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서비스, 컨시어지 경제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0 16:03
  • 호수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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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스마트폰에 ‘쏙’ 오프라인 서비스의 확장…기존 업종도 컨시어지 활용한 마케팅 펼쳐

글로벌 시장에서 ‘컨시어지 경제(concierge economy)’가 범용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각종 서비스를 대신해 주는 집사(concierge)들을 활용한 시장이 세분화돼 나타나다 보니 경제(economy)라는 단어가 붙었다. 중세 영화를 보면 작은 종을 쳐서 집사를 부르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스마트폰 앱을 누르기만 하면 운전기사가 달려오는 장면이 마치 컨시어지와 유사하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자신의 생산적 시간소비를 위해 남의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이런 사업은 대행업으로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적으로 대행업은 크게 두 가지 행태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전문적인 설득이나 분석이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면 변리사·상담사와 같은 지식대행이다. 다른 하나는 심부름·택배·대리운전과 같이 근육을 주로 사용하는 단순대행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컨시어지 경제의 행태를 살펴보면, ‘지식대행’보다 ‘근육대행’ 쪽으로 그 행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태스크래빗은 배달·청소·요리·쇼핑·수리·이사 등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태스크래빗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오른쪽 아래). ⓒ 태스크래빗


시공간 경계 허무는 IT기술 활용

일각에서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 경제’ 혹은 적은 돈으로 부려먹는 ‘노예경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필요에 의한 ‘집사 경제’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컨시어지 비즈니스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주는 IT기술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을 대신할 거점 컨시어지(local player)도 쉽게 조직화할 수 있다. 또 온·오프라인의 에지(edge), 즉 접점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스마트폰 앱 활용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컨시어지 서비스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다.

현재 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컨시어지 비즈니스 모델들을 살펴보더라도 서비스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에는 가사도우미처럼 빨래를 대신해 주는 ‘와시오(Washio)’라는 서비스가 있다. 여행자들의 가방을 목적지로 갖다 주는 ‘제트블루(Jet blue)’도 여성 여행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태스크래빗(Task rabbit)’은 심부름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다.

은행이나 우체국 서비스를 대신해 주는 ‘십(Shyp)’ 앱도 있다. 반복적인 은행 업무나 다량의 우편물을 발송하는 데 주로 이용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법적인 문제 때문에 도입이 어려워 보이지만, 필요한 곳에 의사를 보내주는 ‘힐(Heal)’이라는 앱도 있다. 그 외에도 주차대행을 해 주는 서비스를 비롯해 안마사를 불러주는 앱, 술 배달을 해 주는 앱까지 웬만한 오프라인 서비스들이 대부분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요리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도 확장될 수 있다. 출장요리사 파견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처럼 단순히 정해진 메뉴를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요리를 맞춤형으로 만들어 배달해 준다. 기존에도 스프릭(Sprig)이라는,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등을 중심으로 유기농 건강식 요리를 15분 안에 배달해 주던 서비스가 있었다. 스프릭은 배달 업계 대량생산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난 2015년 영업을 종료했지만, 컨시어지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언제든 맞춤형 요리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가 재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먼처리(Munchery)’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웰빙 음식을 원하는 수요자와 셰프를 연결해 음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모든 서비스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기에는 장벽이 높다. 우버 택시처럼 시장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안마사를 부르는 서비스나 술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이미 해외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가사도우미 연계 서비스나 맞춤형 요리 배달 등은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에서 확장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도 찾을 수 있다.


단순노동부터 맞춤형 서비스까지 등장

가령 ‘30분 세차 서비스’는 어떨까. 세차장에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30분 이내에 세차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존재한다면 상당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잠깐 약속이 있어서 간 사람들은 주차 시간 동안 세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동네 할머니 도우미 연계 서비스’는 어떨까. 잠시 엄마들이 외출할 때 아이를 맡겨야 하는 경우나 산후조리 등 도움이 필요한 경우 한동네에 가까이 사는 할머니와 연결해 주는 것이다. 위치상 가깝기 때문에 언제든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노인 일자리 창출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컨시어지 비즈니스는 다양하게 세분화된 특화시장이 있고,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 발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특히 ‘찾아가는 서비스’ 시대를 맞아 기존 업종에서도 컨시어지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는 갑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을 위해 고객의 집으로 커피와 간단한 간식을 배달해 주는 ‘홈 파티’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했다. 미국 약국 체인 윌그린은 태스크래빗과 손잡고 감기약 배달 서비스를 미국 전역에 제공하고 있다.

찾아가는 서비스. 이는 앞으로 기존 기업이나 창업가에게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언제 어디든 찾아가 서비스해 줄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모델링을 통해 전혀 다른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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