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안한 정국”
  • 이민우 기자·이준엽 인턴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1.28 14:00
  • 호수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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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정국 대담(下)] “흔들리는 與-갈피 못 잡는 野, 나라가 불운하다”

통상 1월은 정치 비수기다. 매년 연말에 격하게 대립하던 여야도 새해가 되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통상 1월은 임시국회도 소집하지 않는다. 의원들은 지방으로 내려가 의정보고회를 갖는다. 올해는 다르다. 연초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가 손혜원 의원의 목포 의혹, 선거제 개편 등을 두고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설 명절 밥상머리 이슈를 잡기 위한 치열한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다.

1월 정국이 심상치 않은 것은 2019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3년 차를 맞는다. 견고할 것만 같았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와 지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숨죽이고 있던 야당도 새 지도부를 통해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올해 정국은 어떻게 될까. 1월22일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가진 정국 대담을 통해 2019년 정치권 흐름을 전망해 봤다.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의 사회로 유종필 전 통합민주당 대변인,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이름은 가나다순, 이하 직함 생략)이 이야기를 나눴다.

■ 황교안 등판, 한국당 앞날은?

소종섭: 아까 여권이 변하려면 야당이 건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존재도 중요하다.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입당하면서 2월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유창선: 황 전 총리의 등판은 결정적 패착이 될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한국당에서 그런 선택을 함으로써 민주당을 살려주고 있다.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황교안 체제가 한국당에 들어서면 ‘도로 친박당’이 된다. 확장성 있는 제1야당으로서 존립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스스로 존립 가능성을 차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한국당의 당권 향배에 따라 전당대회 이후 보수통합 가능성이 높았다. 황 전 총리가 대표에 당선되면 통합은 힘들다. 보수 정치권에 리더십이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런 상황을 막았어야 한다. 그를 막지 못하는 것이 현재 보수 정치권의 한계다.

정두언: 패착이라는 표현은 누가 의지를 갖고 한 것이니 적절치 않다. 오히려 불운한 것이다. 한국당만 불운하면 되는데 나라가 불운하다. 정부·여당이 잘못하고 있는데,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야당에 대항세력이 없고 대항마가 없기 때문이다. 야당이 황교안 식으로 입지를 좁히면 여당은 여유가 생긴다. 야당이 강해야 여당도 강하고 정부도 강한데, 야당이 약해서 정부도 약해진다. 한국당이 황교안 대표 체제로 가면 여당의 권위주의를 견제할 세력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황 전 총리의 양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아닌가.

유종필: 황 전 총리가 등판할 수 있는 것은 (보수진영에)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인물이 있지만, 각각의 약점들이 있어서 황 전 총리가 나름 자신감을 갖고 등장한 것으로 본다. 전당대회에서 당선 가능성은 높다. 과연 정치권에서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정치인은 과거 업적과 미래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총리 출신 정치인이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경우, 높은 기대를 받고도 비전을 안 보였기 때문에 실패했다. 이회창 전 대표도 국민을 어떻게 먹여 살릴지에 대한 비전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 정계개편·선거제 개혁 현실성은?

소종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 문제가 불거질 거란 얘기가 많다. 조만간 선거제 개편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나면 이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어떻게 전망하나. 

유종필: 선거제도와 정계개편은 연계되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계개편이 안 되고 다당제가 유지될 것이다. 근데 과연 원내 1·2당이 허용할 것인가. 민주당에서 안을 내놨다. 지역구 200석에 비례 100석, 저는 그걸 보면서 “바꿀 생각이 없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당은 더 노골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비례대표 좀 살짝 늘리고 끝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이랬을 경우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두언: 선거구 개편은 물 건너갔다. 정계개편이라고까지 해야 되나. 보수대통합 얘기도 과장됐다고 본다. 결국 돌아간 사람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민주평화당이나 바른미래당에서 남은 사람으론 총선 나갈 수 없으니 결국 당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유승민 의원도 결국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반쯤 얘기한 거나 다름없지 않나.

유창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거의 어려워지는 것 같다. 정당 문화를 바꿀 절호의 기회였는데, 우리 정치사에서 맞이하기 어려운 기회를 놓쳐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결국 정치권은 양당 체제로 회귀할 것이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보수진영에서 통합이 가능한 시나리오는 황교안 대표 체제가 아니었을 때 가능하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한국당이 다시 보수 야당의 중심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정계개편이라고 보기 어렵다. 선거제 개편이 없다면 우리 정당 구조가 양당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 내년 총선 전망은?

소종섭: 대체로 선거제 개편은 사실 어려워졌다고 보는 듯하다. 그럴 경우 다들 여권에선 큰 변화가 없지만 보수 야당에선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 2020년 총선은 어떻게 될까.

정두언: 총선은 사실 지도자의 몫이 크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 홍준표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불안하다 보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적이 있다. 그래서 간신히 승리했다. 황교안 체제나 오세훈 체제로 가다간 총선 앞두고 비대위 체제를 다시 맞을 가능성이 있다. 워낙 지지율이 안 뜨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유창선: 의견은 비슷하다. 만약 다음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체제가 들어서면 총선까지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 본다. 총선 전에 그 체제하에선 통합이 안 된다. 통합을 명분으로 황교안 체제가 물러서고 비대위나 새 인물이 서서 간판을 바꿔 다는 방식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 입장에서도 황교안 얼굴로 선거 치르기 어렵다. 특이한 것은 한국당 지지층에선 압도적으로 황교안을 바란다는 점이다.

유종필: 민주당이 크게 이기든 작게 이기든, 이긴다는 얘긴데 그렇게 낙관할 수 없다. 위험 요소는 어느 당이나 있다. 각자에게 기회도 있다. 정부·여당은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야 한다. 경제문제, 일자리로 표현할 수도 있다. 과연 거기에서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남북문제도 과연 비핵화에 성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여당은 대통령의 얼굴로 선거를 치르는데, 그러려면 자신 있게 우리가 이걸 했다고 해야 한다. 야당을 살펴보면 야당에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부·여당을 보면 불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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