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창원 할머니 살해한 10대, 2년 전 신고 했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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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최근 1년간 신고 접수된 건 없다” 발표
다만 2017년 신고 접수…이후 두 차례 경찰조사 받아 

4월24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에서 윗집 할머니(74)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A(18)군에 대해 2년 전 피해자 측에서 경찰 신고를 했던 걸로 확인됐다. 정신병 치료 이력이 있는 A군은 이후 다른 곳에서도 두 차례 신고 대상이 됐다. 하지만 경찰은 A군을 사전에 제지하지 못했다. 

4월24일 오전 10대 청소년이 위층에 거주하는 할머니를 숨지게 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 복도에 취재진이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4월24일 오전 10대 청소년이 위층에 거주하는 할머니를 숨지게 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 복도에 취재진이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할머니의 둘째 아들 장아무개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A군이 ‘층간소음 때문에 괴롭다’며 어머니를 협박한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대신 112에 신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신고 시점은 2017년 8월30일. 장씨는 할머니와 떨어져 살고 있었지만 신고할 땐 같이 있었다고 한다. 

장씨에 따르면, 당시 출동한 경찰은 A군과 그의 아버지에게 주의를 줬다. 경찰은 “A군이 미성년자이니 부모와 얘기를 하는 게 낫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이후 한동안은 갈등이 없었다. 대신 장씨는 “오래전 일이라 잘 생각나지 않지만, A군이 신고 이후에도 이따금씩 어머니 집 문 앞에 욕설이 적힌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갔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됐던 건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그러나 경남 마산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할머니 측에서 신고한 이유가 A군의 협박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당시 출동했을 때 당사자끼리 합의를 해서 입건하지 않고 종결 처리했다”며 “그때 이후로 신고를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브리핑에서 “최근 1년간 A군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건은 없다”고 발표했다. 

단 A군이 2017년 12월과 지난해 8월 다니던 고등학교 주변에서 문제를 일으켜 경찰이 출동한 적은 있었다고 한다. 그 전인 2017년 11월 A군은 학교에서 이상증세를 보여 자퇴했다. A군의 아버지는 경찰에 “아들이 진주 경상대병원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고 통원치료를 받았다”며 “범행 전날까지도 약을 복용했다”고 진술한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수사과장은 “A군이 조현병 환자라는 건 아직 확인된 바 없다”며 “본인 동의서를 받아 병원 진단서를 확인해봐야 조현병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A군은 4월24일 아침 9시쯤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집에서 나오는 할머니를 흉기로 찔렀다. 범행 동기에 관해 A군은 경찰에 “할머니가 머릿속에 들어와 나를 조종했고, 할머니가 움직일 때마다 고통을 느꼈다”며 “살기 위해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지난 4월17일 경남 진주에서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참극이 발생했다. 조현병을 앓던 안인득(42)은 당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주민 5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또 창원에서 사건이 터진 셈이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수차례 신고를 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당국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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