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석 같은 2석’ PK에 목숨 거는 이해찬과 황교안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8 14:27
  • 호수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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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황교안, 창원과 통영·고성 문턱 닳도록 드나들어…“PK 민심 얻어야 정국 헤게모니 주도”

여야 지도부들의 잇따른 방문으로 부산·경남(PK)의 문턱이 닳고 있다.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두 곳에서 치러질 4·3 재보궐선거 지원에 총력을 다해, 넓게는 내년 총선까지 PK 민심을 확실히 다잡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지도부를 이끌고 경남 창원을 방문해 올해 첫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3월13일 다시 지도부와 울산·부산을 찾았다. 짧은 기간 여당 지도부 전체가 한 권역을 잇달아 방문한 건 처음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3월5일 경남 봉하마을과 창원을 방문하고 엿새 뒤인 11일 또다시 창원을 찾아 취임 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아예 이 지역에 숙소를 잡고 선거 기간 동안 상주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이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PK(부산·경남)지역을 잇달아 방문했다. ⓒ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PK(부산·경남)지역을 잇달아 방문했다. ⓒ 연합뉴스

“PK는 언제 한순간에 디비질지 모른다”

양당이 재보선 지역 두 곳에 유독 필사적인 데에는 이번 선거 승리를 내년 총선, 나아가 차기 대권까지 PK 민심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작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과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당의 입장에선, 향후 PK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승패가 갈린다고 여기고 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PK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정국 운영의 헤게모니를 쥘 수 있게 된다”며 “대통령도, 도지사도 보수·진보가 번갈아 맡았던, 가장 예측 불가의 격전지”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바람이 PK 전역을 휩쓸 때에도 지역 내 민주당 관계자들은 “PK 민심은 언제 한순간에 디비질(뒤집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최근 조사된 PK지역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방선거 무렵 과반에서 30.9%까지 떨어졌다. 44.7%인 한국당에 이미 뒤집힌 지 오래다. 지난 1월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 이후 이러한 하락세는 더욱 급격해졌다(3월4~8일 리얼미터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 재보선을 임기 중반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인식하는 시각도 많다. 이미 PK지역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지방선거 때와 비교해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으로선 싸늘해진 PK 민심을 다시금 끌어올리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정부·여당은 PK지역 곳곳에 아낌없이 예산 보따리를 풀며 전폭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지역 숙원사업인 동남권 신공항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월13일 문 대통령이 직접 부산을 방문해 PK 민심이 원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언급했다. 그 외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된 남부내륙고속철도의 조기 착공 등 정부 주도로 추진 가능한 재보선 지역 맞춤 지원책들도 강조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의 유세를 보면, 지역에 대한 지원과 투자 약속이 주를 이룬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PK에 지나치게 ‘예산 폭탄’을 내려주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재보선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통영·고성은 여전히 보수색이 짙으며, 창원성산은 정의당 등 진보진영 후보들과 힘겨운 단일화 협상 중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도 ‘통영·고성은 내주고 창원성산만 취하면 성공’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그러나 창원성산의 경우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이자 민주노총의 세가 강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돼 승리하더라도 이후 지역 내 진보진영 간의 파열음이 예고되고 있다.


“황교안, 얻을 게 더 많은 부담 없는 상황”

한편 지방선거 참패 후 PK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졌던 한국당은 최근 급격한 오름세를 타며 상대적으로 고무된 분위기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도 해볼 만하다는 기세가 퍼지고 있다. 이러한 지지세에 쐐기를 박고자, 황교안 대표는 취임 한 달도 안 돼 두 번이나 경남을 방문해 출마 후보들의 유세를 도왔다. 특히 PK의 가장 큰 사업인 제조업이 장기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심판론은 한국당에 가장 ‘먹히는’ 전략 중 하나다. 당장 황 대표는 지역을 방문해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이 아니라 창원공단을 신경 써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한국당에선 대체로 두 곳 다 이기면 ‘대박’, 통영·고성 한 곳만 이겨도 ‘중박 이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창원성산에서 지더라도 한국당은 ‘본전’ 이상”이라며 “한국당은 정부에 대한 노동계 불만이 폭발하는 지금을 기회로 여겨, 패색이 짙음에도 계속 노동자 지역인 창원성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교안 대표 개인에게도 이번 재보선은 실보다 득이 많은 선거로 예상된다. 정치 신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당에 자신의 리더십과 총선 승리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당 내에서도 수치상 나타나는 PK 지지율과 당장의 체감 민심만으로 결코 내년 총선을 낙관할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갤럽이 ‘내일 당장 국회의원 선거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나’라는 질문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PK에서 한국당(24%)보다 민주당(36%)을 선호하는 현상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3월5~7일 한국갤럽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한 현재 한국당 지지세가 스스로 만들었다기보다 경제침체 등으로 인한 반사이익인 경향이 더 크기에, 아직까진 탄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에 기반을 둔 한 한국당 의원은 “아직까진 전국 각 지역 당 지지율에 문재인 정부 실책으로 얻은 수치가 상당히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PK 역시 재보선 분위기는 좋지만, 아직 우리 당이 그 지역에 직접 기여한 게 없기 때문에 지금 분위기만 믿고 총선까지 예단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경남도당 관계자 역시 “지방선거 때보다 확실히 위기의식이 있지만, 한국당이 계속 우경화 모습을 보이며 헛발질을 하고 있어 큰 위협으로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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