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월 최악의 미세먼지 온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1 12:54
  • 호수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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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센터장 “미세먼지 농도 높아도 환기 꼭 해야”

미세먼지는 우리 생활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날씨는 따뜻해지고 있지만 미세먼지의 공습이 본격화하면서 야외에서 운동하기 부담스러운 날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족’이 부쩍 늘었다. 미세먼지 영향에다 헬스클럽 등록비와 시간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은 가정에서 운동을 즐긴다. 미세먼지가 일상화되다 보니 아예 맑은 공기를 찾아 한국을 떠나는 신풍속도 생겼다. 괌이나 하와이 등 미세먼지가 없는 곳으로 일시적으로 떠나는 엑소더스 현상이다.

이런 분위기는 올봄 더 고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올봄 미세먼지가 작년과 재작년보다 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형성되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늘면서, 한반도는 올봄 ‘미세먼지 감옥’에 갇힐 것이라는 예보다. 시사저널은 반 센터장을 만나 자세한 올봄 미세먼지 전망을 들어봤다.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발령된 2월21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뿌옇게 보였다. ⓒ 시사저널 고성준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발령된 2월21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뿌옇게 보였다. ⓒ 시사저널 고성준

올봄 미세먼지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미세먼지는 날씨의 영향을 80~90% 받을 만큼 밀접하다. 미세먼지가 많아도 기상 조건이 맞지 않으면 대기 중 실제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보통 5월 중순부터는 미세먼지 농노가 잦아들고 6월엔 평년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3월부터 5월 중순까지의 봄철이다. 이 시기의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말이다. 한반도가 이동성 고기압 영향을 받을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 고기압 상태에서는 대기가 안정돼서 안개가 잘 끼고, 지표면 공기가 상층부로 잘 확산하지 않는다. 지표면 대기가 상층부 공기와 순환해야 미세먼지가 희석되기라도 할 텐데,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두 번째 조건은 바람이다. 이동성 고기압이 자리를 잡으면 바람도 약해진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으므로 미세먼지가 확산하지 않는다. 공기가 수직이든 수평이든 이동할 수 없는 기상 조건이 형성돼 한반도는 미세먼지에 갇히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올봄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작년·재작년보다 심해질 것이다.”

올봄 미세먼지는 어떤 특징을 보일까. 

“지난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는 높았다. 기후 영향도 있었지만, 중국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다소 완화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올 3월 이후엔 국내 미세먼지가 겨울철처럼 심하지는 않겠지만, 기후 영향으로 한반도에 미세먼지가 정체돼 그 농도가 짙어질 것이다.”

외국발 미세먼지 유입은 예년과 다를 바 없나. 

“서해에 이동성 고기압이 자리를 잡으면, 날씨를 예보하는 나 같은 사람은 중국부터 살핀다. 중국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다. 중국 산둥반도와 북동부에서 한반도로 미세먼지가 이동하는 흐름이 생긴다. 바람이 약하면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는 2~3일 걸린다. 그러나 바람이 잘 불 땐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국에 도달하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중국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하루만 지나면 백령도 공기가 나빠진다. 그러면 곧 인천과 수도권으로 미세먼지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공장이나 산업시설이 없어 공기가 맑은 백령도의 공기가 오염되는 것은 중국 영향이 절대적이다. 대개 백령도 공기가 나빠지고 6~8시간 후엔 수도권이 그 영향을 받는다. 상하이 등 중국 남쪽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격렬비열도나 흑산도 대기 상황을 주시한다. 그 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접근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봄에 황사의 영향도 커질까.  

“올봄에도 미세먼지에 황사가 가세할 전망이다. 일반인은 미세먼지를 매연 등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먼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황사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미세먼지다. 황사가 한반도로 유입될 때 초미세먼지(PM2.5) 농도보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황사는 일반적으로 무거운 알갱이이므로 바람이 강해야 서해를 지나 한반도까지 들어온다. 바람이 강한 만큼 초미세먼지는 한반도에 쌓이지 않고 일본까지도 날아간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올봄 황사 전망 자료엔, 고농도 황사가 유입될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중국의 영향이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나는 한반도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을 중국 영향으로 본다. 물론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노력할 것이냐가 문제다. 세금을 한정 없이 쏟아 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취한 2017~18년, 초미세먼지가 100㎍/㎥ 이상 오른 날의 대기를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미세먼지 가운데 60~86%는 중국 영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영향은 14~40%뿐이라는 얘기다.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공기는 좋은 편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미세먼지 상황은 과거와는 어떻게 다른가. 

“2004년 환경부 장관이 한 특강에서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곳이 됐다고 밝혔다. 당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멕시코시티를 능가했다는 것이다. 대기오염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지금 우리가 말하는 미세먼지를 의미한다. 실제로 당시엔 아침에 입은 셔츠가 저녁땐 시커멓게 될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했다. 그때부터 한국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을 해 왔다. 시내버스 연료를 LNG(액화천연가스)로 바꾸고, 공장에 매연 저감 시설을 갖추면서 국내 공기가 맑아졌다.

그 당시만 해도 중국은 공업화가 덜 돼서 미세먼지 발생이 지금보다 적었다. 그러나 중국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매연이 늘었다. 전력이나 난방 등 모든 것에 석탄을 연료로 사용했다. 지금도 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과거 베이징 부근에 있던 화력발전소는 점차 사라졌고, 이 덕분에 베이징 공기가 좋아졌다고 중국은 대외적으로 선전한다. 그러나 한반도와 가까운 쪽에 석탄발전소가 들어섰다. 또 중국엔 소규모 제철소가 많은데, 거기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게 7~8년 됐다. 우리의 노력으로 2013년까지 줄었던 미세먼지가 이후 다시 증가했다. 2013~19년 사이에 중국 영향이 늘었다.”

올봄 미세먼지가 심해질 전망이라면, 가정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마스크를 쓰고, 외출도 잘 하지 않는다. 문제는 가정 내 공기 오염이다. 실내 공기 오염에는 환기가 최고다. 미세먼지 농도가 아무리 높아도 환기를 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또 자신이 사는 아파트 환기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006년 이후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세대당 한 대씩 환기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아파트 관리실조차 이 시설이 있는지도 모른다. 필터만 바꿔 사용하면 훌륭한 환기 청정기 역할을 할 것이다. 에어컨만큼의 전기요금은 나오겠지만, 건강이 나빠져서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감당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창문을 걸어 잠그는 사람이 많지 않나. 

“평균적으로 보면, 하루 중 오전 4~6시에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다. 그다음은 오후 4~5시다. 이 시간에 15~30분 환기하면 그나마 실제 미세먼지 농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환기를 마치고 창문을 닫은 후 공기 중에 분무기로 물을 뿌린다. 그러면 미세먼지가 물방울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다. 걸레로 바닥을 닦으면, 훨씬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하루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시간은 언제인가. 

“통계적으로 출퇴근 시간에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아진다. 오전 9~11시, 오후 6~9시 사이다. 이땐 창문을 열지 말고 되도록 외출도 삼가는 게 좋다.”

인터넷을 통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된 것 같다. 그런데 환경부, 미국 환경보호국,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이 달라 같은 날인데도 ‘좋음’ ‘보통’ ‘나쁨’ 전망이 제각각이다. 어떤 기준을 참고하는 게 좋을까.(미세먼지 기준, 환경부는 좋음 0~30㎍/㎥, 미국 환경보호국은 좋음 0~50㎍/㎥, 세계보건기구는 권고치를 50㎍/㎥ 이하로 삼음)

“미세먼지 관련 연구 결과가 최근 4~5년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과거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건강에 좋지 않다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기준치보다 낮은 날에도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많다. 즉 미세먼지 농도가 낮다고 무작정 안심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택하는 게 좋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보통’이라고 표시해도 환경부나 WHO가 ‘나쁨’이라고 했다면, 일반인은 ‘나쁨’을 기준으로 삼고 생활하는 게 이롭다. 특히 호흡기 질환 환자, 노인, 임신부는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 생활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국민 건강을 위해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서울시는 무료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보다는 호흡기 질환 환자, 노인, 임신부 등에게 마스크를 제공하는 게 사회적 건강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30년 동안 천식을 앓아온 환자여서 실질적인 도움이 무엇인지 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기침과 가래로 숨 쉬기가 힘들다. 야외활동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년 가을만 되면 미세먼지 마스크를 100장씩 산다. 이것만으로도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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