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모태솔로지만 아직은 연애보다 연기”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23 09:00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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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tvN 《왕이 된 남자》 1인 2역 소화한 여진구 “휘둘리지 않고 내 길 갈 것”

여진구를 둘러싼 공기는 늘 훈훈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자체가 맑고 건강하다. 선배 배우들이 그를 하나같이 “싹수 있는 배우”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한 그 행간에는 여러 가지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가 드라마를 끝냈다. tvN 월화극 《왕이 된 남자》다. 2005년 데뷔 이후 차곡차곡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던 그가 성인 배우들의 무대에 당당히 입성한 것이다. 극 중 광대 하선과 폭군 이헌이라는 1인 2역을 연기하며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냈고, 이번 작품을 통해 성인 배우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어느덧 14년 차 배우가 된 여진구는 연기에 푹 빠져 있다. 지금은 ‘연애보다 연기’가 중요하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 청춘의 용기가 맑아 보였다.   

ⓒ 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
ⓒ 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에요. 배우로서 느꼈던 답답함을 깨준 첫 작품이기 때문이에요. 사실 고민이 많을 타이밍에 이 작품을 하게 됐어요. 그간 답답한 제 연기를 보면서 이유를 찾고 싶은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 이유를 결국 《왕이 된 남자》를 만나고서야 찾은 거죠. 저는 제 연기에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제 의견을 말하기도 힘들었죠. 한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확신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저만의 고집도 생겼죠. 앞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길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영화 《광해》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부담은 없었나. 

“저도 좋아하는 작품이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어요. 감독님도 제게 ‘부담스럽겠지만 새로운 걸 만들어보자’고 하셨고요. 무엇보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믿어주셨어요. 그런 말씀 덕분에 부담을 덜고 연기를 할 수 있었죠.”

도승지 이규 역의 김상경과의 브로맨스가 특히 돋보였다. 

“선배님은 현장에서 제 스승님이셨어요. 정말 의지를 많이 했지요. 선배님은 대본만으로도 확신에 찬 연기를 하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웠어요. 제 연기에 의심이 들 때 선배님이 칭찬해 주시면 확신과 용기가 생겼어요. 서서히 그렇게 발전해 갔던 것 같아요. 배우가 연기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해 주셨어요. 뭐랄까. 선배님은 굉장히 멋있었어요(웃음). 많이 배우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세영(유소운 역)과의 멜로 호흡은 어땠나.

“실제로 설렘을 느끼며 촬영했어요. 멜로를 찍을 땐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죠. 세영 누나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보기만 해도 감정이 잡혔거든요. 워낙 거침없고 밝은 성격이라 먼저 다가와줬고, 리허설도 적극적으로 했어요. 사실 이렇게 현장에서 즐겁고 유쾌한 건 처음이었어요. 누나가 일부러 친해지려고 내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해 놓은 걸 보고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차마 저는 누나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요(웃음).”

다양한 사랑 연기를 했다. 연애 경험이 궁금하다. 

“사실 제가 여러 가지를 동시에 못 하는 성격이에요. 연기에 대한 욕심이 계속 커져서인지 다른 생각은 안 들어요. 연애를 해 본 경험은 없지만, 그렇다고 애틋한 감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에요. 《해를 품은 달》이나 《왕이 된 남자》까지 현실보다 더 애틋한 사랑을 연기해 보기도 했잖아요. 그 감정에 대해 지치는 것도 있어요. ‘이렇게까지 사랑한다고?’ ‘이렇게 화살을 맞으면서도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요. 연애는 안 해 봤지만, 사랑이 어려운 것이라는 건 알겠더라고요.” 

엔딩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는 없나. 

“하선이 죽는 결말을 감독님이 많이 고민하셨어요, 감독님께서 ‘살아남는 게 맞아? 다 죽어야 말이 되는 거 아냐?’라고 심각하게 고민하셨거든요. 감독님이라면 하선이를 죽일 것 같아서 계속 ‘하선이를 살려 달라’고 부탁했어요. 하선이와 소운이가 행복하길 바랐거든요. 그래서 최종회 대본을 받아보고 얼마나 기뻤는데요. 둘이 행복하게 오래도록 잘 살았을 거예요. 아이도 좀 낳으면 좋을 것 같은데(웃음).” 

데뷔 14년이 됐다. 인생의 3분의 2를 연기자로 보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는 청년 여진구의 삶도 배우 여진구의 삶도 잘 해내고 싶어요. 때로는 청년 여진구의 삶을 살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자체가 내 삶인 거 같아요. 그래서 열심히 연기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창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해요(웃음).”

중저음 목소리 때문에 ‘진구오빠’라는 별명도 있다.  

“목소리가 저음이라 사극에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요. 배우로서 가장 큰 무기이자 동시에 넘어야 할 부분이라고도 생각해요. 다양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역배우 출신들이 겪는 성장통을 자연스레 극복하고 있는 듯하다. 

“굳은 심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대중들에게 실망을 안길 수도 있고 칭찬받을 때도 있겠지만 휘둘리지 않고 제 길을 갈 거예요. 그래야 대중들과 신뢰가 쌓이지 않을까요. 어릴 때부터 연기 활동을 했지만 저도 평범한 20대예요. 작품 끝나면 취준생(취업준비생)이나 다름없죠. 제 삶이 평범한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작품 끝나면 친구들이 백수라고 놀리기도 하는걸요(웃음). 그래도 이번엔 차기작이 빨리 정해졌으니까 재취업을 빨리 한 셈이죠.”  

차기작을 빨리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여진구는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아이유와 호흡을 맞춘다). 

“많은 분들이 체력을 걱정해 주는데 괜찮아요. 한창 연기할 때잖아요. 사실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새롭게 받아들이게 된 스타일로 한 번 더 연기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쉬지 않고 연기하면서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야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차기작을 고민 없이 정할 수 있었어요. 전 젊은 배우이고, 많은 분들에게 칭찬받고 있어 행복하지만, 저만의 스타일이 있진 않잖아요. 스스로 정답을 찾는 방법을 알게 됐고, 이 느낌 그대로 차기작 《호텔 델루나》에선 뻔뻔하고 패기 있게 나를 믿고 연기해 보려고요. 겁도 나지만 소심한 태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스스로 계속 테스트해 보고, 한계에 부딪혀 보고도 싶어요.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한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도 됩니다.”

연기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를 흔드는 것은 연기예요. 오래 무언가를 꾸준히 실천하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연기는 꾸준히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연기를 한 거예요. 이뿐만 아니라 연기가 ‘인간 여진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죠. 연기를 하면서 사회경험, 그리고 사랑도 배워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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