예 입찰에 참여 안 하려는 업체가 많아 유찰 사태가 속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전북인재육성재단 홈페이지에서 재공고 등 과거 유찰 기록은 지워진 상태다.

전북인재육성재단은 입찰 참가 자격을 '법인등기부등본 및 사업자등록증에 유학알선업으로 등록된 법인 및 유학알선업체 또는 비영리 학교법인 중 별도의 사업자등록증상 유학알선업으로 등록된 학교기업'으로 정했다. 원래 '유학알선업체'는 자격 요건에서 빠져 있다가 외부 지적으로 올해 겨우 들어갔다. 

같은 계기로 입찰 참여 업체의 초·중·고·대학생 연수 실적을 평가하는 방법도 '국가, 자치단체, 학교, 교육청, 장학재단 주관'만 인정하는 데서 기업체 연수도 포함토록 바뀌었다. 수차례 민원에도 꿈쩍 않던 전북인재육성재단은 전북도의회가 문제제기하고 나서자 비로소 규정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지역 방송사는 2011년부터 계속 전북도인재육성재단의 해외 연수 사업에 참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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