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입법대상①] “좋은 법률을 국민이 알아주지 못해 아쉽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11.26 13:48
  • 호수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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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한국입법학회 ‘제6회 대한민국 입법대상’…홍익표·임이자·오신환·이개호·전현희 의원 수상

시사저널과 한국입법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한민국 입법대상’이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올해도 역시 ‘좋은 입법’에 매진한 5명의 국회의원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3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입법대상’은 법안 발의 건수보다 법안의 내실을 꼼꼼하게 따져왔다.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 및 통과 건수를 기초로 하는 기존의 정량적 의정 평가 방식을 개선하고, 입법 활동 평가의 대안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매년 실시되고 있다.

제6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은 11월1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번 평가 대상은 지난해 9월1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공포된 769건의 법률이다. 입법 심사를 담당한 한국입법학회 의정평가위원회는 총 18명의 법학교수 및 변호사로 구성됐다. 18명의 위원단이 3개 조로 나뉘어 우수법률을 10개씩 추천했고, 위원들 다수의 추천을 받은 법률을 대상으로 우수 입법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이번 평가위원단은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일반 국민의 관점과 전문가적인 관점이 조화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과 한국입법학회 주최로 열린 제6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이 11월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 시사저널 박은숙


“좋은 법 만든 의원들, 박수 받아야”

한국입법학회 의정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해외건설 촉진법)이 우수한 입법 활동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10대 우수 입법으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재난적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 △해외건설 촉진법 개정안 등이 꼽혔다.

이날 행사엔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와 임지봉 한국입법학회 회장, 최대권 한국입법학회 의정평가위원장 등이 주최 측으로 참석했다. 임지봉 한국입법학회 회장은 “대한민국 입법대상의 시상은 ‘좋은 입법을 통한 평화와 번영’을 궁극적인 기대사항으로 삼고 있다”며 “올해로 제6회를 맞이한 대한민국 입법대상 선정은 바로 이러한 관심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수상하신 의원님들은 이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널리 자랑해 달라. 그리고 더 나은 입법을 위해 한층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는 “국민이 체감하는 불편한 법률과 규제들을 개선시켰지만 좋은 법률을 국민들이 알아주지 못해 못내 아쉬울 뿐”이라며 “언론은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동시에 밝은 면을 알리며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입법을 통한 평화와 번영 기대”

홍익표 의원이 입법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영세·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매장의 실내·외 장식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발생함에도 이에 대한 보호 여부가 불분명한 부분이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도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도용당해 존폐 위기에 놓인 사례도 있었다. 이런 행위를 방지하고자 타인의 상품 판매 방법 또는 외관 등을 유사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업이 사업제안이나 입찰, 공모 등을 통해 타인의 아이디어를 취득한 뒤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의정평가위원들은 “법 개정을 통해 영세·소상공인 및 중소·벤처기업 등의 지식재산권이 보다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임이자 의원이 발의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살생물 제품에 대한 승인제도를 도입해 살생물제에 대한 예방적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도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률안이 발의되던 때는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던 상황이었다. 특히 유해생물을 제거하거나 무해화(無害化)하는 등의 기능을 가진 살균제·살충제 등 살생물제에 대한 불안감도 날로 커졌다. 이를 관리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설립해 환경부 장관 소속으로 두고, 5년마다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오신환 의원이 발의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와 치료에 무게를 둔 법안이다. 단순히 범죄자의 처벌에 무게를 두지 않고 피해자의 보호에 시선을 돌렸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존엔 피해아동을 전문기관이나 상담소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가 부재했다. 이에 가정법원 판사가 보호명령과 함께 상담·치료 등을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의정평가위원들은 “법원을 통해 상담·치료 등을 명령할 수 있는 이 개정안은 피해아동과 관련 가정, 공동체의 안전과 치유를 위해 필요하고 적절한 입법이었다”고 말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의원 신분으로 발의한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해양공간의 이용·관리 등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정해 해양관할권 확보 갈등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 및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기존 연안관리법은 배타적 경제수역 등 전체 해양공간을 포괄하지 못해 한계를 노출해 왔다. 이에 새로운 법을 제정해 해양공간 관리의 범위를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까지 확대함으로써 주변국과의 갈등에 대응하고 해양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관리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은 의정평가위원들로부터 “개별 국가 간 해양 영토분쟁 가능성이 증가하는 시점에 이 법을 제정한 것은 정책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현희 의원이 발의한 해외건설 촉진법 개정안은 해외인프라·도시개발 지원공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다. 해외건설 촉진법은 1975년 제정 이후 30번째 개정됐다. 법 제정 당시 해외건설이 단순도급 형태였다면 현재는 투자개발형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일본과 같은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와의 수주 경쟁에서 밀리는 일이 빈번하면서,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이 절실했다. 한국입법학회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입법뿐 아니라 기존 산업을 육성하는 것 또한 국회의 의무”라며 “이런 점에서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충실히 임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의원입법 완성도 높일 입법 절차 개선 필요”

한국입법학회 의정평가위원장을 맡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금년에 선정된 10개 우수 법안은 반드시 선정돼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선정했다. 이들 입법 모두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부분에 대해 사회경제적 및 국가적 손길과 보살핌을 펼침으로써 우리나라를 전반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하려는 목적을 가진 입법임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또 “다만 금년에 생산된 입법들은 우리나라가 겪은 어려움 속에서 생산된 입법들이라 그 질적 수준이 고만고만해 선정에 임했던 위원들로선 우수 입법 선정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솔직한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선정된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진정한 대변자와 지도자로 더욱 정진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입법학회 회장을 지낸 임종훈 홍익대 교수는 법률안 제출과 심의 과정 등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그에 따른 대안을 ‘입법 발전을 위한 권고’ 형식으로 발표했다. 실적 위주의 입법을 지양하고 특례법의 양산을 자제해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정부가 법률안을 만들고 제출 절차만 의원 이름으로 하는 경우도 여전히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국회가 입법 배경, 취지, 조문해설 등 상세하고 충분한 입법 참고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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