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속초 산불, 강풍 타고 시내로…피해 속출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5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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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1시 현재 2명 사망·11명 부상…시내로 번져 피해 집계조차 어려워
건조·강풍 탓에 진화 어려워…주민 3000여 명 대피
文 대통령, 국가위기관리센터 긴급회의 주재…총부 총력대응

강원 고성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속초로 번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강원도 지역의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가용 자원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은 4월4일 오후7시16분쯤 강원도 속초에서 미시령 구간으로 가는 도로의 변압기가 폭발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변압기에서 시작된 불이 산으로 옮겨 붙은 뒤 강한 바람을 타고 고성과 속초 일대로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월4일 오후 7시 17분께 발생한 산불이 시내까지 접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4월4일 오후 7시 17분께 발생한 산불이 시내까지 접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발생한 산불은 건조경보가 영동지역 전 지역에 내려져 있는 상황에다 초속 8~10m 수준의 강풍이 불어 빠르게 확산했다. 자정을 넘기면서 고성 지역에 초속 25m의 바람이 불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산불이 야간에 발생해 소방헬기를 운용할 수 없고 무리하게 진화에 나설 수 없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23대와 소방대원 등 78명을 투입해 초기 진화에 나섰으나 강풍 탓에 큰 불길을 잡는 데 실패했다. 현재 소방청은 전국에 소방차와 인력 동원 지시를 내리고 최고 수준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재 대응 1단계는 국지적 사태, 2단계는 시·도 경계를 넘는 범위, 3단계는 전국적 수준의 사고일 때 발령한다.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등 8개 광역자치단체의 가용 소방차량과 인원 절반이 동원됐고, 나머지 자치단체에서도 1/3의 차량과 인원이 동원된 상황이다.


2명 사망·11명 부상…피해 더 커질 듯

산불이 속초 시내와 고성 해안가로 번지면서 4월5일 1시 현재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20분께 고성 산불이 휩쓸고 간 고성군 토성면의 한 도로에서 A(58)씨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이어 오후 10시 30분께 고성군 죽왕면 삼포 2리 마을회관 인근 부러진 반사경 옆에서 B(70·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속초 시내까지 번진 산불은 교동 인근 아파트 단지까지 위협하면서 대피 인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고성군은 원암리·성천리·신평리 일대 주민들에 동광중학교 등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 인접한 속초시도 바람꽃마을 끝자락 연립주택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린 데 이어 한화콘도와 장천마을 인근 주민들은 청소년수련관으로 대피하라고 재난문자를 보냈다.

속초시에 거주하고 있는 오아무개씨(남·58)는 "아파트 인근까지 불길이 다가와 밤 11시쯤 간단한 짐만 챙겨서 나왔다"며 "시내 전체가 연기가 가득 차 있어 눈을 뜨고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씨는 "대피하는 주민들이 몰려 전쟁터 같았다"고 전했다.

강원도 속초시 교동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도 속초시 교동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 연합뉴스

文대통령 "가용자원 모두 동원"…정부, 중대본 가동

문 대통령은 강원도 고성군·인제군 산불과 관련해 "조기 산불 진화를 위해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청와대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주관 하에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산불이 발생한 4월4일 오후 11시15분 관계부처에 "조기 산불 진화를 위해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총력 대응하라"며 "진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4월5일 0시 20분쯤 국가위기관리센터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산불 발생과 진화, 피해 상황 등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하고, 산불 발생 시 행동요령을 구체적으로 홍보하라"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는 4월5일 0시를 기해 정부세종2청사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이날 0시30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사무소에 차려진 현장 지휘소에 도착해 진화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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