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반기 든 문무일 검찰총장…거센 후폭풍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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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민주주의 원리 침해·경찰권 남용 가능성 우려
여권 당혹감 속 이정미 정의당 대표 “개념 없는 언행”
경찰 "수사권조정안, 경찰 통제 강화…권한 비대화 우려 無"
문무일 검찰총장 ⓒ 시사저널 박은숙
문무일 검찰총장 ⓒ 시사저널 박은숙

여야 4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데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여권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경찰은 문 총장 주장에 정면 반박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문 총장은 5월1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에 전달한 입장 자료를 통해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 법안이 현실화하면 경찰권이 필요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경찰에) 부여하고 있다"면서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지난 4월29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2건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를 전후로 검찰 내부에선 반발 여론이 확산돼 왔다. 이번에 문 총장이 직접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검찰 조직을 다독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을 검찰 수장이 정면 비판함에 따라 정국에 상당한 충격파가 몰아치고 있다. 청와대는 당혹감을 애써 감추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 총장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면서도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적 요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밖에 패스트트랙 지정에 관여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문 총장의 행동을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5월2일 국회에서 상무위원회의를 열어 "이 개념 없는 언행은 기득권을 포기 못 하는 검찰 권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국회의 정당한 입법 절차에 대해 정부 관료가 공공연히 반기를 드는 것이야말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망각한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총장의 경찰 수사권 관련 언급에 대해선 경찰도 반박 입장을 발표했다. 경찰청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법안은 검사의 경찰 수사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 통제방안을 강화했다"며 "경찰의 수사 진행단계 및 종결사건(송치 및 불송치 모두)에 대한 촘촘한 통제장치를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권 조정법안이 영장 관련 보완 수사 요구권과 직무배제 및 징계요구권을 담고 있고, 송치 후에도 보완 수사 요구 등이 가능해 경찰 수사에 대한 충분한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해외 순방 중인 문 총장은 범죄인인도조약 및 형사사법공조조약 체결을 위한 에콰도르 대검찰청 방문일정을 취소하고 5월4일 귀국할 예정이다. 문 총장은 당초 에콰도르 일정을 마친 뒤 5월9일 귀국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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