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찬 사람과 뜨거운 사람, 자신에 맞는 음식 궁합 찾아야
  •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03 17:38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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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제의 불로장생] 불로장생의 비법 ‘상생과 상극’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 무렵에 죽지 않는 괴물이 등장했다. ‘송도 말년에 불가사리’라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 버전으로 전해오는데,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승려를 잡아오면 현상금을 준다고 했다. 어느 승려가 그 소식을 모르고 여동생의 집에 갔더니 큰일 난다며 오빠를 다락에 숨겼다. 승려는 숨어서 할 일이 없어 남은 밥알로 작은 괴물 모양을 만들었다. 여동생은 사냥 갔다가 돌아온 남편에게 중을 하나 잡아놨으니 상금을 받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남편이 살펴보니 승려가 된 처남이었다. 정이 떨어져 부인을 죽이고 말았다. 

승려는 졸지에 가정이 파탄 난 것이 미안해 큰일이 일어나면 보라며 쪽지를 한 장 남기고 떠났다. 그런데 밥알로 만든 괴물이 생명을 얻어 쇠를 먹고 점점 더 커져서 나라에 난리가 났다. 나라 안의 쇠붙이는 다 먹어버렸다. 괴물을 무찌르기 위해 무기를 동원해도 전부 먹어치우니 ‘불가살(不可殺·죽일 수가 없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불가살을 없애는 사람에게 벼슬과 상을 내린다고 하니 그제야 그 남편은 승려가 남겨준 쪽지를 열어보았다. 쪽지에는 ‘불가살이화가살(不可殺以火可殺·죽일 수가 없으나 불로만 죽일 수 있다)’이라고 씌어 있어 불로 괴물을 녹였다.

알로에(왼쪽), 인진쑥(오른쪽) ⓒ pixabay·뉴스뱅크이미지
알로에(왼쪽), 인진쑥(오른쪽) ⓒ pixabay·뉴스뱅크이미지

불가사리가 죽지 않는 이유는 오행에 있다. 쇠를 죄다 먹어 점점 커지는 불가사리는 가장 큰 쇠로 볼 수 있다. 금속 계열에서 정점을 찍은 괴물이다. 금속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불밖에 없다. 포스코에 있는 용광로가 쇠를 녹이는 것을 생각해 보라. 화극금의 원리로 불가사리를 무찌르고 평화를 찾았다는 이야기다. 

동양의학의 오행은 서로 도와주는 상생이 있는가 하면 서로 이기는 상극이 있다. 상생은 ‘목화토금수’, 나무를 더하면 불기운을 키우고(木生火), 불이 꺼지면 흙으로 돌아가고(火生土), 흙 속에서 쇠가 나오고(土生金), 금이 많은 곳에서 물이 생긴다(金生水)는 이치다. 상극은 ‘수화금목토’로, 물은 불을 끄고(水剋火), 불은 쇠를 녹이고(火剋金), 쇠는 나무를 자르고(金剋木), 나무는 땅을 뚫을 수 있고(木剋土), 흙으로 물을 막는(土剋水) 작용이다.

“오행의 원리 깨면 기업도 망해”

오행의 원리는 다섯 가지가 돌아가는 단순한 이치지만, 세상 이치에 많이 적용된다. 한 분야에 정점을 찍은 회사가 느닷없이 다른 분야에 뛰어들어 망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어느 기업이 철강 사업에 뛰어들면서 부도가 났다. 역술인이 회장의 사주를 보면서 사주가 토(土)여서 금(金)과 잘 맞는다고 했는데, 철강에는 불(火·용광로)이 있음을 간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자신의 상생이 아니라 상극을 찾으면 망하는 길이다. 건강한 사람은 상생이 되는 일을 하고, 아픈 사람은 집에만 있어도 다치는 법이다. 

알로에는 찬 성질이다. 속에 열이 있는 체질에는 약이 되고, 속이 냉한 체질에는 안 좋을 수 있다. 반면 인진쑥은 뜨거운 성질이다. 속이 냉한 체질에는 약이 되고, 속에 열이 있는 체질에는 해로울 수 있다.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먹어보면 안다. 필자와 같은 전문가는 기(氣) 테스트로 알 수 있다. 먹어봐서 혀가 깨끗하고, 소변이 투명하게 맑고, 대변이 황금색 바나나처럼 나오면 약이 되는 것이다. 혀와 대소변은 상생상극을 아는 체크 포인트다. 절대강자 불가사리도 상생과 상극의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불로장생하려면 나의 상생과 상극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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