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제의 불로장생] 신선이 먹은 불로장생 묘약
  •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1.23 16:26
  • 호수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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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 치료하는 ‘복령’과 약한 다리 다스리는 ‘송지’

황초평(黃初平)은 나이 15세에 들판에 양을 방목하러 나갔다가 한 도사를 만났다. 도사를 따라 금화산에 들어가 40년간 수행을 했다. 그사이 집에서는 형인 황초기가 동생이 어디로 간지 몰라 오랫동안 찾았는데, 어느 날 시장에서 점을 치는 도사를 만나 동생의 행방을 물었다. 점괘가 금화산에 동생이 있을 것이라 했다. 형이 금화산으로 달려가 동생을 찾았다. 40년 만에 형제가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화하던 중에 그때 끌고 나간 양은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 동생은 “양이 여기 있습니다”라며 흰 돌덩어리를 가리켰다. 순식간에 돌이 양 수만 마리로 변했다. 일반인이라면 부자가 되었다고 좋아할 텐데, 황초기는 역시 선근의 자질이 있었다. 동생의 도술이 너무 놀라워 이걸 일반인도 배울 수 있는지를 물었다. 초평은 “도를 좋아하면 익히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好道便得)”라고 답했다. 

 

ⓒ Pixabay


황초기는 바로 초평에게서 도술을 배우며 송지(松脂·송진)와 복령(茯苓)을 복용했다. 오천 일을 수행하니 앉았다가 일어나면 몸이 사라지고 대낮에 그림자가 없이 다니며 얼굴은 동자로 변했다. 두 형제가 모두 신선이 되었다.

신선전에 등장하는 84명 신선 가운데 재물과 권력으로 성공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좋아하는 마음, 간절한 마음으로 신선이 된다.

황초기가 복용한 송지와 복령은 한약재다. 제조방법은 《증보산림경제》에 나온다. 복령은 껍질을 벗겨 갈아서 물에 넣어 섞은 후에 물 위에 뜨는 붉은 막을 제거하고 볕에 말려 사용한다. 송지는 소나무의 진으로,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을 채취해 뽕나무를 태운 잿물에 삶다가 다섯 번 이상 끓어오르면 건져서 냉수에 엉기게 한 후에 삶는다. 이렇게 삶은 송지 1근에 복령 가루 4냥을 합해 벌꿀로 환을 만든다. 송지만 먹으면 장과 위에 안 좋으니 복령을 같이 먹어야 한다. 복령은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키고 갈증을 멎게 하고 건망을 치료한다. 송지는 다리가 저리거나 약해진 증상을 다스린다.


송지는 태양인, 복령은 소양인에 좋아

포박자의 기록에 조구가 나병이 생겨 가족들이 산에 버렸다. 토굴에서 원망하고 울며 지냈는데 어떤 선인(仙人)이 지나가다가 보고는 약을 주었다. 100여 일이 되자 그 부스럼이 모두 치유되었고 안색이 밝아지며 피부가 옥같이 변했다. 비밀을 물으니 산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송지로 정련해 복용하면 장생불사한다고 했다. 건강해진 조구가 그 후로도 장복하니, 신체가 가벼워지고 기력이 백배나 되었으며 하루 종일 험난한 곳을 다녀도 피곤하지 않았다. 100세가 넘도록 이가 빠지지 않았고 머리가 희어지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조구가 이 송지를 먹고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모두 다투어 복용했는데, 성실하지 못해 한 달 이상 먹은 사람이 없었다. 아무리 장수한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끝까지 먹기 힘들다. 송지는 태양인 체질에 좋은 명약이다. 복령은 소양인 체질에 좋은 명약이다. 아무래도 소음인·태음인보다는 태양인·소양인이 신선이 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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