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과 함께하는 명품 애프터눈 티
  • 서영수 차(茶)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05 15:46
  • 호수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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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이궁의 피앤피야와 티하우스 차위안의 훙우룽

대만에서 유일하게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이궁(宮·Le Palais)은 중국 광동요리 전문점이다. 팔레 드 쉰 호텔(PALAIS de CHINE, 君品酒店) 17층에 있는 이궁은 미슐랭 3스타 선정 발표를 앞둔 지난 2월부터 한 달 이상 영업을 중지하고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진행했다. 미슐랭 스타가 발표된 3월14일에 맞춰 영업을 재개한 이궁은 중국의 강남, 쑤저우(蘇州) 지역 어촌 민가 형식에 현대 프렌치 스타일을 가미한 우아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이궁은 ‘훌륭한 요리를 찾아 미각만을 위해 여로에 올라 찾아갈 가치가 있다’는 미슐랭 3스타를 충족시키는 특별한 레스토랑에 올랐다.

대만 출신 영화감독 리안과 함께 전 세계 셀럽이 즐겨 찾는 이궁을 운영하는 팔레 드 쉰 호텔은 저녁같이 풍성한 아침뷔페를 제공하는 호텔로 재방문 선호도 1위에 오른 럭셔리 호텔이다. 타이베이중앙역 근처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며, 같은 건물에 버스터미널과 타이베이 쇼핑명소 Q스퀘어 등이 함께 입점해 있는 팔레 드 쉰 호텔은 대형 건물에 호텔이 입주한 형태다. 1층에서는 안내데스크와 준마(駿馬) 조각상, 레이디(Lady)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메인로비가 있는 6층에는 무한리필 바다가재와 고급진 아침뷔페로 유명한 윈쉬안(雲軒·La Rotisserie)과 유러피언 티하우스 차위안(茶苑·Le Thé)이 있다. 윈쉬안은 이연복 셰프와 지드래곤이 대만 맛집을 방문하는 방송에 나와 유명해지기도 했다. 동서양 예술과 미학을 공유하는 테마 호텔답게 인테리어와 소품이 유명 작가의 진품으로 채워져 있다. 말 조각 작품과 그림이 호텔 안팎에 유난히 많은 이유는 말을 타고 장거리를 여행하면서 말과 사람이 함께 쉬는 역참(驛站)이 호텔의 기원이라고 믿는 호텔 대표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 한다. 호텔 6층에서 체크인하고 객실로 향했다.

팔레 드 쉰 호텔은 주문제작한 고급 대만 차를 객실에 공급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호텔에서도 비치해 두는 평범한 수준의 차와 커피도 있지만 붉은 포장지에 검은 글씨로 ‘쥔핀(君品)’이라고 쓴 대만 차 시음을 추천한다. 홍차, 우룽차, 녹차와 재가공차가 선택을 기다렸다. 우룽차의 천국인 대만에서는 우룽차가 우선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신세계가 오픈한 레스케이프호텔 6층에 있는 중식당 팔레 드 쉰이 연상되는 팔레 드 쉰 호텔은 부티크 호텔을 지향하는 오너의 철학이 섬세하게 호텔 곳곳에 배어 있었다.

 

①중국 차와 월병도 맛볼 수 있는 차위안


② 차를 보관하는 차관이 유럽풍이다.



시그니처 메뉴는 피앤피야와 시앤즈야

미슐랭에 선정되기 이전부터 이궁은 대만과 중국의 미식 평론단이 선정한 10대 레스토랑에 등극하며 전 세계 미식가의 호평을 받아온 핫스폿이다.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이궁을 이끄는 수석 셰프 첸웨이캉(陳偉)은 홍콩 출신이다. 12살 때부터 홍콩의 식당 주방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35년 만에 타이베이 최고 레스토랑의 책임자가 됐다. 정통 광동요리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미해 다른 곳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중화요리의 세계를 펼친다. 이궁의 시그니처 메뉴로 명성이 자자한 오리요리는 예약주문을 해야만 맛볼 수 있다.

‘손님을 친부모님으로 여겨 손맛이 아닌 애정을 담은 음식을 접대한다’는 직업철학을 가진 첸웨이캉이 선보이는 오리요리는 2가지가 있다. 베이징 덕처럼 구워온 3.5kg에 달하는 기름진 오리를 철판 위에 세워놓고, 오렌지 껍질로 만든 알코올 60도의 쿠앵트로(Cointreau)를 구워진 오리에 천천히 부은 다음 불을 붙여 오리 껍질을 최대한 바삭하게 만들어 껍질 부위만 제공하는 피앤피야(片皮鴨)는 그동안 먹어왔던 모든 오리요리를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이궁이 자랑하는 시그니처 메뉴인 시앤즈야(先知鴨)는 겨울이 끝나면 어린 오리들이 강물 위를 떼 지어 다니며 봄을 먼저 알리는 전령사 같은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본 첸웨이캉이 영감을 받아 만든 요리다. 직영농장에서 28일 동안 키운 어린 오리만을 선별해 뜨거운 기름을 부어가며 구운 시앤즈야는 피앤피야가 주는 풍부하고 농염한 식감에 비하면 담백했다. 선택하면 나오는 오리죽과 소금에 절인 오리수프도 일품이었다. 이궁은 딤섬의 세계 또한 무궁무진했다. 딤섬 가운데 무로 만든 케이크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지난 8월에 열린 ‘2018 타이완 미식전(美食展)’에 요리대가로 특별초빙 받은 첸웨이캉은 세미나를 통해 자신의 요리철학과 미슐랭 3스타 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참관객들과 나눴다. “미슐랭이 요구하는 첫 번째 기준은 식재료의 신선도와 우수한 품질이었다. 냉동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살아 있는 재료는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 두 번째 기준은 전통적인 레시피에 머무르지 않고 맛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과 창의적인 조리방식이 요리에 녹아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원칙은 주방과 홀의 완벽한 조화로 최상의 식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고객을 미슐랭이 보낸 언더커버 시험관으로 생각하고 항상성을 유지해야 미슐랭 스타를 획득하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 서영수 제공


홍차와 청차의 하이브리드, 훙우룽

이궁에서 제공하는 차도 훌륭했지만 팔레 드 쉰 호텔 6층에 있는 티하우스 차위안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한자로 ‘차(茶)’가 선명하게 새겨진, 목재로 된 장중한 문 안쪽으로 들어서면 유럽 황실을 상징하는 커다란 보라색 차관(茶罐)과 대조를 이룬 어른 키보다 더 큰 중국 청화자기가 눈에 띈다. 중국 고대건축양식에서 볼 수 있는 격자무늬 여닫이 창문, 지적창(支摘窓)을 응용한 인테리어는 동서양의 건축 특징이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다. 대만 차를 비롯한 중국 차뿐 아니라 프랑스의 마리아주 플레르(Mariage Freres)가 생산하는 다양한 명차를 주문할 수 있다.

차위안을 대표하는 12종류의 맛깔스러운 서양식 다식과 원하는 차를 선택해 마실 수 있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메뉴를 주문했다. 차는 2008년 대만차엽개량장 타이둥(臺東)분장과 루예(鹿野)농협이 공동개발한 훙우룽(紅烏龍)을 선택했다. 훙우룽은 전통 우룽차 제조공법에 홍차 가공법을 접목해 만든 청차(靑茶)다. 찻물이 붉고 향기가 홍차와 흡사해 홍차로 착각되거나 벌레 먹은 찻잎으로 만들어 샴페인 향이 나는 둥팡메이런(東方美人)과 오인되기도 한다. 훙우룽과 이름이 비슷한 훙수이우룽(紅水烏龍)은 전통기법으로 만든 고품질의 둥딩우룽(凍頂烏龍)의 한 종류다. 대만 차 상인 중 상당수도 이에 대한 변별력이 분명하지 않아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훙우룽은 홍차의 향과 청차의 맛을 동시에 즐기는 하이브리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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