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사업, 긴 안목을 갖고 입체적으로 이뤄야”
  • 인천 = 윤현민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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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기 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인터뷰

인천지역 재건축과 재개발은 2000년대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개발논리 속에 신-원도심간 발전 격차만 벌어졌다. 인구가 하나 둘 빠져 나가는 사이 ‘우리’는 없고 ‘나’만 남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쇠퇴한 도시와 무너진 공동체 회복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중앙정부는 물론 인천광역시 또한 원도심 활성화를 역점사업으로 꼽았다. 인천시는 올해 그 허리 역할을 담당할 ‘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를 출범시켰다. 주민이 지속가능하고 살기 좋은 삶의 터전을 만드는 게 골자다.

 

시사저널은 전찬기 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을 만나 센터의 기능, 인천형 도시재생 모델, 성공요건, 추진방향 등을 들어봤다.  

 

전찬기 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윤현민 기자



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가 맡고 있는 주요 기능과 역할을 소개해 달라. 

 

“인천시와 군·구, 도시공사 등이 신청하는 정부의 도시재생뉴딜 공모사업이 채택되기 위해선 사업제안서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센터에서는 효과적인 사업방향과 제안서 작성 요령 등에 대한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시민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주민공동 협의체 구성도 함께 컨설팅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주민공동체 구성에 달려있다. 주민공동협의체 구성을 위해 지금껏 기울인 노력과 성과는 무엇인가.

 

“소통의 저변에는 주민들과의 스킨십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 안에서 서로 갈등요인을 줄이고 적절한 협의와 조정이 이뤄지려면 기초센터장을 중심으로 한 주민들 간의 소통 노력이 더 중요하다.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시간도 많이 필요하지만,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상호 소통의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의식을 우선 높여야 한다. 센터에서도 이런 교육을 꾸준히 하고 사업에 관여하는 활동가부터 코디네이터(전문성을 가진 중간 협력자)나 지도자들이 서로 협치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주말 교육 후에는 주민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컨설팅을 한다. 주민 스스로 사업제안을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주민들끼리 자주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마을의 지속 발전을 위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진다. 실제 지난해 6월과 7월에 도시재생대학 기초과정에 70명을 모집했는데 140명이나 신청해 놀랐다. 결국 1개 반을 추가하고, 그 중 50명을 선발해 심화과정까지 마쳤다. 올해 주민공모사업(3개 팀 선정, 각 2000만원 지원)에도 19개 팀이 신청해 한 팀을 늘려 4개 팀에게 1500만원씩 지원했다.” 

 

현 정부는 도시재생 사업의 출발점을 ‘주민제안형’에 두고 있다. 이런 도시재생 사업 활성화를 위해 인천시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군·구 담당 공무원들의 근무가 지속가능해야 한다. 이들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길어야 2년이면 자리를 옮긴다. 이 때문에 새로 근무하게 된 공무원은 그동안의 사업 흐름을 몰라 전체적인 맥락이 끊기게 된다. 센터장을 포함한 직원들도 2년 남짓의 계약직 신분이어서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공적인 전통시장 정비사업 사례로 꼽히는 시흥 도일시장의 경우도 그 저변에는 담당자들의 장기근속이 있었다. 김윤식 전 시흥시장이 담당자들을 사업 종료 시까지 붙박이로 두고 차례로 승진시킨 것이다. 국토부에서도 조만간 군·구의 도시재생 사업 업무 담당자 및 센터 직원들의 계약, 임금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한다고 해놓고 차일피일 미루는 실정이다.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 사업의 취지는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살린 지속발전 가능한 마을 재건 또는 회복이다. 그렇다면 인천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도시재생 사업 모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것이 5만㎢ 미만에 1000가구 이하인 ‘우리 동네 살리기’ 사업이다. 이 사업이 실질적으로 자생적인 마을을 만들기에 가장 적절한 규모다. 문제는 이런 사업이 인천의 경우 1년에 1~2곳 정도만 배정된다는 점에 있다. 전체 면적이 1000㎢인 인천에서는 작은 점 단위에 불과한 규모다. 이렇게 시범적으로 몇 곳만 진행하는 도시재생은 요원하다. 따라서 도시재생 전략계획 수립 단계부터 이런 작은 사업의 숫자를 정책적으로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자금에만 매달리지 말고, 지방정부 재원으로라도 추진해야 진정한 도시재생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점 단위 재생에서 선 단위, 면 단위의 재생이 이루어지고 도시 전체의 균형발전도 이루어진다고 본다.” 

 

단발성으로 끝나는 마을 단위 도시재생이 아닌 ‘면 단위’의 입체적 도시재생을 위한 구체적 사례가 있다면 제시해 달라. 

 

“단순히 주차장, 공원, 복합센터를 만드는데 그치면 마을이 조금 나아질 수 있을지 몰라도 특화는 아니다. 성공한 도시재생 사례를 벤치마킹하되,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 획일적 복사)은 절대 안 된다.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살린 마을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일본 돗토리현 구라요시시의 시라카베도조군(白壁土藏郡)에선 맷돌로 간 원두커피에 설탕과 프림을 섞어 만든 ‘맷돌커피’로 관광객들이 몰려 마을경제 전체가 살아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스페인 북쪽 바스크지방의 중심도시 빌바오(Bilbao)도 철강산업 쇠퇴 후 주민들의 제안으로 뉴욕 맨해튼 구겐하임 미술관 분점을 유치한 후, 그 건물을 티타늄으로 배 모양과 꽃봉오리 모양으로 만들어 스페인의 대표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그 결과 건물 하나로 도시 전체가 살아난다는 ‘빌바오 효과’라는 말까지 나왔다. 

 

인천항 8부두 폐곡물창고를 활용해 정보통신기술-문화콘텐츠 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상상플랫폼의 경우도 입체적 도시재생의 여지는 충분하다. 주변의 북성동 차이나타운과 신흥동 누들타운, 개항장, 동인천 배다리 등을 역사·문화 벨트로 묶어 관광명소로 조성하는 방식이다.”

 

인천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 사업의 가치와 향후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 

 

“인천은 전국의 원도심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송도와 청라, 영종, 검단 등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원주민들이 거의 외곽으로 빠져 나갔다. 역설적이지만, 그만큼 재생하기 좋은 대상지가 또 인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시재생 사업은 재생할만한 가치가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데 인천은 개항도시로서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다. 여기에 바다와 공항까지 끼고 있어 재생할 가치가 충분하고도 남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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