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나의 특별한 형제는 조인성”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04 12:00
  • 호수 15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런닝맨》으로 ‘아시아 프린스’ 된 배우 이광수

배우 이광수는 선하고 긍정적이다. 진중하고 바르다. 그 선한 눈에서 나오는 이광수만의 연기 영역은 감독이나 작가들에게 특별함을 준다. 그는 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알고 보면 연기 잘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가 인생작을 만났다. 5월1일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제작 명필름)에서 단연 그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함께 출연한 신하균마저 그의 연기력에 감탄할 정도다. “자존감을 채우고 출연한 작품”이라는 게 그의 부연 설명이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산 형제의 우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영화는 10여 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광수는 지적장애인 동구 역을 맡았다.  

ⓒ NEW
ⓒ NEW

출연하기까지 고민이 있었다고 들었다. 

“제가 예능에 오래 출연하다 보니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제가 맡은 인물은 지적장애를 가졌고, 실존인물이에요. 혹여 저로 인해 장애가 희화화되거나 코미디 소재로 이용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한 계기는.

“망설이는 와중에 감독님과 첫 미팅을 했어요. 그 자리에서 감독님이 제 자존감을 확실히 채워주셨어요(웃음). 시나리오를 보고 걱정되는 부분을 이야기했는데, 제게 선뜻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칭찬을 해 주시는 거예요. 표정이나 눈빛으로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제가 잘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작품에 참여할 때 상대 배우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신)하균 형과 함께할 수 있어서 선택하게 된 것도 있어요.”

스스로 느끼는 예능 이미지의 한계는 없나.  

“배우이기에 예능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에 많이 했었죠.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런닝맨 이광수’로 남을 수도 있고, 또 작품에서 제가 슬픈 연기를 할 때 몰입이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쓰면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저 저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죠. 《런닝맨》에서는 웃음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작품에서는 연기에만 집중하는 거죠. 최선을 다하면 두 가지 모습을 다 좋아해 주지 않을까요(웃음).”

본인에게 《런닝맨》은 어떤 의미인가.

“매주 출연하고 있고, 그렇게 9년이 흘렀어요. 애초엔 유재석 형과 함께한다는 얘기를 듣고 출연하게 됐는데 생각지도 못한 큰 사랑을 받게 됐지요. 그 안에서 생긴 제 이미지는 지금의 제게서 뺄 수가 없어요. 작품에 캐스팅되는 것도 《런닝맨》 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도 그 결과죠. 애착이 클 수밖에 없어요. 사실 예전에는 스스로 《런닝맨》에 출연하는 연기자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한데 지금은 그저 많이 사랑해 주시는 게 감사할 뿐이에요. 이 자체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런닝맨》 덕분에 한류 스타로 떠올랐다. ‘아시아 프린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웃음). 아무래도 아시아 팬들은 《런닝맨》에서 제 캐릭터를 좋아해 주는 것 같아요. 친근함과 편안함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입으로 ‘아시아 프린스’라는 수식어는 꺼낸 적이 없답니다(웃음). 단어 자체가 민망하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요.”

본인이 생각하는 ‘나의 특별한 형제’는 누구인가. 

“당연히 친동생이죠. 하하. 연예인 중에는 조인성 선배나 배성우 선배예요.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형제 같은 존재들입니다. 일하면서 마음 터놓고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생길지 몰랐어요. 그 관계가 점점 깊어지면서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어찌 보면 행운이죠.”

지난해 12월 동료인 배우 이선빈과 열애 중임을 밝혔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인정을 했는데, 솔직히 공개 후가 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공개 연애 전에는 밖에서 편하게 만났는데 이후에는 뭔가 더 조심스럽거든요. 저희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건강한 연애를 하고 있답니다. 쑥스럽네요. 하하.”

새롭게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그저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지키고 싶어요. 앞으로 더 노력을 하겠지만 지금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잖아요. 직업 특성상 나를 언제까지 찾고, 응원해 주실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즐기며 살고 싶어요. 나중을 위해서 참고 사는 것도 물론 좋지만 지금의 행복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 그렇다고 제가 뭘 이뤘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저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스타일이라는 거예요.”

업계 관계자들에게 ‘착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균이 형이 저를 보곤 첫마디로 ‘주변에서 착하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형 앞에서 쓰레기라도 주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답니다. 하하. 결국 주변에서 저를 더 착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착하다기보다 자기검열을 하는 편이에요. 말할 때도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 그렇게 살고 있어요. 가깝게 지내는 (유)재석이 형의 영향도 있을 거예요.”

어떨 때 가장 행복한가.  

“예전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집에 잘 못 있는 편이었어요. 추운 날에도 꾸역꾸역 나가서 좋아하는 형들과 시간을 보냈는데, 요즘엔 집에 있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무엇보다 지금처럼 제가 좋아하는 일을 그걸 누군가가 봐 주는 것도 재미있고 놀라운 일이에요.”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