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신드롬①] 입시공화국의 불편한 진실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4 16: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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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SKY캐슬》, 시청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오히려 카타르시스로 승화시켜 눈길 사로잡아

JTBC 《SKY캐슬》의 시청률은 지난 13회 13.2% (닐슨코리아)로 역대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14회에는 15.7%로 그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더 놀라운 건 이 드라마가 애초부터 어느 정도 화제가 될 줄은 알았지만 이런 대기록을 세울 만큼의 기대작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첫 회 시청률이 고작 1.7%였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첫 회가 나가고 나서 다음 회부터 이 드라마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 나갔다. 2회에 4%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매회 1%씩 상승하다가 10회 만에 11%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고, 결국 15.7%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었다. 시청률만이 아니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 있어서도 최근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 JTBC
ⓒ JTBC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 세운 《SKY캐슬》

사실 드라마가 좋으면 시청률은 어느 정도 오르기 마련이지만, 1%대로 시작한 드라마가 15%가 됐다는 사실은 그것이 단지 드라마 내적인 힘에 의해서만이라고 보긴 어렵다. 드라마가 가진 힘도 충분했지만, 외적인 힘이 작용함으로써 신드롬에 가까운 상승세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외적인 힘은 다름 아닌 우리네 사교육 문제를 건드린 부분에서 촉발됐다. 물론 우리네 교육 문제를 다룬 드라마들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SKY캐슬》이 더 뜨거울 수 있었던 건 이른바 학생부 전형이 만들어내고 있는, 교육의 불평등을 정면에서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핵심 키워드는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교육이 만들어낸 괴물 직업군에 있다. 

《SKY캐슬》은 사교육 문제의 무게감 때문에 애초부터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만일 코믹 풍자극이 가능했다면, 이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에 들어와 동화작가로서 과도한 사교육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는 이수임(이태란)이라는 인물이 훨씬 공감 가고 비중도 높아졌을 게다. 이곳에서 비정상적인 사교육 때문에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동화로 쓰겠다며 한서진(염정아)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수임은 분명 바람직한 자녀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SKY캐슬》 신드롬은 도무지 바뀌지 않는 현실 앞에서 분노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대중들에게 잠시 동안의 판타지를 준 데서 비롯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수임보다는 한서진의 입장에 더 공감을 표하게 됐다. 그것은 이수임이 말하는 그 비전이 전혀 공감되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고 아이의 행복이 최우선인 교육. 그것이 사교육의 광풍 속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학부모들에게 어찌 공감을 줄 수 있을까. 그래서 어떻게든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사교육은 다 동원하려는 한서진의 입장을 시청자들은 더 공감하게 된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코믹풍자극을 지향했으나 결코 가볍게 웃을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살벌한 비극으로 방향이 바뀐 이유가 됐다. 《SKY캐슬》은 이수임 같은 인물이 내놓은 비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입시 코디 같은 절박한 선택이 만들어내는 비극에 더 초점을 맞춘다. 김주영(김서형)에게 코디를 받은 아이나 그 학부모는 그래서 처참한 비극을 맞이한다. 그토록 원하던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으나 의절을 선언한 아이의 엄마가 자살하고, 입시 스트레스를 편의점 도둑질로 푸는 아이들이 등장하고,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가 숨겨진 출생의 비밀을 알고는 복수를 꿈꾸며 들어간 친아버지의 집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 때문에 하버드대에 입학했다고 거짓말을 한 후 1년간 가짜 학생으로 살다 발각되는 아이까지 등장한다. 입시 경쟁이라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은 비극을 맞고 그 아이의 비극은 그 집안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이런 비극적인 과정을 통해 《SKY캐슬》은 기묘하게도 시청자들의 두 가지 정서를 건드린다. 그 하나는 저들의 사교육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하기도 하고, 스터디룸이라고 만들어 놓은 사실상 감옥 속에 아이를 가둬놓고 공부를 시키기도 하며, 독서토론이라는 명목하에 논술과 자기소개서 준비를 시킨다. 부유한 이들이지만 그들도 똑같이 정보에 목마르고 아이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할 짓 못할 짓 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측은한 마음을 갖는 부모로서의 공감대 또한 이들을 사교육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입시공화국과 맞닿아 있는 스펙사회의 그림자

하지만 또 하나의 정서는 저들의 돈과 정보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사교육이 철저하게 파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갖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현실은 돈과 정보가 입시를 판가름하고 그래서 심지어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이 겪는 비극을 통해 잠시나마 위안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에 따라 아이의 입시가 결정되는 실제 현실을 두고 보면 이건 다소 마취적인 판타지라고 볼 수 있다. 

현실이 더 공고하고, 어떤 대학을 가느냐가 사실상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하고 있다는 건 이 드라마의 부모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SKY캐슬이라는 곳에 들어올 수 있는 것 자체가 의사나 변호사, 교수 같은 성공한 직업군이어야 하고, 그들은 모두가 이른바 ‘SKY’로 불리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성공한 직업군에 들어가 이 특별한 곳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그 위치에서도 입시 때 해 왔던 그 치열한 경쟁과 줄 세우기에 시달린다. 같은 병원의 의사로 있는 강준상(정준호)과 우양우(조재윤) 그리고 황치영(최원영)의 병원 내 권력다툼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으로 그려지는 건 이 입시공화국의 그림을 좀 더 총체적으로 보기 위함이다. 아이들의 입시 경쟁은 고스란히 사회에서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그 경쟁 시스템은 어느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가름되는 파벌과 권력이라는 현실에 의해 더욱 공고해진다. 

《SKY캐슬》은 우리네 스펙사회의 그림자를 그려내며, 그 근간에 비뚤어진 입시 경쟁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교육이 공정한 기회를 주지 못하고, 가진 자들에게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구조 속에서 우리네 서민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나의 곤궁한 삶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되는 걸, 어찌할 도리 없이 쳐다봐야만 하는 절망감. 《SKY캐슬》 신드롬은 도무지 바뀌지 않는 현실 앞에서 분노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대중들에게 잠시 동안의 판타지를 준 데서 비롯한다. 판타지가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만들어낸 신드롬이라는 데서 이 드라마의 엄청난 성공은 그저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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