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 오너 2세들의 수상한 지분 승계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11.19 14:59
  • 호수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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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격 유성티엔에스 지분 취득 배경 의문…“내부 정보 이용했다면 배임 될 수도”

서희건설은 도급순위(시공능력평가) 37위의 중견 건설회사다. ‘스타힐스’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일반인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은 1조333억원, 영업이익은 881억원을 기록했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유성티엔에스와 나머지 계열사까지 합하면 매출이 1조5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서희건설의 창업과 성장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인사가 이봉관 회장이다. 이 회장은 포스코 공채 2기 출신이다. 이 때문에 서희건설의 CEO(전문경영인) 역시 포스코 출신이 많았다. 김정수 전 대표와 채수웅 전 대표, 이원섭 전 대표, 장택상 전 대표가 모두 포스코에서 근무하다 서희건설로 옮겨왔다. 현재 서희건설 등기이사에 등재돼 있는 김팔수 대표 역시 포스코 출신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서희건설이 고속성장하는 데 있어 포스코는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설립 초기 서희건설은 포항제철과 광양제철의 토건 보수작업을 전담하면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했다. 2006년에는 포스코 자회사 포스코건설을 제치고 포항제철의 신제철 기술인 파이넥스(FINEX) 설비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포스코 창사 이래로 외부 업체가 설비공사를 따낸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8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건설업체들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었다. 쌍용건설과 극동건설, 벽산건설, 성원건설, LIG건설 등이 줄줄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였다. 30대 그룹 계열 건설사 17곳의 부채비율이 400%에 육박하기도 했다. 서희건설은 예외였다. ‘건설업계의 빙하기’로 불리는 2008~09년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핵심 회사의 지분을 2세들에게 서서히 넘겼다. 이 회장은 현재 지주회사 격인 유성티엔에스를 통해 서희건설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유성티엔에스의 최대주주(10.40%)는 이봉관 회장이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은희 부사장과 차녀 이성희 전무, 삼녀 이도희씨도 각각 5.21%와 4.22%, 3.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 2세들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12.68%로 이 회장보다 높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승계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서희건설 사옥 ⓒ 시사저널 박은숙



포스코건설 제치고 파이넥스 설비 수주

문제는 오너 2세들이 지분을 취득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2007년까지 유성티엔에스의 주요 주주는 이봉관 회장(9.07%)과 장인 이소우씨(4.61%), 서희건설(9.04%) 등이었다. 오너 2세들의 지분은 전무했다. 2008년 이은희 부사장과 이성희 전무, 이도희씨가 각각 1.88%와 1.78%, 2.11%의 지분을 취득하며 유성티엔에스의 주주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은희·성희·도희 자매의 나이는 30대 초중반이었던 만큼 주식 취득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오너 2세들은 이후 유성티엔에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현재의 지분율까지 높일 수 있었다. 최근 10년간 유성티엔에스의 매출이나 자산이 꾸준히 증가한 만큼, 오너 2세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매년 받는 배당은 덤이었다. 하지만 서희건설은 반대 행보를 보였다. 지난 10년간 서희건설의 지분은 9.07%에서 3.23%로 크게 감소했다. 오너 2세들의 지분 가치가 높아진 만큼, 서희건설은 손해를 본 셈이 돼 논란이 예상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 2세 밀어주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의 자녀가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알짜 계열사 주식을 취득해 경영권 확보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 기자가 만난 재계 관계자들이나 경영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서희건설 측은 “2세 밀어주기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주식 매수 대금은 고인이 된 2세들의 조모와 모친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을 활용했다. 상속에 따른 세금 역시 모두 납부한 만큼 문제가 없다”며 “이후 유성티엔에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너 2세들이 지분을 취득할 당시 유성티엔에스의 시가총액이 700억원 이하로 너무 적어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며 “오너 2세들뿐 아니라 이봉관 회장 역시 지분을 8.85%에서 10.4%로 늘린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 뉴스뱅크이미지


서희건설 측 “2세 밀어주기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오너 2세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꾸준히 지분을 늘려 나갔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기존 주주인 서희건설이 권리를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서희건설의 경우 알짜 상장 계열사의 지분이 9%대에서 3%대로 감소하게 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 3세들이 과거 에버랜드(현 삼성물산)나 삼성SDS 지분을 취득해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과 비슷한 흐름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서희건설 측은 “상법 제369조 3항은 상호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유성티엔에스가 서희건설 지분 10% 이상을 취득하고 있기 때문에 서희건설이 보유한 유성티엔에스 지분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돼 왔다”며 “지분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서희건설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오너 일가들이 충분히 이사회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재계 현실이다. 서희건설이 오너 일가에게 지주회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양측의 희비가 크게 엇갈린 만큼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이봉관 회장 일가가 지분을 거래할 당시 지위를 이용해 내부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소액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지배주주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이 조치가 힘들면 상장규정을 손봐서라도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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