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목포 구도심, 관광 붐 식지 않으려면
  •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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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활력은 있지만 이야기가 없다

목포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목포의 근대 시가지가 발달했던 거리 일대다. 정치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논란의 주인공이 돼, 요즘 때 아닌 관광객 몰이를 하는 중이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2018년 8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문화재들을 개별적으로 등록해서 관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조금 변화된 형태다.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원들이 모여 있는 ‘거리’나 ‘마을’ 전체가 하나의 문화재로 등록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선(線), 면(面)’ 단위 문화재 등록제도라고 일컫는다. 목포의 근대역사문화공간은 이 새로운 제도의 첫 번째 주자 중 하나로 선택됐다.

목포근대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구 일본영사관 건물 ⓒ김지나
목포근대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구(舊) 일본영사관 건물 ⓒ김지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목포역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필자는 가장 먼저 목포근대역사관을 찾아가 보았다. 1900년에 지어진 구 일본영사관 건물을 역사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목포는 부산, 군산, 인천과 달리 고종의 칙령으로 개항한 최초의 항구라는 사실과 함께, 개항기 목포의 근대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이 화려하고 이국적인 붉은 벽돌 건물을 중심으로 북적거렸을 옛 도시의 풍경이 어렴풋이 그려졌다.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된 목포의 구도심에는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구 호남은행 목포지점 건물, 구 목포부청 서고와 방공호, 구 공립 심상소학교 건물 등, 일제강점기 이 거리를 호령했을 굵직굵직한 건물들이 남아 있었다. 근대기의 정취를 풍기는 오래된 건물들이 곳곳에 숨어 있기도 했고, 문화재인지 아닌지 언뜻 보기엔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리 풍경 속에 감추어진 건물들도 많았다.

목포근대역사관에 전시되어 있는 근대 목포 구도심 일대의 모형 ⓒ김지나
목포근대역사관에 전시되어 있는 근대 목포 구도심 일대의 모형 ⓒ김지나

 

목포의 겉만 담긴 근대역사문화공간

이렇게 범위를 넓혀 여러 역사, 문화자원들을 하나의 문화재로 관리하려는 목적은 명확하다. 문화재를 통해 낙후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러기에 개개의 문화자원을 따로따로 관리하기보다, 지역 단위로 확장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선, 면’ 단위 문화재 등록의 취지였다. 그리고 현재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문화재청의 도시재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찌됐든 이번 투기 논란으로 목포가 연일 뉴스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우리나라 근대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한 듯하다. 목포의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찾은 사람들은 ‘뉴스에 나온 곳을 직접 가보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한다. 근대문화역사공간 일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공방, 사진관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드문드문 등장하고 있어, 감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이미지를 찾는 젊은 세대들의 발길을 끌 가능성도 엿보였다.

목포에 근대 문화재가 많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가 새롭게 알게 됐다는 고백도 종종 들린다. 일제 강점의 슬픈 역사가 남긴 적산(敵産)을 문화재로 보존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고민을 더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이 근대역사문화공간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두어 시간 정도 둘러보고 나니,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안내 자료에서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소개돼 있었지만 지금 시즌에 운영되고 있는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임시로 마련된 관광안내소에서는 ‘갓바위 문화타운’을 소개했다. ‘갓바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풍화혈((風化穴)인데, 그 주변으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남농기념관, 문예역사관 등의 전시시설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해양유물전시관의 신안 해저유물 전시실의 모습. 1976년 목포와 인접한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양의 바다 속 보물들이 전시돼 있다. ⓒ김지나
해양유물전시관의 신안 해저유물 전시실 모습. 1976년 목포와 인접한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양의 바다 속 보물들이 전시돼 있다. ⓒ김지나

 

도시의 뿌리 이야기하는 공간 되길

특히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내에 있는 해양유물전시관은 꽤 흥미로운 곳이었다. 인간이 바닷길을 열며 일궈낸 역사의 흔적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그 중에서도 신안 해저유물 전시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신안 해저유물은 1976년 목포와 인접한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양의 바다 속 보물들이다. 게다가 그 보물의 기원이 13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오랜 세월 바다 속에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인지, 전시실 유리벽 너머에 진열된 유물들은 한층 더 신비롭게 보였다. 그밖에도 해양유물전시관은 오랜 세월 바다와 인연을 맺어온 이 지역 역사를 생생히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었다.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 근대 목포의 겉모습을 보았다면, 갓바위 문화타운에서는 목포의 뿌리를 이루는 역사와 문화를 본 것만 같았다. ‘목포는 항구다’라는 노랫말처럼, 목포는 바다를 터전으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도시라는 사실이 새삼 와 닿았다.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도 이런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 구도심 목포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이 도시의 정신은 무엇일까? 이 지역이 문화재 지정과 도시재생 사업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부흥을 꿈꾸기 위해서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목포 붐’이 한순간의 열풍으로 끝나지 않고 오랜 생명력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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