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패러다임으로 성공한 혁신 스타트업 3총사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12.17 14:58
  • 호수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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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배민·직방 등 플랫폼 고도화 승부수…O2O가 플랫폼 기업이 되기까지 혁신과 진화

개인의 일상 틈새를 노려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바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기업이다. 첨단기술을 토대로 기존 산업과 이용자들의 간격을 좁힌 O2O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상징으로도 불린다. 배달, 숙박, 부동산에서 각각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야놀자, 직방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들은 각자 주력으로 삼은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았다. 빅데이터와 첨단기술을 활용해 자신들의 플랫폼을 고도화시키고, 서비스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제 이들은 경쟁업체들과 비교되지 않는 독보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 새로운 계보를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30세대 노린 앱 서비스 시작이 주효

시작은 어찌 보면 단순했다. 모바일에 익숙한 2030세대들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야놀자는 예약이라는 개념이 없던, ‘음지’라는 인식이 강하던 모텔에 대한 이용 방식을 새롭게 바꿨다. 모바일 앱을 통해 모텔 예약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하면서 숙박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창업 전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이수진 야놀자 대표는 청소와 객실 관리, 프런트 업무 등을 4년6개월 동안 하면서 모텔 종사자를 위한 카페를 개설했다. 회원 수가 1만 명을 넘어서자 모텔 비품 B2B 사업을 시작했고, 이때 인수한 모텔 정보 카페는 야놀자 서비스의 모태가 됐다.

부정적이고 숨겨야 하는 곳이라고 여겨졌던 모텔에 대한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다이렉트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2005년 창업 이후 야놀자는 매년 2배 이상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는 모텔뿐 아니라 호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연계해 서비스 분야를 확대했다. 2010년 우아한형제들이 만든 스마트폰 앱 배달의민족은 전단지를 이용해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던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모바일 앱을 이용해 음식점을 선택하고,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배달받을 수 있도록 한 이 서비스는 이제 실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 NHN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시스템 통합 업체에서 일하던 형 김광수 우아한형제들 공동창업자, 두 형제의 합작품이었다.

앱을 출시하기 전 전국 전단지 광고 대행 사업자들을 모아 사업설명회를 열었고, 미리 전국 전단지 업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사업을 시작했던 점도 사업 확장에 주효했다. 이로 인해 배달 관련 정보 사이트나 포털보다 더 많은 업체 정보를 모을 수 있었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배달 전단지를 앱에 넣겠다는 포부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그 포부는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배달을 시킨 뒤 리뷰를 남기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참여형 방식을 취한 점도 인상적이다. 음식점에 대한 평가를 앱을 통해 바로 볼 수 있게 해, 기존 방식과 차별화한 것이다.

직방은 모바일에서 부동산 정보를 가장 편하게, 빨리 찾을 수 있는 부동산 포털의 대표주자가 됐다. 직방은 2012년 채널브리즈라는 작은 벤처기업이 만든 서비스다. 2015년 회사명을 직방으로 변경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가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 일을 하던 시절, 고시촌에 직접 방을 구하러 다니면서 발견한 시장의 문제점이 직방 사업을 열게 된 이유가 됐다. 전봇대나 벽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고 방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고, 정보가 제한돼 자신에게 맞는 방을 찾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모아 많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원룸과 오피스텔로 한정했다. 앱을 사용하는 젊은 세대들이 찾는 정보에 주력해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함이었다. 초반에는 직거래 등록 위주의 서비스였지만, 서비스에 대한 안정감을 주기 위해 중개업소가 정보를 올려놓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기본 서비스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 도입

이렇듯 성공한 O2O 서비스들은 기존에 없거나 얻기 힘들었던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손쉽게 제공한다는 데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기존의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 활로를 넓혔다는 점이다. 직방은 지난해 오피스텔과 원룸, 투룸뿐 아니라 아파트와 주상복합 매물을 거래할 수 있는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360도 VR(가상현실)을 통해 매물을 볼 수 있게 했으며, 다양한 사진과 자세한 설명을 담은 현장 답사 리뷰를 앱에 담았다. 여기에 실제 거주 중이거나 거주 경험이 있는 주민들의 평가를 등록해 정보 제공의 범위를 넓혔다. 믿을 수 있는 부동산 정보 제공을 위해 허위 매물을 적발하는 ‘허위매물 아웃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다.

야놀자는 모텔과 호텔, 리조트 등의 예약 중개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고 ‘여가 플랫폼 기업’으로의 확장을 시도했다. 지난 3월 국내 최대 레저·액티비티 플랫폼 기업인 ‘레저큐’를 인수한 야놀자는 5월 계열 법인 호텔나우 앱을 통해 레저와 액티비티 예약 서비스를 론칭했다. 올해 여름 성수기부터는 워터파크, 놀이공원, 동물원과 식물원, 유람선 등 1000여 종의 레저·티켓 예약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이는 야놀자가 3월에 제시한 ‘글로벌 R.E.S.T 플랫폼’ 비전에 따른 것이다. R.E.S.T는 각각 Refresh(재충전), Entertain(오락), Stay(숙박), Travel(여행)을 의미하고, 종합적으로는 여행의 본질인 ‘Rest(쉼)’를 뜻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 헤이(heyy)를 론칭해 1호점 ‘헤이, 춘천’을 열었다.

배달의민족은 기존의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했다.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배달 음식이 아닌, 일반 음식점의 메뉴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또 2015년 신선식품 정기 배송 스타트업인 ‘덤앤더머스’를 인수해 2017년 9월 반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배민찬’으로 이름을 바꿨다. 배민찬 서비스는 2월28일 서비스가 종료되는 대신, 즉시 배송의 형태로 배달의민족에 통합 운영될 예정이다. 2016년부터는 서울 강남구와 강서구 등에 배달 전문 공유 주방인 ‘배민키친’을 오픈했다. 각 지역의 배민키친은 유명 맛집들에 조리 공간을 제공하고, 조리가 완료되면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음식을 전달한다. 1인 가구가 늘어난 추세에 맞춰 1인분 주문 서비스를 도입한 점도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성공한 플랫폼 기업들은 AI와 로봇을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8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선보였다. ⓒ 연합뉴스

 

AI 도입 등 플랫폼 고도화

4차 산업혁명의 상징답게, AI 기술과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도 주목되고 있다. 직방은 올해 4월부터 빅데이터랩 서비스를 통해 전국 100세대 이상 아파트 및 주상복합의 시세 변동, 학군 역세권 정보, 인구 흐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과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이른바 ‘프롭테크(Property+Tech)’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 2월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프롭테크 확산의 계기로 직방과 같은 부동산 중개 앱 서비스의 활성화를 꼽기도 했다. 직방의 서비스 중 VR 홈 투어, 부동산 실거래가와 매물 데이터를 비교·분석하고 주변 정보를 알려주는 ‘빅데이터랩’ 등이 침체됐던 부동산 정보 서비스 업계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디지털화하는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방은 빅데이터랩을 신설하면서 부동산 전문가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을 빅데이터랩장으로 영입, 수요자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지표를 통계로 엮어 보여주고 있다.

배달 앱을 넘어 푸드테크(food+tech) 기업으로 올라선 배달의민족은 네이버 인공지능 엔진 ‘클로바’와 협업을 통해 음성 인식 스피커에서 목소리만으로 주문이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 구글 인공지능 머신러닝 시스템을 도입해 음식과 관련 없는 부적절한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검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배달로봇을 테스트 운행 중이다. 지난 8월 피자헛 목동 중앙점에서 피자를 서빙하는 로봇 ‘딜리 플레이트’가 매장 내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음식을 성공적으로 서빙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딜리는 우아한형제들이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것으로, 앞으로 실외에서도 자율주행으로 배달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될 예정이다.

야놀자는 AI를 토대로 이용자들의 여행 인원이나 시기를 파악해 숙소와 여행지를 추천해 주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AI를 활용한 실시간 객실 관리 시스템 ‘스마트 프런트’로 객실을 관리하면서 수익 증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8월에는 KT와 ‘AI 숙박 플랫폼 및 다각적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공지능 숙박 운영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야놀자 프랜차이즈 호텔 가맹점에 보급된 스마트 프런트에 기타 AI 서비스를 연동해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미 야놀자는 프랜차이즈 호텔 20여 곳에 AI 기술을 적용한 바 있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객실 문을 열고, 필요한 물품은 AI 스피커를 통해 주문하며, 객실 정비를 로봇이 맡는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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