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4·3 재보선에서 존재감 단 1도 없었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5 16: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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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1년 만에 확 바뀐 경남 민심
4·3 재보선이 남긴 세 가지 치명적 메시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진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극적으로 당선됐다. 창원 성산과 달리 통영·고성은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지역구 두 곳에 불과했지만 20석 이상의 정치적 영향을 가져올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각 당의 지도부는 아예 상주하면서 총력전을 펼쳤다.

익명의 네티즌은 이번 선거를 보면서 ‘지금까지 이런 보궐선거는 없었다. 후보자 대결인가 정당 총력전인가’라는 촌평까지 남길 정도였다.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대결과 유권자들 사이의 갈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그렇다면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남긴 치명적인 메시지는 무엇일까.

故 노회찬 살려낸 한국당의 자충수

첫 번째 메시지는 ‘노회찬은 살아 있다’였다. 4월3일 선거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MBC경남의 의뢰를 받아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3월26~27일 창원 성산구 거주 유권자 505명, 자세한 조사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물어본 결과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47.1%였다. 이번 투표 결과와 거의 비슷하다.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37.2%였다. 약 10%포인트 가까이 여 후보가 앞섰다. 이른바 단일화 효과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무려 79.3%였다(표1). 

그러나 정작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강 후보와의 표 차는 종이 한 장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개표 초반에는 강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지역 내에선 여 후보를 일컬어 ‘고(故) 노회찬 의원’의 분신이라고 할 만큼 두 사람 사이는 각별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각종 악재로 사실상 여 후보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선의 일등공신은 ‘노회찬’으로 봐도 무방했다. 선거를 지원하겠다고 내려온 한국당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노 전 의원을 가리켜 ‘부정한 돈을 받고 자살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유세발언을 하다 혼쭐이 났다. 잠자고 있던 노회찬 정신에 괜히 불을 지핀 셈이다. 

4·3 보궐선거 결과가 던지는 두 번째 메시지는 ‘민주당은 없다’이다. 이번 두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세 곳의 기초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당선자는 단 1명도 없다. 창원 성산 여영국 후보의 당선을 여당 승리의 전리품으로 여길 줄 모르겠으나 어불성설이다. 공식적인 단일화 선거에서 패했다. 지역 내에서 정의당 후보만 한 경쟁력이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연 내년 총선에서 이 지역에 민주당 후보를 낼 수 있을까. 

지난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이고 격세지감이다. 불과 1년여 전 지방선거에서 대세는 민주당이었다. 이번 보궐선거 지역인 창원시장, 통영시장, 고성군수 모두를 민주당 후보가 싹쓸이했다. 누구나 알고 있듯 경남지사 자리까지 민주당 몫으로 결정 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통영·고성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참패했다. 지역 내 평가는 정당 지지율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아낼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후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효과가 통영·고성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인사 참사로 PK 지역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더 곤두박질쳤다. 

인사 참사는 뼈아팠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의혹은 민주당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가는 데 힘이 되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실시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자세한 조사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PK 지역의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지방선거 직후와 비교하면 45%포인트나 사라졌다. 지방선거 직후 조사(2018년 6월14일)에서 문 대통령의 PK 지역 지지율은 긍정 76%, 부정 14%였다. 경남 지역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전대미문의 성적표를 올린 데 일등공신은 대통령 지지율이었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 공식 운동기간에 실시된 조사(2019년 3월26~28일)에서 문 대통령의 PK 지역 지지율은 긍정 31%, 부정 62%였다(표2). 조사기간은 정확히 장관 후보자 청문회 기간이었다. 대통령의 인사가 보궐선거에 악재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내년 총선을 생각한다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국정운영에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창원 성산에 출마한 여영국 정의당 후보(왼쪽 사진)와 통영·고성에 출마한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창원 성산에 출마한 여영국 정의당 후보(왼쪽 사진)와 통영·고성에 출마한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 신인 황교안의 성공적 데뷔전

보궐선거가 남긴 세 번째 메시지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존재감이다. 물론 충분하지는 않았다. 두 곳 모두를 이겨야 하는 선거였다. 황 대표 자신이 창원 성산에 출마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았다. 그래도 강기윤 후보가 박빙의 승부까지 펼친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황 대표의 존재감은 선거를 통해 증명되었다. 자신의 분신으로 출사표를 던진 정점식 후보는 통영·고성에서 압승했고, 창원 성산은 실패했지만 치열한 승부였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를 해 보면 황 대표는 같은 영남 지역이지만 대구·경북과 비교할 때 비대칭적일 정도로 부·울·경 지역에서 지지율이 신통치 않았다. 전국 지지율과 비교할 때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는 PK 지역에서 경쟁력이 발휘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미완의 존재감이지만 선명하게 아로새겼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지난 3월22~24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조사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는지’를 물어본 결과, 황 대표가 26.2%로 거론되는 후보 중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 지역이 포함된 PK 지역에서 32.5%로 전국 경쟁력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정치적 자산이다. 김경수 지사의 PK 지지율보다 3배가량 높았다(표3). 막판 논란의 중심에 오른 경남FC 선거유세 논란은 두고두고 트라우마로 남겠지만 받아든 성적표가 나쁘진 않다. 한편으론 김학의 전 법무차관 관련설을 비롯해 갖가지 정치 이슈에 거론되는 상황은 포스트 보궐선거 국면에서 중대한 도전이다. 이번 경남FC 논란처럼 대충 대응한다면 질퍽한 정치판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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