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력범죄 전과자 수백 명, ‘지금도 운전 중’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4 14:00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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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버스·택시기사 특정범죄 경력자 통보 현황 입수
성범죄·마약범죄 비중 압도적으로 높아

운송체계의 공공성과 국민의 안전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버스와 택시 운수종사자 중 강력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들이 지난해 수백 명 적발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밝혀졌다. 적발된 전과자들의 범죄 중에는 성범죄와 마약범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버스·택시기사 등 운수종사자가 살인, 강도, 성폭행·추행,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마약 복용 등 중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자격을 취소할 수 있게 돼 있다. 2012년 8월 법이 개정되면서 살인·성범죄·마약 등 중범죄 전과자의 운전자격 취득 제한 기간이 2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났지만, 중범죄 전과자들은 공공운송수단을 버젓이 운행하고 있었다. 

ⓒ 시사저널 박정훈·pixabay
ⓒ 시사저널 박정훈·pixabay

2018년 범죄경력 615건 적발

교통안전공단은 운수종사자관리시스템과 경찰청 전산연계를 통해 범죄 경력을 조회하고, 자격 취소에 해당하는 범죄 경력이 있을 경우 각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입수한 ‘버스·택시기사 특정범죄 경력자 통보 현황’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범죄경력을 통보한 건수는 615건에 달했다. 이 중 버스기사에 대한 통보 건수는 53건, 택시기사에 대한 통보 건수는 562건이었다. 버스기사의 경우 마약범죄가 24건, 특정강력범죄처벌법에 해당하는 범죄 유형이 13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16건이었다. 이 중 특정강력범죄에는 살인미수 1건, 강간 치상과 상해 3건, 특수강간 2건이 포함됐다. 

택시기사 전과 중에서는 성범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성폭력처벌법과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범죄가 전체의 49.3%를 차지했다. 이 중 성폭력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통보 건수는 228건(40.6%)이었고,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에 대한 통보는 49건(8.7%)이었다. 마약관리법 전과자 통보 건수는 103건(18.3%), 상습범 전과 통보 건수는 12건(2.1%)이었다. 특정강력범죄처벌법 전과자에 대한 통보도 57건으로 10.1%를 차지했으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범죄 통보 건수는 106건(18.9%)에 달했다. 

공공운수 종사자들이 면허를 취득할 때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하지만, 채용과정에서 구멍이 뚫리는 경우가 많다. 면허를 취소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전과자의 자격 취소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그 기간 동안 승객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인 우형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서울시의 특정범죄경력자 통보 이후 30~60일 동안 운행을 한 경우는 총 17개 회사에서 총 775일, 61일~1년 동안 운행을 한 경우는 20개 회사에서 총 2441일로 나타났고, 1년 이상 운행을 한 경우도 7개 회사에 총 3886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택시의 경우 통보 이후에도 35일 동안 운행한 운전자가 적발됐고, 2개월 이상~1년까지 운행한 경우도 총 6건(947일)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 11월 운전자격 취소 처분 절차를 명확하게 해 취소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할 것을 국토교통부에 권고한 바 있다. 전과 사실이 법원의 재판에 의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에는 사전 통지나 청문 과정 없이 운전자격을 신속하게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급택시·개인택시 대리운전은 사각지대

또 하나의 문제는 특정범죄경력자의 통보 현황이 전체 운수종사자들의 전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이 발효되기 전인 2012년 8월 이전에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전과를 확인할 수 없어 택시운전 자격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 법을 소급적용해 자격을 취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적발되는 건수도 적지 않지만, 이는 2012년 8월 이후 형이 확정된 인원들이다. 2017년에는 승객을 쫓아가 돈이 든 가방을 훔친 택시기사를 경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과거 특수강도강간 등 12건의 전과를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택시기사는 2012년 8월 이전의 전과를 지녔기 때문에 자격 조회 이후에도 문제없이 택시 운전을 할 수 있었다.

범죄경력 조회 사각지대에 놓인 도급택시 문제도 있다. 도급택시는 택시 운전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택시를 빌려주고 영업을 하게 하는 불법 운행 형태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정식 고용관계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취업자의 인적사항이 관계기관에 통보되지 않아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2010년 검거된 청주 무심천 여성승객 연쇄살인범 역시 도급택시 기사로 택시를 운행하면서 살인과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도급택시 운영이 적발된 사례도 많다.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도급택시를 운영하던 택시업체가 적발됐고, 서울시 역시 2008년 도급운영 사실이 적발된 업체를 지난해 3월 퇴출한 바 있다. 

개인택시의 대리운전에 관한 문제도 권익위에 의해 제기됐다.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질병 등의 사유로 대리운전을 맡길 경우 대리운전자에 대한 범죄경력 조회를 의무화하는 개선안을 마련하고, 대리운전자의 전염병이나 마약 복용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국토부는 일시적인 대리운전자에 대한 건강진단서 제출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까지 그 부분은 과도한 규제의 요소가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집행유예 만료 시 자격 취소하는 법령 없어 

집행유예 기간이 끝날 경우, 택시 운전을 다시 할 수 있는 제도적 문제점도 지적된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사람’을 취소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전과자의 운전자격을 취소하는 물리적 기간이 길어질 경우 집행유예기간이 만료될 수 있고, 이후에는 자격 취소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운전자격 취소 대상자 중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전과자는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2014년 8월부터 2017년 6월까지의 특정범죄경력자 통보 현황을 종합해 보면, 전체 462건 중 금고 이상의 실형은 107건, 집행유예는 355건을 차지했다. 특히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전과자에 대한 운전자격 취소 처리 기간은 2014~17년 평균 91.8일이었다. 3개월 이상을 버젓이 운행을 하고 다녔다는 얘기다. 2017년 들어 처리 기간이 38.1일까지 단축됐으나, 처리되는 기간은 최소 2일부터 최대 144일까지 소요됐다.

실제로 처리가 지연돼 면허가 취소되기 전에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운전자격 취소 통보 당시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된 전과자는 166명 중 41명에 달했다. 

이 같은 이유로 권익위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택시 운전자격 취소 처분 지연 시 시민들이 2차 범죄에 노출될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8월 술취한 여성승객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은 택시기사가 2016년에도 여성승객을 추행하다 재판에 넘겨졌던 사례가 있었다. 당시 택시기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집행유예 기간 중 택시기사로 활동하면서 성범죄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성범죄는 집행유예 선고율이 매우 높은 범죄다.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성범죄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2015년 27.4%에서 2018년 32.7%(6월 기준)까지 증가했다. 특히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1심 재판의 집행유예 선고율은 2015년 38.9%에서 2018년 40.7%로 높아졌다. 택시기사의 전과 중 성범죄 전과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을 고려한다면, 취소 처분 과정 중에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돼 자격을 취소할 수 없는 성범죄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권익위는 2017년 11월 ‘택시 운전자격 취소 제도에 집행유예 선고 만료자를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의결해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또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된 자도 운전자격 취소 대상임을 명확히 안내하고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2018년 3월31일 각 지자체에 공문으로 전달해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된 자도 운전자격 취소 대상이라는 점을 전달했고, 자격 취소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며 “현재 집행유예가 만료된 사람을 운수종사 자격 취소 조항에 명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된 상태다. 국민 안전이 시급한 사안이니 빨리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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