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發 정계개편 시나리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4.29 11:00
  • 호수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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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안철수계, 손학규 사퇴 대공세… 1차 관문은 6월 원내대표 선거

“우리도 끝을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이대로 가면 당이 망한다는 사실 단 하나예요.”

노선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최근 바른미래당 내엔 좀처럼 한숨이 멎을 틈이 없다. 연일 이어지는 손학규 대표 지도부와 안철수·유승민계 의원들 간 일촉즉발 갈등 탓에, 당 어디를 둘러봐도 당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투성이다. 이런 모습으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만 공유할 뿐, 당내 구성원들이 그리는 정계개편 청사진은 제각각이다.
바른미래당 내분을 지켜보는 바깥의 시각은 냉정하다. 당이 공중분해되는 건 시간문제란 예측도 적지 않다. 오랜 부진과 최근 패스트트랙 사태로 인해 상호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분당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내 여러 계파 중 어느 쪽도 쉽사리 먼저 당을 떠나거나 깨려는 시도를 못 할 거란 시각이 유력하다. 어느 계파든 분당 후 총선 승리에 대한 확신도 대책도 부족한 상황에서, 섣불리 당을 포기하는 데 위험요소가 크다는 것이다. 오히려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파 간 헤게모니 다툼이 더욱 치열하게 이어질 거란 관측이다. 유승민계와 일부 안철수계 연합세력이 요구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가 핵심이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바른미래당발 정계개편의 방향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앞)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4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앞)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4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손학규 체제 붕괴 시 안-유 조기 등판 가능성↑

손학규 대표에 대한 당내 불신임 여론은 지난 4·3 재보선 참패 후 한층 노골화됐다. 유승민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 지도부의 총사퇴 요구가 불거졌고, 이어 손 대표의 과거 핵심 지지기반이자 당내 최대주주인 안철수계 인사들 또한 사퇴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안철수·유승민계가 하나 돼 손 대표 체제에 맞서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한 유승민계 의원 측은 “그동안 손 대표가 가장 몰두한 두 가지가 연동형비례대표제랑 4·3 재보선이었는데 둘 다 사실상 실패해 당에 위기감을 조성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을 지적하면 ‘다른 당 가고 싶어 저런다’고 모욕적 언사를 하는데 어떻게 그를 믿고 따르겠나”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손 대표가 강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분수령은 6월초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김관영 원내대표 자리에 안철수·유승민계 지지를 받는 의원이 선출될 경우, 자연히 손 대표 체제는 끝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갈 거란 관측이다. 비대위 체제가 꾸려지면 한동안 뒤로 물러나 있던 유승민 의원이 전면에 등장해 다시 당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손 대표 체제가 정리되면,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국내 정치 복귀에 대한 안철수계의 요구 또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안 전 대표가 조기 귀국해 당 개편 작업과 총선 준비에 나서게 되면, 다시 한번 유승민 의원과의 세력 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 현재로선 두 창당 주역의 조속한 연대 필요성을 주장하는 당내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총선까지 이들의 공동체제가 유지되기 어려울 거란 예측도 나온다. 과거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을 역임한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두 계파 간 일종의 타협책으로 꾸려진 손학규 대표 체제를 깨뜨리려는 것부터, 두 계파 모두 앞으로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당을 운영해 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며 향후 당 대표 선출과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들 간 주도권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거라고 관측했다.

한편 현재 손 대표와 비교적 가까운 당내 호남계 의원들은 당이 다시 안철수·유승민 체제로 변화할 경우 민주평화당과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박주선·주승용·김동철 의원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및 제3지대 형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손학규 대표 체제가 무너질 경우, 이러한 논의가 한층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 지도부 유지되면 분당 움직임 가속화

만일 당내 강한 사퇴 공세에도 손 대표 바람대로 추석 이후까지 현 체제가 유지될 경우, 당 상황은 앞선 시나리오와 정반대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패스트트랙 사태를 거치며 손 대표 측과 안철수·유승민계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시각이 많다. 즉 이들이 다시 화합해 총선 레이스를 완주하기란 어려울 거란 의미다. 특히 손 대표 측과 가장 심리적 거리가 먼 유승민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탈당 및 분당 움직임이 일어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4월23일, 당 지도부가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하자 유승민 의원은 “당의 진로에 대해 동지들과 심각히 고민하겠다”며 강하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유승민계 의원 관계자 역시 “현 지도부의 이번 패스트트랙 합의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에게 출당할 명분을 확실하게 제공한 것”이라며 “어차피 지금 당 체제로 총선 못 이길 게 자명한데, 손 대표 체제가 유지된다면 한시라도 서둘러 새 길을 모색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실제로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결단에 대한 의지만큼이나 당을 깨고 나가는 데 대한 이들의 고민과 두려움 또한 적지 않다. 당장 수적으로도 이들의 세(勢)가 약하고 보수진영 내 입지도 좁은 상황에서, 결국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에 흡수되거나 당대당 통합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의원 대부분이 총선 공천 과정에서부터 더 큰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바른미래당 한 당직자는 “지금 안철수계나 유승민계 모두 분당과 탈당을 얘기하지만, 당장 수일 내 이를 행동에 옮길 거라고 보긴 어렵다”며 “결국 현재 손학규 대표 체제를 최대한 흔들고 당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는 게 더 맞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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