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의 다양한 흐름 한자리서 보다
  •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3 15:00
  • 호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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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경계 넘는 작가 24명
3월2~9일 예술의전당서 선봬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한다. 과학의 합리성으로 무장한 서구 절대 가치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모더니즘 이후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는 시대가 됐다. 세계에는 현재 여러 지역에 걸쳐 다양한 가치가 공존한다. 나라와 세대, 이념과 생각의 담이 없어지거나 무너져 융합의 길에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려는 바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은 경계를 넘어 화합과 공존의 가치가 절실한 시대다. 경계를 넘나드는 일은 유연한 정신 활동에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은 자유로운 예술의 힘이 이를 보여준다고 믿는다. 여기서 예술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3월5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던 2018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개막식 ⓒ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해 3월5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던 2018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개막식 ⓒ 시사저널 이종현

서구 지배하던 절대가치 무너져

사람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는 예술의 역할이 더욱 소중해 보인다. 다양한 정신과 생각으로 탄생한 예술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통해 시대의 모습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월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2019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의 주제를 ‘BEYOND BORDERS’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술가들이 품고 있는 자유로운 정신의 결정체인 작품을 통해 메마르고 경직된 마음을 풀어보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다양한 작품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 경계를 넘어 공존으로 가는 길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예술가들의 다양성 있는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일이 바로 이런 노력의 구체적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는 특히 이번 전시에서 이런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 1년간 한국 미술의 다양성을 한데 모으는 데 힘을 쏟았다. 그동안 우리 미술계는 학연과 지연 혹은 이념과 경향에 따라 벽을 만들어 왔다. 따라서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은 그런 경계에서 현실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계를 허물고 공존의 장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는 올해 시즌 4를 맞으면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대된 작가의 면면이 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부터 연령으로 볼 때 중진에 속하는 작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점이나, 추상부터 반추상, 구상 혹은 팝아트까지 다양한 경향, 탐미적 계열의 작품부터 사회적 메시지가 드러나는 작품까지 두루 선정한다는 사실이 그렇다.

다음으로는 기존 미술시장의 경계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미술시장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시장의 형태도 개인화랑 중심에서 벗어나 아트페어와 같은 종합적 마켓이 등장하는 등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아트옥션이 시장 원리에 의한 객관성을 확보하면서 시장 환경은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온라인 옥션의 활성화와 세계적 명성을 가진 옥션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입증된다. 그만큼 시장의 폭은 넓어졌으며, 무엇보다도 미술 수요층이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한국 미술시장의 앞날이 희망적으로 보인다.

이런 시대 흐름의 원활한 진행을 가로막는 것 중 하나가 시장을 선점한 기득권의 벽이다. 이를 뛰어넘는 방법은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다. 그것은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목표 중 하나다. 즉, 작가의 명성이나 기득권층의 문법을 뛰어넘어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찾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가격으로 미술 수요층과 연결하는 마당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번 2019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은 2018년 1년 동안 다채로운 기법과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들을 찾아 소개한 결과물이다. 특정 경향이나 방법, 장르로 구분되지 않는 회화 작가 24명이 초대됐다.

현재 우리 미술계에 나타나고 있는 회화 흐름을 모두 아우르는 작가들이니만큼 경향이 다양하다. 24명 작가를 큰 움직임으로 나누어 보면 대략 5개의 경향으로 나타난다. 그중 최근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재료와 기법에 관심을 보이는 작가군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런 계열에 속하는 작가는 김연옥·노신경·박정선·송지은·우영숙·전인수·장은우·정연희 등이다.

ⓒ 시사저널 박정훈
ⓒ 시사저널 박정훈

24명 작가가 최근 미술계 흐름 아울러

팝아트는 20세기 나타난 여러 유파 중 가장 성공한 경향이다. 대중시대의 정서를 알기 쉬운 미술 언어로 표현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우리 미술계에서도 젊은 세대 감각을 가장 잘 담아내는 미술 언어로 자리 잡았다. 최나리·지히·조강남 작가가 이 계열을 보여주는데, 현재 우리 시대의 디자인적 감각과 캐릭터를 창출해 공감을 얻고 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흐름은 시각 효과를 극대화하는 회화들이다. 이런 방법은 서양 회화가 본질로 삼아온 환영주의에 뿌리를 둔다. 일종의 착시 현상에서 오는 시각적 즐거움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김시현·남빛·허훈·조현애·손문일·이군우 작가의 작품이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추상 회화는 팝아트와 더불어 이 시대 성공한 흐름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경자와 최은혜 작가가 한국 현대 추상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회화의 영원한 숙제인 본질에 도전해 회화성을 연구하는 흐름의 작가로 김진관·주미향·금영보·김은진·임소형 등이 초대됐다. 2019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은 3월2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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