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모뎀칩 공급하던 인텔과 공급 기대했던 화웨이는 곤란해져
세기의 분쟁이 될 뻔했던 애플과 퀄컴의 30조원 규모 소송전이 중단됐다. 양사는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경쟁사인 인텔과 화웨이에겐 달갑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4월16일(현지시각) 미국 IT매체 씨넷에 따르면, 애플과 퀄컴은 전날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던 법정 공방을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했다. 애플이 스마트폰 모뎀칩 공급자인 퀄컴에 대해 “특허료가 너무 비싸다”며 고소한지 약 2년만이다. 업계에선 5G 경쟁에 뒤처진 애플이 퀄컴으로부터 5G 모뎀칩을 공급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력했다고 보고 있다. 씨넷은 “프레너미(frenemy·친구이자 적)의 탄생”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대신 애플과 인텔의 협력관계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퀄컴과 소송을 벌이면서 모뎀칩을 공급받기 위해 인텔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작년 말 출시한 아이폰 XS엔 인텔의 모뎀칩만 독자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애플은 다시 새 아이폰에 퀄컴의 제품을 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양사의 분쟁이 종료됐단 소식이 알려진 날, 인텔은 공교롭게도 5G 모뎀칩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밥 스완 인텔 CEO는 “스마트폰 모뎀 부품 사업으론 수익을 낼 길이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인텔의 역량 부족을 철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안드로이드 오토리티는 “인텔은 5G 연결 능력에서 퀄컴에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모뎀칩의 유일한 수급업자가 애플이었단 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5G 모뎀칩을 만들 수 있는 곳은 퀄컴과 삼성전자, 중국 화웨이 정도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삼성전자는 물량 부족을 이유로 애플에 공급하길 거부했다고 한다. 때문에 애플-퀄컴 소송전이 화웨이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거란 전망도 있었다. 실제 런정페이 화웨이 CEO는 4월15일 미국 CNBC에 “애플에 5G 모뎀칩을 팔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 애플과 퀄컴의 화해로 화웨이의 목표는 현실과 멀어지게 됐다. 다만 처음부터 애플과 화웨이의 협력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서 중국 측의 선봉장에 선 화웨이를 미국 정부가 규제하고 있어서다. 화웨이 제품의 성능과 보안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