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육은 불필요한 전시 행정과 잘못된 인사로 망가져 간다”
  • 대전 =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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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년 임기 마치는 송치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 지부장

“교육감은 교육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없다. 학교는 행정을 위한 곳이 아니라 교육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망각한 것 같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설동호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했다. 총 17개 시도 교육감 중 진보 성향 교육감이 뽑히지 않은 곳은 대전을 포함해 대구, 경북 단 세 곳이다. 설 교육감은 중도를 표방했지만, 보수에 가까운 성향을 보인다. 다만 이번 선거를 통해 교육 복지만큼은 진보 후보들과 비슷한 수준의 공약을 내걸었다. 

 

송치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장도 교육 복지 확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선거 이후 무상 교육, 무상 교복 등 교육복지관련 예산 등을 이전보다 더 많이 확충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칭찬은 딱 거기까지다. 그 외는 혹평 일색이다. 2년간 전교조 대전지부장을 역임하면서 봐온 대전 교육 환경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종무식을 마친 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소를 직접 찾아가 들어 봤다.

 

대전시교육청 앞은 올 한해 유난히 다양한 시위가 많았다. ⓒ시사저널 김상현


 

“다른 해에 비해 인사 문제와 비리가 심각했다”

 

올 한해 대전 교육의 가장 큰 문제를 꼽아달라고 부탁하자 “하도 많아 무엇을 꼽아야 할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참을 고심한 후 “올해는 공익 제보가 특히 많았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년과 달리 익명의 내부 고발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3월, 4월, 5월 세 차례에 걸쳐 ‘김공익’이라는 가명으로, 11월 하순에는 ‘대전혁신을 꿈꾸는 사람 모임’ 이름으로,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대전교육사랑회’ 명의로 지부사무실에 투서가 날아들었다. 내용은 주로 대전시교육청의 인사 문제와 부패 행위, 공무원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 고위직 두 명의 비위행위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 외에도 교육청 비리에 대한 제보는 끊임없이 지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송 지부장은 “대전교육의 모든 문제는 인사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올 한해 대전시 교육 행정의 가장 큰 문제점도 바로 불합리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모든 비리의 원천은 잘못된 인사에서 시작한다. 지나치게 특정 학연에 편중한 인사가 이뤄진다. 교육감과 교육감 동생 출신 학교 졸업자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다. 논공행상과 정실인사가 대전 교육을 다 망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인사 난맥상이 상세하게 적힌 투서도 받았다. 대전지부는 이 투서들을 포함해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부패·공익 신고’ 진정을 냈다.

 

송치수 지부장은 대전 교육청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논공행상과 정실인사를 꼽았다. ⓒ시사저널 김상현


 

“현장 교사들은 교육청이 만든 전시 행정 업무에 지쳐버렸다”

 

이어 송 지부장은 “대전시 교사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행정 업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등교육법 제20조와 초중등교육법시행령 36조의 5항 내용을 설명했다. “여기에 보면 교사는 법령으로 ‘교육활동’과 그와 관련한 ‘상담’ 및 ‘생활지도’ 등을 담당한다고 나와 있다”라면서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는 행정직원이 하도록 적혀 있는 기본 법령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지부장이 설명하는 교사에게 주어지는 불합리한 행정 업무는 구체적으로 ‘학교 CCTV 관리’, ‘방과 후 자유수강원 지급’, ‘돌봄 교실 강사비 품의’, ‘꿈나무(배움터) 지킴이 선발 및 운영’ 등이 있다. 최근에는 공기청정기 설치 계약과 관리 업무까지 교사에게 일임하기도 한다. 그는 “교사들이 학교와 상담에 집중할 수 없도록 지나친 행정 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보니 학생들과 눈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며 “대전시에서 유독 학생들에 의한 사고가 자주 생기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교육청의 존재 이유는 ‘관리 감독’이 아닌 ‘현장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최선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공교육 정상 및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대전 교육청은 모든 것이 행정 중심, 전시성 행사 위주다. 전시성 사업을 교육청 내 몇 명이 기획해 학교에 내려 보낸 후 과정 보고, 실적 보고 등만 줄기차게 요구하니 교사들은 뒤처리만 하다 제대로 된 교육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사라진다.”

 

 

“교육감은 왜 행정원의 편에 서는가”

 

행정원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한정된 인원에 워낙 행정 업무가 많다 보니 교사들도 행정 업무를 나눠서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찬성할 수 없다. 송 지부장은 “최소한 서로가 자신들의 법령에 주어진 직분은 이해해야 한다”라며 “인원이 부족하면 교사들을 행정 업무에 끌어들이지 말고 교육청, 교육감, 인사권자 등에게 충원을 떳떳하게 요청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감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 당연히 교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줘야 한다. 하지만 계속 학교 자율성만 운운한다”라고 성토했다. 송 지부장이 설 교육감에게 교육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없다고 강하게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의 의사 결정 과정이 구축돼 있고 여기서 나온 결론이 존중돼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송 지부장의 말대로라면 대전시에 그런 풍토를 가지고 있는 학교는 없다. 그저 교장이 결정하고 교사들은 따라야 하는 시스템이다. “학교 자율성을 높인다는 것은 학교 교장의 권한을 높여준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송 지부장의 주장이다. 

 

송치수 지부장은 올 연말로 임기를 마친다. 2년 간 지부장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입장에서 교육감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즉각 “교육감은 교육 전문가들인 교원노조와 소통과 협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요구 조건을 다 받아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행정 중심의 교육청 직제에서 탈피하고 교육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원하기 위한 의지력을 보여달라”라고 요구했다.

 

한편, 2017년 조사한 대전시 학생들의 학교생활만족도는 45.0%로 전국평균(52.3%)보다 7.3% 포인트나 낮다. 대전시 교육청은 3년 연속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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