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대세는 헬스케어·빅데이터·애드테크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 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5 15: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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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창업 후 5년 이상 된 비즈니스 모델 100여 개 분석해보니…

스탠퍼드대학교 동기인 윌리엄 휴렛(William Hewlett)과 데이비드 패커드(David Packard)는 1939년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의 허름한 창고에 회사를 설립했다. 글로벌 IT기업인 휴렛패커드(HP)의 시작이다. 이후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대거 옮겨오면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1인당 특허 수, 엔지니어 비율, 벤처캐피털 수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시 인구의 45%가 45세 이하 젊은 층인 데다, 평균연봉이 5만 달러 이상인 아주 특별한 도시다.

현재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이베이 등 4000여 개의 글로벌 IT기업이 이곳 실리콘밸리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지사 역시도 실리콘밸리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 첨단산업의 풍향계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에서는 현재 어떤 사업이 뜨고 있을까? 필자는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모델 분석을 위해 창업 후 최소 5년 이상 존속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 100여 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크게 4개 키워드로 분류할 수 있었다. 헬스케어(Healthcare)와 네트워크 사회, 빅데이터, 그리고 애드테크(Adtech)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헬스케어는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외하고 나머지 3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개해 본다. 

1939년 휴렛패커드의 ‘차고형 창업’이 성공하면서 실리콘밸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이베이 등 글로벌 IT기업 400여 곳이 있는 첨단산업의 풍향계가 됐다. ⓒ 연합뉴스
1939년 휴렛패커드의 ‘차고형 창업’이 성공하면서 실리콘밸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이베이 등 글로벌 IT기업 400여 곳이 있는 첨단산업의 풍향계가 됐다. ⓒ 연합뉴스

전 세계 첨단산업 풍향계 되나  

빅데이터 기반 네트워킹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링크노베이트(linknovate)가 우선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수천만 건의 주제별 데이터 소스를 분석해 얻고자 하는 결과를 쉽게 산출하도록 도움을 주는 스타트업이다. 2019년 3월 현재 1900만 건의 데이터와 3200만 명의 전문가, 2억2400만 건의 토픽이 링크노베이트에 올라와 있다. 실내 위치 측위 시스템과 웨어러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류 단백질 등 분야별로 첨단인 기술들이 토픽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머신 러닝(기계 학습) 스타트업인 디프봇(DIFFBOT) 역시 과학 및 빅데이터를 이용해 기업이 관련 분야의 리더와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단순 웹 스크래핑이나 수동적 리서치 등으로는 원하는 정보를 찾는 일이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점에 착안했다. AI(인공지능)와 머신 러닝, 자연어 처리 등을 통해 모든 웹 페이지에서 필요한 기사나 이미지, 상품 페이지 등을 추출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아테나(Athena)는 데이터를 간편하게 분석할 수 있는 대화식 쿼리(query)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쿼리’란 유저가 모니터에 나타났으면 하는 것을 표출해 주는 컴퓨터 언어를 말한다. 구조화된 질의어 즉, SQL(Structured Query Language)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서비스를 통해 신속하게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서버리스(Serverless) 서비스이기 때문에 관리할 인프라가 필요 없다. 실행한 쿼리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컨설팅 회사인 컨설팅카본라이트하우스(Carbonlighthouse)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에너지 낭비를 줄여주는 것이다. 환경 공해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가 건설 환경에서 나온다는 점에 착안해 설립됐다. 건물 데이터를 통째로 시각화해 피크타임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여 나가는 게 이 회사의 특징이다. 

키드앱티브(kidaptive)는 적응형 학습플랫폼(Adaptive Learning Platform·ALP)으로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해 참여도를 높이고 결과를 향상시키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ALP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학습자 데이터를 분석한 후 학습 패턴을 예측하도록 설계된 세계 최초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이다.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했고,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이들의 미션은 실용적 통찰력과 실시간 적응력을 훈련하는 데 있다. 

그런가 하면 모션매스(motion math)는 대화형 비주얼로 수학의 개념을 장난스럽게 가르치는 혁신적인 학습 모델을 제공한다. 시각적인 적응력을 길러주는 게임을 통해 학생들이 가장 까다로운 K-6 표준을 마스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어린이들의 학습욕구를 쉽게 불러와 수학 개념을 빠르게 학습할 수 있게 해 준다. 

2013년 7월 삼성전자 미국 실리콘밸리 기공식 모습 ⓒ 연합뉴스
2013년 7월 삼성전자 미국 실리콘밸리 기공식 모습 ⓒ 연합뉴스

‘사회 혁신 모토로 아이디어 구현’이 특징

그 외에도 코드HS(CodeHS)는 포괄적인 티칭 플랫폼 서비스로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려는 학생과 방문교사의 매칭을 돕고 있고, ‘Ballers Bridge’는 운동선수, 특히 농구선수가 되려는 학생들의 역량 고도화와 개인 브랜딩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은 첨단기술을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호한다. 투자자 커뮤니티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나 500스타트업(500Startups)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스타트업 트렌드이기도 하다. 물론 실리콘밸리라고 해서 모두 ‘똑똑한 창업’만 하는 건 아니다. 

성소수자끼리 네트위킹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 해외의 TV방송을 볼 수 있는 셋톱박스 서비스, 개인이 작곡한 음악을 업로드해 팔 수 있도록 한 플랫폼 등 다소 엉뚱하거나 레드오션에 뛰어든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들 사업은 대부분 실패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사회 혁신을 모토로 아이디어를 구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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