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종공업 2세, 회삿돈 100억 횡령해 해외원정 도박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9 14:48
  • 호수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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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속 후 세종공업 지분 매각…형량 참작 위한 변제금 마련?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이자 현대가(家)의 사돈 기업인 세종공업이 충격에 빠졌다. 오너 2세가 최근 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해외원정 도박과 횡령 등 혐의와 관련해서다. 이번 일로 창업주인 박세종 세종공업 명예회장의 두 아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세종공업의 2세 경영체제에는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공업은 일반에 다소 낯선 기업이다. 거래방식이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세종공업의 위상은 대단하다. 세종공업이 성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 현대가(家)와 사돈 기업이라는 점과 연관 짓는 시선이 적지 않다. 박 명예회장은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처남이다. 박 명예회장은 정 명예회장이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내던 1976년 세종공업을 설립했다. 이후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며 안정적으로 사세를 확장해 왔다. 그 결과 현재는 국내외에 10여 개 계열사를 둔, 연매출 1조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인물은 박 명예회장의 차남 박정규 세종공업 총괄사장이다. 검찰은 올해 초부터 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박 총괄사장은 지난 9월 해외원정 도박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 총괄사장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필리핀 등지에서 상습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에 체류할 때도 사설 화상 도박장을 출입한 사실이 적발됐다. 현지에서 고용한 인물이 도박에 대신 참여해 영상을 실시간을 전송하면 국내에서 전화 등을 통해 베팅하는 식이었다.

 

박세종 세종공업 명예회장의 차남 박정규 세종공업 총괄사장이 최근 해외원정 도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 시사저널 포토·네이버 거리뷰 캡쳐


2014년부터 필리핀 등지에서 상습 도박

박 총괄사장은 특히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1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이른바 ‘환치기’ 수법을 통해 해외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치기는 국내의 환치기 업자에게 자금을 송금한 뒤 해당 금액을 해외 업자로부터 외화로 받는 방식을 말한다. 외국환거래법상 명시된 신고 규정을 피할 수 있어 돈세탁이나 해외원정 도박 자금 현지 조달 등에 악용돼 왔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박 총괄사장은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해외원정 도박의 경우 크게 두 가지 혐의를 받게 된다. 일단 박 총괄사장이 수년에 걸쳐 원정도박을 해 왔다는 점에서 상습도박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횡령의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된다. 특경법에는 횡령 등으로 인한 범죄금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일로 세종공업의 후계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세종공업은 2세 경영이 한창인 상태다. 박 명예회장은 2009년부터 등기임원과 회장직을 내려놓고 비상근 명예회장으로 지내다 2011년부터는 사실상 경영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세종공업의 후계구도는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길 세종공업 부회장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그는 현대자동차를 거쳐 세종공업에 합류해 일찍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05년 세종공업 부사장에 오르며 경영 일선에 나섰고, 2011년 총괄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는 부회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박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권 확보도 마무리 지은 상태다. 2015년 자신이 보유하던 세종공업 지분 전량(25.16%)을 에스제이원에 현물출자하는 형태로 이 회사 최대주주(57.37%)에 올랐다. 에스제이원은 세종공업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결국 박 부회장이 ‘에스제이원→세종공업→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셈이다.

박 총괄사장도 세종공업과 에스제이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량에 불과하고, 세종공업 총괄사장에 올라 있지만 미등기임원으로 의결권이 없다. 대신 그의 몫으로는 ‘세정’이 돌아갔다. 박 총괄사장이 최대주주(45.5%)로 있는 차량용 소음기와 배기가스 정화장치 제조업체다. 세종공업 2세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회사로도 지목된다. 일감 몰아주기로 올린 매출을 바탕으로 고배당을 실시해 재원을 마련하는 식이었다. 그가 처음 경영수업을 시작한 곳도 세정이다. 박 총괄사장은 2014년 6월 세정 대표이사에 취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전문경영진에게 경영을 맡기고 후선에 머물러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세종공업을, 박 총괄사장이 세정을 각각 경영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박 총괄사장이 구속되면서 2세 경영의 한 축에 차질이 생겼다. 향후 박 총괄사장이 횡령 혐의와 관련해 실형을 선고 받게 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특경법 제14조에 따라 징역형 등이 종료된 날부터 5년 이내에는 유죄 판결된 혐의와 관련 있는 기업체에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자칫 박 총괄사장이 향후 수년 동안 세정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종공업 측 “회사와 무관” 선 긋기

따라서 박 총괄사장으로선 어떻게든 횡령 혐의를 벗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그가 구속 이후인 지난 10월31일 보유하던 세종공업 주식 4.35%(87만2724주)를 박 부회장에게 매각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형량을 줄이기 위한 횡령액 변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세종공업은 박 총괄사장과 선을 긋는 분위기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박 총괄사장은 세종공업과 관련이 없어 사건과 관련해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세정 측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세정은 박 총괄사장의 도박 사건과 관련해 입을 굳게 다문 모양새다. 시사저널은 세정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해 취재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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